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1) 

 학교에서 수업하는 내내 한결이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하지만, 미르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교실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입김을 뿜어 댔다. 그 바람에 난데없이 재채기를 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교실은 온통 시끌벅적했다.

“미르 녀석, 정말 신나나 봐. 그치?”
“그러게 말이야. 한결이 표정을 봐서라도 좀 적당히 하지. 너무 하는 것 같지 않아?”
“어차피 우리들도 오늘 밤이 지나면 아무 기억도 못한 텐데 뭐. 한결이도 그건 마찬가지잖아.”
“그나저나 넌 그만 좀 먹어라.”
“난 고민거리가 있으면 더 먹는단 말이야.”
“네가 언제 조금 먹은 적이 있었냐?”
“나 참, 지금 이 몸은 미르 환송식을 고민 중이라고.”

석우는 무언가 거창한 일이라도 생각해 냈는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환송식?”
“그래, 앞으로 미르를 보지 못 할 테니까 뭔가 기념할 만한 이벤트를 열자는 거지. 어때? 내 생각 멋지지 안 그래?”
“너, 먹는 생각만 아니라 좀 괜찮은 생각도 하는구나. 그래 어떻게 할 계획인데?”
“그건 아직 생각 못했어. 
 

석우는 초코 맛 젤리를 또 하나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뭐라고?”
“그러니까 고민 중이라는 거잖아.”
“나 참, 널 믿은 내가 바보지.  ”
“그래, 생각났다! 우리가 그리들을 잔뜩 잡아서 주는 건 어때? 미르 녀석 그리들 엄청 좋아하잖아.”
“지난번에 된통 당한 거 기억 안 나? 이번에 그 놈들이 널 잡아먹으려고 덤벼들걸?”
“그, 그럼. 그건 취소, 취소!”
“네 이 녀석들 또 수업 중에 잡담이냐!”

담임선생님의 호통에 두 친구는 움찔했다. 결국, 두 친구는 복도에서 벌을 설 수박에 없었다.

“너희는 벌을 안 설 때가 도대체 언제냐?”

복도를 꽉 채울 만큼 커진 미르가 스르르 지나가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쳇, 우린 우리 나름대로 중대한 계획을 짜고 있었단 말이야.”
“헤……. 너희 바보들이 무슨 계획이냐.”
“그, 근데 미르야, 너 어디가는거야?”
“어디가긴 지금부터 난 한 시간 동안 자유 시간이란 말이야. 아침에 본 구미호나 사냥하러 갈 거야. 왜 너희가 미끼라도 되어 주게?”

석우와 찬이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냐? 헤어지는 마지막 날인데 자유 시간까지 꼬박꼬박 챙기고 으이그, 얄미워 죽겠어.”

 석우가 사라져가는 미르를 보며 눈을 흘겼다.

“미르 성격이 원래 그런 거 잘 알잖아 그보다 지금이 기회야. 기회!”
“기회? 무슨 기회?”
“환송식 말이야 . 미르가 돌아올 때까지 1시간 동안 준비하는 거야.”
“하, 하지만, 아직 계획도 다 세우지 못했잖아.”
“내게 생각이 있어 멋진 환송식이 될 거야. 두고 봐” 
 

찬이의 틀림없다는 듯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
                                                    

“난 싫어.”
“엥! 왜 ? 왜 싫다는 거야?”
“나 그런 거 하면 괜히 눈물 나온단 말이야.” 
 

한결이는 찬이의 제안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하자, 오늘 밤이면 미르 녀석이 누구였는지도 다 까맣게 잊어버린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래, 한결아. 빈 교실에서 깜짝 환송회를 한다! 오늘같이 선생님이 출장 가는 날이 아니면 할 수 도 없는 이벤트란 말이야.”
“…….”
“한결아 하자. 응? 이제 30분밖에 안 남았어. 우리가 있는 돈으로 과자 좀 사올 테니까 넌 교실에서 칠판 좀 꾸미고 하고 싶은 말도 쓰고 그럼 되잖아. 응? 하자 응?”
“아, 알았어.”

찬이와 석우가 계속해서 재촉하자  한결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한결이도 미르를 그냥 보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난번에  담임선생님 생일 파티 했던 거 생각나지 ? 그때 신철이하고 아이들이 했던 것처럼 창문도 안보이게 가리고 혹시 누가 들어오면 안 되니까. 우리가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갈게. 알았지?”

“알았어.”
“그럼 우린 빨리 다녀올게.”

석우와 찬이는 부리나케 교실을 빠져나갔다.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