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으, 으악!”

마누크마누크에게 삼켜진 찬이는 짐짝처럼 내동댕이쳐졌다. 게다가 단단하고 긴 터널 같은 마누크마누크의 부리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느라 이마에 혹이 잔뜩 났다. 찬이가 간신히 중심을 잡고 일어서려 했지만 마누크마누크의 몸이 위 아래로 움직이자, 찬이의 몸은 다시 앞으로 꼬꾸라져 데굴데굴 굴러갔다. 노릿한 닭냄새가 더욱 코를 찔렀고 찬이는 겁이 덜컥 났다.

“싫어! 싫어! 살려줘! ”

찬이는 두 발로 단단한 부리 안쪽을 쾅쾅 치며 비명을 질러 봤지만 마누크 마누크의 단단한 부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금만 있으면 마치 모이를 먹는 새처럼 마누크마누크가 목을 쳐 들것이고 찬이는 괴물 닭의 목구멍 속으로 떨어질게 분명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찬이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으앙! 엄마!”

“그만 좀 울어! 네 녀석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부리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에 찬이는 깜짝 놀라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부리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 누구세요? 어디 있는 거예요?”

“난 마누크마누크다. 넌 지금 내 부리에 갇혀 있는 거야.”

처음보다 약간 부드러워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흑, 살려줘요. 나, 난 별로 맛도 없단 말이에요.”

찬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을 했다.

“후후, 예언의 아이야, 넌 아주 겁이 많구나. 나는 인간을 잡아먹지 않아. 난 달빛을 먹고 산단다.”

“달빛이요?”

찬이가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그래, 밤새 달빛을 먹고 난 뒤 그걸 다시 토해내 새벽을 만들어 내는 게 내 일이지.”

찬이는 마누크마누크의 이야기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콩닥콩닥 뛰던 마음도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죄송해요. 저는 아줌마가 절 잠아 먹으려는 줄만 알았어요.”

“내가 널 안 삼켰으면 넌 아마 검은 용들에게 물어 뜯겼을 걸? 그런데 아줌마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

마누크마누크의 질문에 찬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마누크마누크의 목소리가 동네 아주머니같이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아줌마라는 말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아줌마는 그러니까 음 그냥 아줌마를 말해요. 죄송해요.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몰라서 저도 모르게... ”

찬이는 아줌마에 대해 설명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보통 사람들은 나를 신성한 마누크님이라고 부른단다. 하지만 아줌마라는 말도 그리 듣기 싫지는 않구나.”

마누크마누크가 자상한 목소리를 들으니 찬이는 마음이 탁 놓였다. 찬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신성한 마누크님 그럼 이제 절 좀 내려 주세요. 이 안은 너무 갑갑해요. 너무 깜깜하고...”

“미안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가 없단다. 예언의 아이야.”

“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절 잡아먹지 않으신다면서요?”

찬이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맞아, 하지만 사람 하나 꿀꺽 삼키는 일 정도는 아주 간단히 할 수 있지. 내가 널 살려줄지 삼켜버릴 지는 모두 너에게 달려 있다.”

마누크마누크가 어느새 차가워진 목소리로 찬이에게 말했다.

"네? 저, 저에게 달려 있다고요?"

찬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래, 나와 약속을 한다면 너를 살려 줄 수도 있어. 그럼 샛별의 예언도 이루어지게 돼."

"샛별의 예언이요? 그, 그런데 왜 절 자꾸 예언의 아이라고 부르시는 거죠?"

"어둠이 걷히고 새벽이 올 때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바로 샛별이란다. 그 샛별이 태양의 기운에 사라지기 직전 노래를 부르는데 그것이 바로 샛별의 예언이야. 지금은... 새벽도 만들 수 없고 샛별도 뜨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야"

마누크마누크가 약간 화가 난 듯 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백 년 전 샛별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준 노래는 다음과 같단다. '달이 태양을 잡아먹히고 스무 해가 지날 때, 용으로 변한 인간 아이만이 다시 새벽을 만들 수 있으리.'"

마누크마누크가 예언을 노래했다. 그 목소리가 은은하고 아름다웠지만 찬이는 예언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전 새벽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새벽은 아줌마, 아니, 위대한 마누크님이 만드는 거라면서요?”

찬이의 말에 마누크마누크는 답답하다는 듯이 목소리가 커졌다.

“난 이제 더 이상 새벽을 만들 수 없어. 꼬마야. 만약 내가 새벽을 만들 수 잇다면 뭐하러 너 같은 쪼그만 겁쟁이 꼬마에게 말을 걸고 있겠니? 응!”

마누크마누크의 큰 목소리에 놀라, 찬이는 몸을 잔뜩 움츠렸다.

“꼬마야, 넌 겁도 많고 머리도 나쁜 편이구나. 예언은 보통 여러 가지 숨겨진 뜻을 가지고 있단다. 그걸 곧이곧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리고 나는 오늘 널 본 순간 나는 그 예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단다.”

“그, 그게 무슨 뜻이에요?”

찬이가 다시 용기를 내서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내가 온 대륙에 산지 이제 1500년이 지났단다. 꼬마야. 그건 바로 내가 이제 곧 죽을 때가 되었다는 걸 말하지. 우리 마누크마누크들이 보통 1300년 정도를 사는 것에 비하면 난 아주 많이 살아온 편이야. 그러니 죽는 건 그렇게 두렵지 않다. 하지만...”

마누크마누크의 목소리가 어느새 차분해졌다.

“내가 죽으면 이제 영영 온 대륙에 새벽은 만들어지지 않는단다. 새벽이 없다는 건 태양이 뜨지 않는다는 말이고 그렇게 된다면 세상은 영영 어둠의 세계가 되어 버린다는 말이지.”

“....”

찬이는 마누크마누크의 슬픈 목소리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마누크마누크는 말을 이었다.

“내가 품고 있는 것은 온대륙에 마지막으로 남은 마누크마누크의 알이야. 하지만 이 알에서 아기 마누크마누크가 깨어날 수 있을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단다.”

“아니 왜요?”

찬이는 어느새 마누크마누크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마누크마누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별빛을 받아야 해. 그런데 지난 100년간 온 대륙에서는 별이 뜨지 않았어. 검은 용들이 뿜어낸 연기들 때문에 하늘에 검은 구름만 잔뜩 껴 있기 때문이지. 아기가 계속 별빛을 받지 못하면 알을 깨뜨릴 힘을 가질 수 없게 되고 결국, 온대륙에 살아남은 마지막 마누크마누크 아기는 알 속에서 죽게 될 거야. 그럼 영영 새벽은 오지 않게 된단다.”

“ 아기 마누크마누크가 알 속에 죽게 되다니... 마, 말도 안돼요. 뭔가 다른 해결 방법이 있을 거 아니에요?”

찬이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찬이는 자신이 큰 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잇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기 마누크마누크가 죽게 내버려 두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방법이 딱 하나 있단다. 바로 온 대륙에서 별빛을 받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장소까지 알을 가져가는 거지.”

“거기가 어딘데요?”

찬이가 눈을 빛냈다.

“바로 나단의 성이란다 온 대륙에서 가장 높은 곳...철로 된 나단의 성 꼭대기 말이야 ”

“예? 검은 용을 만들었다는 그 용사냥꾼 나단의 성 말이에요?”

찬이는 온 대륙에 오기 전 한결이에게 들었던 나단의 이야기를 생각해 냈다.

“그래 지금은 온 대륙을 지배하는 검은 제왕 나단이라고 부르지만.”

마누크마누크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나단의 성 까지 알을 가져가기도 전에 검은 용들에게 잡힐게 뻔 하다구요. 가만, 설마 저, 저보고 그걸 하라는 말씀은 아니겠죠?”

“아니, 넌 할 수 있어. 그리고 해야만 해. 넌 예언의 아이니까.”

마누크마누크의 말에 찬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맙소사, 말도 안돼요. 전 못해요. 전 예언의 아이가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초등학생이라고요!”

찬이는 펄쩍 뛰었다.

“꼬마야, 넌 예언의 아이가 분명해 그리고 예언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단다. 넌 이 일을 해 낼 수 있어. 만약 네가 하지 않겠다면 난 널 삼켜버릴 수 박에 없다.”

마누크마누크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전 그런 능력이... 으, 으악!”

마누크마느크과 부리를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찬이의 몸이 마누크마누크의 목 구멍쪽으로 때굴때굴 굴러갓다.

“누, 누가 좀 도와줘. 엄마야!”

찬이가 있는 힘껏 비명을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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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잔 2010-06-2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글을 올리니 계속 실수연발이네요 최근 고슴도치 대작전 두번째 권 원고를 넘기느라 연재를 못햇는데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