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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미르의 머릿속엔 온 통 한결이 밖에 없었다. 베다왕이 숨을 내쉬는 덕분에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한결 도움이 되었지만 워낙 거대한 땅끝폭포인지라 떨어지는 물줄기를 견디어 내기는 쉽지 않았다.

‘한결아 절대 떨어지면 안 돼! 꼭 버텨내!’

 그 순간에도 미르는 한결이 걱정뿐이었다. 바양의 등에 매달린 한결이가 혹시라도 떨어진다면 미르는 자신을 평생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한결아! 걱정하지마 내가 반드시 구해 줄게.’

 미르는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폭포 물살을 견디며 올라갔다. 그때였다. 바로 위에 있던 부루의 몸이 점점 쳐졌다.

 “부루 힘을 내! 이제 거의 다 왔어!”

 하지만 어느새 부루의 몸은 미르의 옆까지 내려갔다. 부루의 눈은 이미 반쯤 감겨 있었다.

 “부루!”

미르가 서둘러 부루의 몸통을 덥석 물었다. 순간 부루의 몸에서 피가 쏫았다. 순간 부루의 눈이 번쩍 떠졌다.

 “고,고마워!”

 부루가 다시 힘을 내어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미르가 문제였다. 부루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너무 무리한 탓이었다. 미르의 눈이 차츰 감기면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계속 힘을 내서 폭포 위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미르의 몸은 계속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 바보 ,힘을 내, 한결이, 한결이가 위험하단 말이야.’

 하지만 마음과 달리 미르의 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부드러운 손길로 자신을 잡아끄는 것처럼 ....

 “야, 정신 차려. 안 그러면 잡아 먹어 버린다!”

 바양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한결이의 목소리도 들려었다.

 “미르! 정신 차려 미르!”

 미르는 한결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결아! 걱정 마 내가 꼭 구해줄게!”

미르가 있는 힘껏 몸을 둥글게 구부려 자기 몸통을 꽉 물었다.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미르는 마치 바퀴처럼 자기 몸을 빙글빙글 돌리더니 온힘을 다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크르릉!”

 폭포소리가 묻힐 만큼 큰 미르의 울음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미르, 이제 정신이 들어?!”

미르가 정신을 들고 보니 눈물 범벅인 한결이의 얼굴이 보엿다.

“한결아.!..”

미르가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상처 부분에 통증이 심해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었다.

“그냥 누워 있어. 자꾸 움직이면 상처가 덧난단 말이야.”

어느새 아이의 모습으로 변해 있는 부루의 얼굴도 보였다.

“여기는...?”

“성공이야, 우리 모두 폭포를 거슬러 온대륙으로 돌아왓어.”

한결이의 말에 미르는 사방을 둘러 보았다. 정말 온대륙이다. 오랫동안 그리워도 가보지 못했던 곳 온대륙... 미르는 무언가 울컥한 기분에 찬찬히 온 대륙의 풍경을 살펴 보앗다.

“저, 바보 용 녀석은 나 두고 우린 우선 먹을 거나 찾아보자.”

이 목소리는 바로 바양의 목소리다. 한결이를 잡아간 못된 족제비 녀석 바양!

“너 이 녀석! 용서 못해!”

미르가 다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상처 때문에 제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덤비려면 덤벼봐 이번엔 정말 잡아먹어 줄 테니까.”

 검은 옷을 입은 사내아이로 변한 바양이 비아냥거렸다.

“이 자식이!”

“그만, 미르! 우리가 폭포를 벗어난 것도 다 바양 때문이란 말이야.”

한결이는 미르를 말리며 바양이 폭포를 거슬러 올라간 이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바양은 상자에 갇혀 있지 않는 대신 얌전히 있기로 맹세했어.”

“쳇, 한결이 너, 저 녀석 말을 정말 믿는 건 아니겠지?”

미르가 마음이 상햇는지 고개를 획 돌렸다. 사실 미르는 한결이에게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은 자신이 싫었고 그  많큼 바양 녀석이 꼴도 보기 싫었다.

“미르....”

 한결이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미르와 바양을 바라보았다.

“자, 날이 저물었으니까 우선 폭포 근처에서 잠을 청하기로 하죠. 나와 바양이 땔감과 먹을 걸 좀 가져오죠.”

부루가 미르를 노려보고 있는 바양을 억지로 끌고 숲으로 사라졌다. 둘만 남은 미르와 한결이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날은 벌써 어두워지고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폭포 주변의 나무들은 아직 잎이 무성했지만 멀리 보이는 살들은 이미 붉게 죽어가 있었다. 한결이는 그 모습을 살펴보며 차가운 미르의 등을 어루만졌다.

 “미르 온대륙에 온 느낌이 어때?”

 한결이가 미르를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기뻐... 그리고 슾프기도 해.”

 미르는 슬픈눈으로 온대륙의 죽어가는 숲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르...”

한결이는 미르의 푸른 등을 꼭 껴안았다. 미르의 슬픈 마음이 한결이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미르의 몸의 떨림이 조금씩 느껴졌다. 그렇게 미르의 슬픈 울음소리는 나직하게  나무 사이로 울려 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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