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회>
그날 밤, 한결이와 미르 그리고 석우와 찬이는 "용 분식집"의 커다란 부엌에 모여 있었다. 물론 미르와 한결이가 지붕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석우와 찬이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한바탕 소란이 피웠지만 지금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보름달이 뜨기만을 기다리는 참이었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온 대륙으로 가는 문은 어디에 있다는 거야?”
석우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나도 처음 보는 건데,”
석우는 배가 고픈지 주머니 속을 뒤져서 초코 맛 젤리를 찾았지만 불행히도 손끝에는 젤리 껍질만 잡혔다.
“조금 기다려봐 지금 창문에 달빛이 걸려 있는 게 보이지? 달빛 들이 부엌 한 가운데를 비추면 그때 문이 나타날 거야.”
한결이는 지난번에 우돌 영감이 달 두꺼비 뼈로 만든 열쇠를 높이 쳐들었을 때가 생각나서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때 문이 열리고 짠하고 분식집 할아버지가 나타나는 거야?”
“너희에게 일일이 설명하다간 입만 아프겠다. 직접 보면 될 거 아니냐.”
미르가 야단을 치자 삼총사들은 입을 다물고 달빛이 부엌 중앙으로 모여 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조금씩, 조금씩 자리를 옮겨서 중앙으로 향하는 달빛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사실 약간 지루하기도 했다.
“후 암!”
석우가 크게 하품을 하자 찬이도 한결이도 그리고 미르까지 하품을 했다.
“후 암!”
석우가 또 하품을 하자 찬이도 다시 하품을 했다.
“후 암, 너 때문에 계속 따라 하잖아,”
“졸리니까 그렇지. 배도 고프고 …….”
“넌 벌써 배고프냐?”
“가만, 이제 달빛이 거의 가운데로 모이기 시작했어.”
한결이에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석우와 찬이가 눈을 비비고 부엌 한 가운데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사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
“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찬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달빛이 비추는 곳에서 수십만 마리의 ‘그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삼총사들은 너무 놀라 허둥대었고 미르도 멍하게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행히 그리들은 삼총사 일행을 공격하지 않고 모두 벽속으로 사라졌다.
“콜록 콜록!”
이윽고 다시 기침소리가 들리더니 부엌 한 가운데에서 '그리' 한 마리가 퉁 튕겨져 나왔다.
“우이 험해 피, 피이 해라.”
다른 그리들과 달리 이 녀석은 온 몸에 기운이 빠졌는지 마치 물처럼 흐물흐물 거렸다.
“저 녀석 뭐라고 하는 거야?”
“가만 저 녀석, 지난번에 내가 잡았던 ‘그리’잖아.”
한결이는 재빨리 그리에게 다가갔다.
“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괜찮니?”
“용, 검은 용.”
“검은……. 용?”
한결이의 물음에 그리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를 간신히 내뱉었다.
“피해.”
순간 커다란 용의 울부짖음 소리가 부엌 전체에 울려 퍼져나갔다. 삼총사들은 그 소리에 놀라 모두 귀를 막았다. 그와 동시에 검푸른 연기가 달빛 속에서 뭉게뭉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결이는 깜짝 놀라 그리를 냉큼 집어 들고 뒷걸음질을 쳤다.
“무언가 잘못됐어. 이건, 아니야.”
미르도 긴장했는지 매서운 눈을 하고 부엌 주위를 천천히 돌며 검푸른 연기를 노려보았다.
“온다, 검은 용, 온다.”
그리는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한결이도 이마에서 식은땀이 났다.
검은 연기는 부엌 전 체에 가득 차올랐다. 그런데 그것은 연기가 아니라 마치 끈적끈적한 액체 같았다. 한결이와 삼총사들의 몸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손으로 떨쳐 내려고 해도 쉽지 떨어지지 않고 휘감겼다. 삼총사들은 마치 검은 수렁에 빠진 것 같았다. 아이들은 팔을 휘두르며 검푸른 연기 속에서 허우적댔고 미르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 때, 어둠 속에서 번쩍거리는 커다란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우돌 영감님은 어디 있는 거야?”
석우는 뒷걸음을 치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저 녀석, 용이 아니야 용은 저런 냄새가 나지 않는단 말이야.”
“크르릉!”
커다란 붉은 눈이 울부짖자, 미르도 고개를 쳐들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미르야 그만둬.”
한결이는 미르가 걱정되어서 소리 쳤지만 미르는 붉은 눈동자를 노려보더니 이내 검은 연기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