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회>
“으으…….”
정신을 차린 석우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잠깐 동안 정신을 잃은 것뿐인데 이상하게 몸이 무거운 쇳덩이를 매단 것처럼 무거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동굴의 석순처럼 길고 삐죽하게 생긴 새하얀 돌기둥들이 줄줄이 둘러싸인 것들이 보였다. 하늘은 보라색과 붉은 색이 섞여 있는데 이상하게 파란색 태양과 창백한 달, 그리고 별들이 함께 떠 있었다.
“으, 여기가 어디야. 내가 죽은 건가? 나 좀 누가 도와줘. 한결아, 찬이야!”
“쉿 좀 조용히 좀 해라. 지금 그리들의 수수께끼 왕이 보이기 시작했단 말이야.”
찬이가 핀잔을 주었다. 그러고 보니 한결이와 미르 그리고 찬이는 벌써 일어나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선형 돌기둥을 바라보고 있었다.
“쳇, 그럼 미리 좀 알려주면 안 돼? 창피하게…….”
석우는 툴툴대며 일어나서 다른 친구가 바라보는 쪽에 눈길을 돌렸다. 나선형 커다란 돌기둥이 있는 곳에서부터 석우가 있는 곳까지 끝도 없이 수많은 그리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새하얀 눈이 내린 것 같았다.
“우와! 끝내준다.”
석우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그때였다. 멀리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와 함께 커다란 수수께끼 왕이 서서히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수께끼 왕은 미르보다 더 큰 몸집에 열 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와, 저게 수수께끼 왕인가 보네. 그럼 우린 언제 왕을 만나러 갈 거야?”
석우의 질문이 나오기 무섭게 찬이는 석우의 팔을 세게 꼬집었다.
“아야! 왜 그래? 왜 그러냐고?”
이번에는 한결이가 석우의 입을 막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들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어?”
미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얼굴로 냉기를 확 뿜어서 석우를 얼려버리고 말았다.
“이 녀석은 여기서 질문에 대답을 하면 다시는 집으로 못 돌아간다는 걸 모르는 거 아냐?”
“쨍!”
“에취!”
석우는 몸이 풀렸지만 깜박 잊고 아무질문이나 막 해되던 자신이 창피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 모두 준비 됐으면 가자.”
미르가 삼총사를 태우고 날아왔다. 수많은 그리들이 모여 있는 곳에 미르가 나타나자 그리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수깨끼 대왕의 노래 소리가 들리자 모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언제 쯤 계수나무 그늘로
돌아갈거나
백 개의 강에는 슬픔만 흐르고
등잔 밑 숨은 달은
애를 태우네.
이무기 하늘을 날아
불타버린 하늘,
달을 삼킨 아이만
불 속에서 슬피 우네.
“와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야.”
한결이는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니 몸이 붕 뜨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사는 좀 이상하지 않아. 이무기는 뭐고 달을 삼킨 아인 뭐야?”
미르는 괜히 심술을 부렸다. 미르는 지금 노래보다 달 두꺼비 열쇠를 찾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노래를 멈 춘 그리의 수수깨끼 왕은 천천히 손을 들어 미르와 삼총사 일행을 가리켰다. 그러자 수많은 그리들이 일제히 삼총사들을 바라보았다.
“빨리 물어보자. 달 두꺼비 열쇠에 대해 말이야.”
방금까지 한 마디도 안했던 석우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그래, 그럼 한결이 네가 물어봐. 그래도 그리들하고는 네가 제일 친하잖아.”
“네, 네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미르는 질문을 잘 할 수 있도록 그리들의 대왕 앞으로 더욱 가까이 날아갔다.
“저기, 대왕님, 우린 으 그러니까…….”
“왜 이리 뜸을 드려 빨리 물어봐.”
성격이 급한 찬이가 한마디 했다.
“그러게 왜 나보고 물어 보라는 거야.”
“그리 대왕이고 뭐고 확 집어 삼켜 버릴까 보다.”
미르의 말에 한결이는 화들짝 놀랐다.
“그건 절대 안 돼 우린 부탁하러 온 거잖아.”
“알았어. 그러니까 맘 변하기 전에 빨리 물어봐.”
한결이는 긴장한 탓에 손에 땀이 나고 떨렸지만 용기를 냈다.
“그리들의 대왕님 우, 우린 달 두꺼비 열쇠가 필요해요 열쇠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한결이는 눈을 감고 큰소리를 말했다.
그리들의 수수깨끼 대왕은 뻗을 팔로 한결이를 가리켰다. 나지막하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신은 누구죠?”
“네 저는…….”
“안 돼!”
석우와 찬이의 고함 소리에 한결이는 얼른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하마터면 질문에 무심코 답변을 할 뻔 했다. 대왕의 목소리는 나지막하면서도 부드러워서 멍하니 있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답을 할 것 같았다. 한결이는 다시 한 번 눈을 꼭 감고 수수깨끼 대왕에게 질문을 했다.
“그, 그러니까 달 두꺼비 열쇠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수수깨끼 대왕은 대답 없이 손가락으로 찬이를 가리키며 또다시 질문을 했다.
“당신이 공룡박사라는 건 여기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지요. 당신이 알고 있는 공룡은 모두 몇 가지나 되지요?”
이번엔 찬이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입을 단단히 틀어막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대답하고 싶은 공룡 이름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대왕님! 달 두꺼비 열쇠를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는지 알려줘요.”
한결이가 세 번째로 질문했지만 수수깨끼 대왕은 대답 대신 석우를 손으로 가리켰다.
“배고프겠군요. 초코 맛 젤리 줄까요?”
대왕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석우는 큰소리로 “네!”하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찬이와 석우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제발요. 두꺼비 열쇠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네?”
수수깨끼 대왕은 여전히 아무 답변 없이 손가락으로 미르를 가리켰다.
“나는 미래와 현재 과거를 모두 볼 수 있는 자……. 나는 지금 우돌 영감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 그곳이 어디인지 알려줄까요?”
미르는 수수깨끼 대왕을 노려보다 한마디 했다.
“네 놈의 손가락부터 잘근잘근 씹어 먹어 줄까?”
“미르야, 그만둬.”
한결이는 당황해서 미르를 나무랐다. 그리고는 그리의 대왕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였다.
“죄송합니다. 대신 사과 할게요. 하지만, 우린 정말 달 두꺼비 열쇠가 필요해요. 부탁드립니다. 제발”
이 말을 마치고 한결이는 머리를 숙였다.
그러자 수수깨끼 대왕은 손을 내리고는 커다란 열 개의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훌륭해요. 당신들은 모든 시험을 통과했어요. 수수깨끼를 받을 자격이 있어요.”
말을 마치고 나자 수수깨끼 대왕의 열 개의 눈 중 가운데에 있는 오직 한 개의 눈만 파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야호! 드디어 수수깨끼를 들을 수 있게 됐어.”
삼총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럼 달 두꺼비 열쇠를 찾을 수 있는 수수깨끼를 알려 주겠어요. 그런데 이 수수깨끼는 오직 한사람에게만 말해 줄 수 있답니다. 누가 내 수수깨끼를 들을 거죠?”
“저요!”
찬이와 석우 그리고 한결이가 모두 기쁜 표정으로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미르는 전혀 기뻐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바보들아, 이건 함정이야!”
미르의 고함소리에 삼총사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간에 언덕에선 어떤 질문에도 대답해선 안 돼. 그럼 못 돌아와 명심해 절대 대답해선 안 돼. 명심해!”
삼총사 모두 그리의 당부를 기억해 냈지만 이미 늦었다. 그리고 동시에 시간의 언덕에 있던 모든 돌기둥들이 스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 하얀 돌기둥은 수억 마리의 그리들이었다. 셀 수없이 많은 그리들이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하늘과 땅을 그리들로 메워 나가기 시작했다. 빽빽하게 모여진 그리들 때문에 사방이 온통 하얀 벽에 둘러싸인 것처럼 보였다.
“어떡해, 이제 우리는 집에 못 돌아가는 거야?”
석우가 울음을 터뜨렸다 한결이와 찬이도 무서워서 벌벌 덜기 시작했다.
“젠장 꽉 잡아!”
미르는 있는 힘껏 그리들이 만든 흰 벽을 부딪쳤다. 하지만, 단단하게 변한 그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