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빛이 점점 사그라지고 나자 삼총사와 미르는 어느새 "용 분식집" 부엌으로 돌아와 있었다.

“만세! 성공이야 우리 돌아왔어!”

석우가 찬이와 얼싸안았다.

“그래, 다행이야.”

한결이도 미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자기를 희생하면서 약속을 지킨 그리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지금가진 난 그리가  이상하게 생긴 괴물이라고만 생각했어. 진작 그리들에 대해 좀 더 잘 알았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한결이는 그리의 마지막 눈빛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쳇, 그 고생을 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얻은 게 없네.”

미르는 지친 얼굴로 푸륵푸륵 입김을 내뿜었다.

“너무 기운 빠져 하지 마, 그래도 모두 다 살아왔잖아. 이게 다 우릴 도와준 그리 덕분이야.”

한결이도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이제 어떻게 달\두꺼비 열쇠를 찾을지 난감하기만 했다.

“그 수수깨끼 대왕,  우리에게 수수깨끼를 알려준다고 해놓고 우리 속이고 말이야. 너무했어.”

찬이는 수수깨끼 대왕 보다는 사실 그 말에 속아 손을 번쩍 든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러게. 그리들은 약속을 꼭 지킨다며? 왜 그리들의 대왕은 안 그런 거지?”

석우도 투덜대며 습관적으로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초코 맛 젤리는 보이지 않았다.

“에구 배고파 이젠  젤리도 없고. 이 분식집엔 남은 떡볶이라도 없나?”

“헤, 석우는 여전히 먹는 거 타령이구나! 잠깐 그거야! 석우야 네가 아까 한말 다시 해봐.”

갑자기 한결이는 눈빛을 빛내며ㅑ 말했다. 석우는 얼떨결에 방금했던 말을 반복했다.

“배고파 이젠 젤리도 없고…….”

“아니 그 말, 하기 전에 한말 말이야 그 말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

“내가 뭐라고 했더라? 배고파서 기억도 안 나네. 음……. 수수깨끼 대왕이 우리에게 수수깨끼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속였다는 것 말이야?

“그래 맞아!”

“그게 어때서?”

석우나 찬이 모두 영문을 몰라 한결이를 쳐다보았다.

“탈출할 때 생각 안나 그때 그리가 한말.”

“뭐라고 했지? 난 기억 안 나는데.”

“나는 약속을 지켰어. 뭐 그런 말 아니던가?”

“바보들, 그리들은 약속 꼭 지켜. 대왕님도 약속 지켰고 나도 약속 지켰어. 잊지 마라 잊지 마 이거였어.”

미르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맞다 틀림없어. 그 말이 맞는다면 수수깨끼 대왕도 우리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는 말이잖아.”

“수수깨끼 대왕이 언제 우리에게 수수깨끼를 냈는데? 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석우와 찬이는 서로 바라보았다.

“아니 분명히 있었어. 미르 너도 알고 잇지?”

“맞아, 그리들 생각보다 약은 녀석들이네.”

이렇게 말하는 미르의 눈도 생기를 띄기 시작했다.

“도대체 둘이 뭐라고 하는 거야. 난 아직 모르겠단 말이야.”

“그래, 그래 나도 나도.”

“바보, 미르들의 왕이 우리가 나타났을 때 부른 노래 기억 안나?”

“나지? 그 노래가 왜?”

“그 노래가 바로 수수깨끼인거야.”

“그렇구나! 그럼 그리가 한 말도 이해가되네. 수수깨끼 대왕은 이미 우리에게 수수깨끼를 던져 준 거야. 그것도 두 번씩이나.”

“그럼 뭘 망설여 그 노래 가사를 살펴보면 될 거 아니냐.”

“근데 말이야. 그게 지금 전혀 생각이 안나. 넌 혹시 기억나는 구절 있어?”

“없어. 그냥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지. 아! 이무기인가 뭐가 하는 게 나왔는데.”

“달을 삼킨 뭐였더라?”

“맞다 맞아. 달을 삼킨 두꺼비 맞지.”

“그런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바보들 그렇게 하다간 십년이 걸려도 못하겠다.”

“미르야, 넌 뭐 기억나는 거 없어?”

“있지. 전 부다 기억나는 걸 용들은 너희 사람들보다 훨씬 기억력이 좋단 말이야”

“그럼 진작 좀 알려주지.”

“언제 물어는 봤냐? 지금 보니 기억력도 떨어지는 너희가 수수깨끼를 알아봤자 아무 소용없을 것 같은데?”

“너무해 미르.”

한결이가 미르를 흘겨봤지만 미르는 못 본척하며 수수깨끼 대왕이 부른 노래를 그대로 다시 불렀다.

언제 쯤 계수나무 그늘로
돌아갈거나
백 개의 강에는 슬픔만 흐르고
등잔 밑 숨은 달은
애를 태우네.

이무기 하늘을 날아
불타버린 하늘,
달을 삼킨 아이만
불 속에서 슬피 우네.

“와!  이제 기억난다. 미르 녀석 정말 대단한걸!”

“후암, 됐으면 이제 너희 머리도 좀 굴려봐 난 피곤해서 자야 되니까.”

미르는 말을 끝내자마자 드르렁 코를 골며 자기 시작했다.

“쳇 미르 녀석 얄밉다가도 자는 모습은 귀엽단 말이야.”

찬이가 미르를 보며 혀를 쏙 내밀었다.

“우리도 오늘은 집에 돌아가자. 모두 피곤하잖아.”

“그래 난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아.”

“하하! 역시 석우야.”

“하하하”

삼총사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 삼총사들에게 오늘 하루는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난 날이었다. 온 몸이 쑤시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왠지 좋았다. 삼총사들은 미르가 깰까봐 살금살금 용 분식집 부엌에서 빠져나왔다.  용 분식집 부엌을 조용히 닫으면서 한결이는 미르를 찬찬히 바라 보았다. 미르는 조용히 코를 골고 단잠에 빠져있었다. 아직 달 두꺼비 뼈로 만든 열쇠를 찾지 못했고 수수깨끼조차 풀지 못했지만 한결이는  하루라도 더 미르와 함께 있을 수 잇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했다. 한결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미르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미르, 내일 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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