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회>
“꽝철이 또는 깡철이라고 부르며 하늘을 날수 있고 가뭄을 부르는 괴물로 알려져 있다. 여의주가 없어도 하늘을 날 수 있으며 꽝철이는 몸에 분노를 품으면 불기운이 발생하여 지나가는 곳의 모든 것이 타버리거나 강이나 바다의 물이 증발되기도 한다. 원래 용이었으나 벌을 받았거나 어떤 문제로 지상으로 떨어져 깡철이가 된 경우와, 용이 되지 못한 분노를 품고 있는 이무기가 깡철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미르의 등위에 올라타 학교로 날아가면서 찬이는 친구에게 흥분한 목소리로 책 내용을 읽어주었다. 한결이는 순진하고 바보 같기만 한 광철이가 그런 무서운 괴물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운동장 전체가 거대한 불기둥이 되어 있는 것을 보니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방화사건은 누군가 광철이를 화나게 했을 때 발생했던 거야?”
“그래, 지난번 교실에서 본 손자국 말이야 그거 광철이의 손자국이 분명해 그때 준태 자식이 광철이를 넘어뜨렸잖아.”
“준태뿐만이 아니겠지. 다른 아이들도 광철이를 놀리고 괴롭혔으니까.”
“그때마다 화재가 발생한 거구나!”
“그래. 그리고 우리가 아까 광철이의 눈빛을 못 본 채 넘어간 덕분에 지금은 운동장 전체가 불타고 있는 거야.”
한결이는 다시금 좀 전의 광철이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선 빨리 운동장 불을 꺼보자 그리고 광철이와 준태 녀석들도 찾고 .”
미르가 이렇게 말하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휙휙 볼을 때리고 지나가는 바람에 삼총사의 얼굴은 모두 빨갛게 되었다.
“우와! 불기둥이 학교를 다 집어 삼키겠어.”
“저런 불 따윈 이 미르님의 입김 한 방이면 끝나.”
미르가 차가운 냉기를 내뿜자 불길은 조금씩 사그라졌다. 하지만, 이내 불길이 더욱 커졌다.
“뭐야? 저 저 녀석 때문이구나!”
미르의 말에 삼총사들은 모두 미르를 따라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삼총사의 눈에도 미르보다 더 높은 곳에 온 몸이 붉은 거대한 괴물이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괴물은 거대한 용을 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뱀처럼 보였다. 괴물은 입에서 거대한 불기둥을 계속 뿜고 있었다.
“저, 저 녀석이 광철이야?”
“미르보다 몸집도 큰 것 같아. 이거, 검은 용 때 보다 쉽지 않겠는데.”
“저 녀석이 계속 불을 뿜고 있으면 불은 글 수가 없어 내가 저 녀석을 맡을 테니까 석우와 찬이는 학교 운동장 불을 꺼봐.”
“우리 둘이 어떻게?”
“그건 너희가 알아서 생각해 !”
미르는 몸을 크게 요동치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바람에 삼총사 모두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우와! 살려줘.”
다행히 찬이가 커다란 익룡으로 변해서 석우와 한결이를 태우고 날아올랐다. 삼총사가 안전한 것을 본 미르는 좀 더 높이 하늘로 올라가 광철이가 변한 괴물 앞에 섰다. 그러자 불기둥을 쏘던 괴물도 잠시 주춤하고 미르를 바라보았다.
“자 이때야, 우린 빨리 운동장에 불을 끄는 거야.”
“하지만, 어떻게? 우린 미르처럼 냉기를 뿜을 수도 없잖아. 소방차로 변할 수도 없고…….”
“생각해 봐 머리는 생각하라고 있는 거잖아.”
“나는 고민이 많으면 괜히 먹고 싶어진 단말이야.”
“어이구 내가 저 녀석에게 뭘 이야기 하는 게 잘못이지.”
“잠깐, 석우의 능력이면 불도 끌 수 있을 것 같아.”
한결이가 눈을 반짝였다.
“석우의 능력으로?”
“그래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찬이야. 우선 학교 옆에 있는 송내천으로 가자 어서!”
“송내천 거긴 왜?”
“석우가 송내천 물을 잔뜩 먹어줘야겠어. 지난번에 검은 연기처럼 말이야. 그리고 이번엔 다시 토해 내는 거야.”
“그거 괜찮은데?”
“뭐가 괜찮아. 먹고 나서 다시 뱉으라니 그런 억울한 일이 어디 있어?”
석우가 툴툴거렸지만 찬이는 들은 척도 안 하고 날개를 활짝 펴서 송내천으로 향했다.
삼총사들이 불을 끄기 위해 송내천으로 향할 때 미르는 붉은 괴물이 된 광철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만둬! 세상을 다 태워버릴 셈이야!”
미르가 온 힘을 다해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구름을 모아 비를 내리려고 하면 붉은 괴물은 어느새 구름을 다 증발시켜버리고 불벼락을 내뿜었다. 그러면 미르는 다시 기운을 내서 그 불벼락을 차갑게 식혀 버렸다.
“미안해! 용서해 줘!”
괴물이 울부짖듯이 소리치며 다시 불을 내뿜었다. 목소리는 아직 광철이의 목소리 그대로였다.
“이 녀석 나하고 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화가 난 미르가 있는 힘껏 냉기를 내뿜었다. 그러자 붉은 괴물은 그 냉기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에서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쳇, 까불고 있어. 미안하다고 하며 공격하는 건 뭐야? 정말 짜증나!”
미르는 푸륵 푸륵 소리를 내며 얼어붙은 채 공중에 떠 있는 붉은 괴물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이 녀석, 왜 아직도 공중에 떠 있는 거지?”
그때였다. 붉은 괴물의 몸이 점점 더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태양처럼 붉은 괴물은 온몸이 이글이글 타기 시작했다.
“미, 미안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괴물의 몸에서 사방으로 불벼락이 쏟아져 내렸다. 하늘은 온통 빨갛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뭐, 뭐야. 이거”
미르가 숨을 들이마시려고 했지만 뜨거운 불들이 미르의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미르가 위험에 처한 사실을 모르는 삼총사들은 잔뜩 물을 마신 석우를 데리고 학교 운동장으로 서둘러 날아갔다.
“헥헥! 뭐가 이리 무거워!”
“어쩔 수 없잖아. 불을 꺼야 하니까 조금만 참아.”
“그래 이제 거의 다 왔어.”
“알고 있어 하지만, 이제 거의 추락할 지경이라고.”
찬이는 석우가 너무 무거워 날개를 피는 것도 힘들었다.
“자, 다 왔어 여기서 물을 다 토해 내야 해!”
“모두? 좀 남겨두면 안 돼?”
석우가 아쉬워서 한마디 했다.
“안 돼!”
“제발, 빨리 뱉어!”
찬이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듣고 서야 석우는 마신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운동장에는 마치 비가 오는 것처럼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몸이 좀 가벼워진 찬이는 운동장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물을 뿌리게 도와주었다. 그러자 학교 전체를 다 태울 것 같은 불기둥도 점차 꺼져갔다.
“저기 봐, 준태하고 다른 아이들이야.”
준태와 아이들은 얼굴이 꺼멓게 그을린 채로 정글짐 위에 올라가 울고 있었다. 다행히 모두 다친 것 같지 않았다.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헤헤 그래도 얼굴이 숯검정이 된 걸 보니 좀 고소한걸.
“하하 그러네. 그럼 이제 미르를 도우러 가자.”
“그래, 근데 너무 더워진 것 같지 않아?”
“석우의 말에 한결이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맙소사 하늘이 불타고 있어.”
미르는 서둘러 냉기를 내뿜었지만 주변을 둘러싼 불길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게다가 더운 열기 탓에 숨이 가빠진 미르는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캑캑! 이제 더 이상 냉기도 내뿜을 수 없어. 어떡하지?”
“미안해, 미안해…….”
붉은 괴물은 슬픈 표정으로 미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나서 온 힘을 다해 불벼락을 미르에게 내뿜기 시작했다.
“틀렸어 이제…….”
미르가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찬이가 석우와 한결이를 태우고 나타났다. 석우는 재빨리 입을 벌려 불기둥을 다 삼켜 버리고 말았다.
“와, 이거 군밤 맛이 나는데!”
석우가 입맛을 쩍쩍 다셨다. 미르가 걱정인 한결이는 폴짝 뛰어서 미르에 등에 내려앉았다.
“미르야, 다치지 않았어?”
“응 간신히 저 먹보 녀석 덕분에.”
이렇게 말 했지만 미르의 얼굴에는 고마움이 묻어나 있었다.
석우와 찬이는 하늘을 붉게 만든 불꽃과 불벼락들을 하나씩 하나씩 날름 삼키기 시작했다. 미르도 기운을 내서 하늘 높이 올라가 차가운 공기를 마음껏 들이켰다.
“후! 이제 살 것 같네. 자, 그럼 우리도 시작해 볼까?”
“잠깐, 기다려봐. 미르야,”
“응?”
“광철이, 표정……. 너도 봤지?”
“응, 무척 슬픈 표정이었지. 저 놈 그 표정을 한 채 마구 잡이로 공격하는 이상 한 놈이야.”
“광철이가 왜 슬픈 걸까?”
“그거야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몰라 그래서 난 광철이에게 물어보고 싶어. 가까이 가보자 ”
“뭐라고? 저 녀석에게 말 해 받자야. 어떤 말을 해도 아예 못 듣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 너도 봤잖아.”
“내가 말하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야 그냥 광철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더 가까이 갔다간 불덩이가 되고 말텐데도?”
“그래도 갈래. 저 표정, 예전에 본적이 있어.”
“예전에?”
“응, 거울 속에서 봤던 내 표정이야. 석우와 찬이를 만나기전 그리고 미르를 만나기전 내 표정…….”
“…….”
미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쳇, 좋아 그럼 한번 만이야. 불타 죽어도 난 모른다고.”
“미르야 고마워.”
한결이는 미르를 곡 껴안았다. 미르는 하늘높이 올라 아주 차가운 기운을 잔뜩 모았다, 그리고 세상에 모든 비구름도 불러 모았다, 그러자 미르와 한결이의 몸은 차가운 살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자, 가자!”
미르는 매서운 눈초리로 냉기를 내뿜으며 광철이에게 돌진했다. 한결이는 고개를 들어 광철이의 불타고 있는 슬픈 눈을 바라보았다.
“미안해! 미안해!”
광철이의 입에서 불벼락이 뿜어졌다.
‘아니야, 광철아 내가 미안해…….’
한결이는 광철이의 슬픈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못가 .”
미르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한결이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미르의 머리 쪽으로 기어가서 광철이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미안해 광철아, 이제 내가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그러자 놀랍게도 광철이의 입속에서 내뿜어지는 불벼락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작은 불꽃마저 사그라지자 괴물로 변한 광철이의 입속에 투명한 것이 한결이의 눈에 띄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한결이는 금방 알아차렸다.
“열쇠다!”
한결이는 미르의 머리에서 펄쩍 뛰어 광철이의 입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위험해. 한결아!”
미르의 고함 소리를 뒤로한 채 한결이는 손을 활짝 뻗어 투명하고 아름다운 달 두꺼비 열쇠의 가운데 부분을 움켜쥐었다.
“잡았다!”
“캑! 캑!”
광철이가 괴로워하며 몸을 흔들었다. 그 바람에 한결이는 멀미가 날 지경이었지만 열쇠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캑! 쾌액!”
광철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조금만 더 힘내 광철아!”
한결이는 자신도 모르게 광철이에게 응원을 보냈다. 광철이는 한결이의 응원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쑤욱!”
열쇠가 빠졌다. 하지만, 달 두꺼비 열쇠를 쥔 한결이는 서쪽 하늘 쪽으로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미르가 재빨리 움직여 한결이를 덥석 물었다.
“바보, 네가 죽는 줄 알았잖아.”
“고마워. 미르야.”
미르는 푸륵 푸륵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광철이 쪽으로 다시 방향을 바꾸었다. 불타오르던 하늘은 석우와 찬이 덕분에 점차 푸른 하늘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변하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목에 걸린 열쇠를 토해낸 광철이의 모습도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뱀도 용도 아닌 이상한 괴물의 모습이었지만 서서히 광철이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다시 광철이의 몸이 점점 빛을 발하더니 아름다운 붉은 빛이 맴도는 용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저 녀석은 부루잖아! 부루! 네가 살아있었구나! 부루!”
미르는 놀란 눈으로 광철이에게 달려들었다.
“부루? 미르와 헤어진 붉은 용 부루 말이야?”
한결이도 광철이가 부루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부루는 미르의 목소리를 듣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어? 미르, 어떻게 된 거야? 우돌 영감님은? 내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네 등에 타고 있는 아이는 또 뭐야?”
광철이 아니 붉은 용 부루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미르는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은 죽었다고 생각한 부루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기 때문이었다. 미르와 부루는 서로 등을 비비며 하늘을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 덕분에 한결이는 눈이 핑핑 돌았지만 한결이의 기분도 날아갈 것 같았다.
“뭐야? 아까까지 죽기 살기로 싸운 놈들이 왜 저렇게 서로 좋아하고 난리야.”
멀리서 남은 불덩이를 해치우던 찬이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석우에게 말했다.
“그러게, 그래도 서로 싸우는 것 보단 좋은 일이지. 안 그래 그런데 뭐 차가운 거 먹을 것 좀 없냐? 너무 뜨거운 것만 먹어서 입천장이 다 까졌어.”
“뭐야? 또 더 먹을 게 남았단 말이야?”
“당연하지 난 먹지 않으면 잠도 안 온단 말이야.”
“어이구 내가 못 말려.”
붉고 푸른 두 마리 용이 사이좋게 날아다닌 탓인지 하늘엔 아주 곱고 예쁜 노을이 그려지고 있었다.
“와, 정말 예쁘다!”
한결이, 미르와 부루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는 찬이와 석우까지 모두들 아름다운 저녁노을에 속에 풍덩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