(3)

“그 놈의 나단 녀석이 뜷지 말아야 할 구멍을 뚫어버렸기 때문이야.”

도끼비 두억-나무 자동차를 타고 다니던 기다란 빗자루를 닮은 녀석-은 정신 없이 나뭇잎 지폐를 세면 건성으로 대답 했다.

구미호들과 아이들은 강가에서 물을 팔고 있는 도깨비 두억에게 다가가 풍요의 강이 왜 말라붙어 버렸는지에 대해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미호가 예상했던 대로 강이 말라버린 건 나단이 풍요의 강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무언가를 봅아간 후 부터라고 했다. 그 이후부터 갑자기 강이 마르기 시작했고 언제나 따뜻한 봄날 같았던 이곳은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결국 강가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물을 구하지 못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거나 두억 같은 물장사에게 물을 사서 살아가는 수 박에 없었다.

 

“그럼, 이 강을 타고 내려갈 방법은 없는 거야?”

미호의 물음에 두억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 했다.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두억은 이렇게 말하며 나무를 붙여 만든 썰매를 꺼내 보였다. 하지만 두억은 그리 만만한 장사꾼이 아니었다.

“나뭇잎 지폐로 열 장은 내야 해!”

두억은 팔짱을 낀채 어림 없다는 듯이 말했다. 찬이와 석우는 온 대륙에서는 나뭇잎이 돈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신기했지만 두 아이가 보기에도 나무 썰매의 값은 너무 비싸보였다. 눈치 빠른 두억은 자기 자동차에 쌓여진 물건들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뭐, 썰매가 싫다면 이런 것도 있어.”

두억이 두 번째로 꺼낸 것은 나무로 만든 촛대와 양초였다. 아이들과 구미호들은 영문을 몰라 두억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 녀석들처럼 머라이언이 다시 깨어날 때까지 기도를 해보던가. 뭐 몇 백년이 걸릴 진 모르지만 말이야.”

두억이 가리키는 곳에 수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머라이언이면 풍요의 강의 지킨다는 수호신을 말하는 거야?”

미호의 물음에 두억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억의 말에 따르면 풍요의 강이 점점 말라가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물이 시작되는 어머니 동굴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 동굴 안에 살던 머라이언도 얼어붙은 거지. 뭐.”

두억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자, 어쩔 거야. 내 썰매를 살 거야 말 거야?”

두억의 썰매를 보며 아이들과 구미호들은 고민에 빠졌다.

“저 녀석은 사기꾼이 분명해. 저 녀석이 팔고 있는 물을 봐.  절대로 푸른 숲에서 떠온 물이 아니야. 분명 어디 늪 같은 데서 떠온 게 분명해 그런데도 저 녀석 어마어마한 돈을 받고 팔고 있잖아.”

노아가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우린 나단의 성으로 가야해 그러기 위해서는 이 강을 따라 가야 하고... 우리에겐 이 썰매가 꼭 필요해.”

미호가 어쩔수 없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저 사기꾼 같은 도깨비 녀석에게 돈을 주는 건 너무 아까워.”

찬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맞아 정말 그렇지?”

노아가 자기 말에 맞장구를 쳐준 찬이를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다가 순간 찬이가 방금 전까지 의심하며 서로 말싸움을 한 상대라는 걸 깨닫고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 안 그래.”

석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결국 아이들과 구미호들은 두억에게 썰매를 사기로 했다.




“자, 여기 썰매 네 개. 잘 사용해 보라고. 그리고 썰매를 사용할 때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책임 못 져.”

“썰매를 사용할 때 생기는 문제?”

노아가 의심스런 눈초리로 두억을 쏘아보았다.

“그러니까 음, 설매를 타다 넘어지고 가지고 뭐 그런 문제 말이야. 흠흠.”

두억은 억지로 미소를 짓고 난 후 시선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렸다.

“자자, 드디어! 장대를 팝니다. 장대!”

그러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두억은 사람들에게 잠자리채처럼 망이 달린 아주 기다란 대나무 장대를 팔기 시작했다. 장대는 순식간에 동이났다.

“하하, 난 너무 장사를 잘 한단 말씀이야. 어? 너희들은 왜 계속 서 있는 거야? 자자, 강으로 달려가서 썰매를 타보라고 어서!”

 두억의 재촉에 찬이 일행은 떠밀리다시피 강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찬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석우에게 말했다. 석우는 강가에 모래를 맛을 보다 너무 차가워 인상을 쓰며 찬이를 돌아보았다.

“응? 뭐가?”

“강가에 사는 사람들 말이야. 왜 지금 장대를 사가는 걸까? ”

“글쎄, 뭐 과일이라도 따려는 거 아닐까?”

석우는 어깨를 으슥했다. 찬이는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나무 설매를 들고 강바닥으로 내려갔다. 석우도 구미호들도 모두 강바닥으로 내려가 썰매에 앉았다.




“자 그럼 썰매타기를 시작해 볼까? 자! 출발!”

찬이의 말이 끝나자 마자 썰매 네가가 얼어붙은 모래 위에서 미끄러져 가기 시작했다.

“야호!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찬이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석우는 썰매를 타는게 무서워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을 보고 노아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였다.

“꿈틀!”

얼어붙은 모래가 마치 살아잇는 생물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쩍쩍 얼어붙은 모래가 갈라지는 소리도 여기 저기 시작됐다. 신나게 내려가던 찬이 일행은 그 소리에 놀라 모두 썰매를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모래 바닥에서 믿기 힘든 것이 쑤욱 튀어나왔다.

“우와! 저, 저게 뭐야?”

“엄마야!”

석우의 떨리는 비명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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