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또 며칠이 지난 아침, 예전 같이 삼총사들은 지각이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터벅터벅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등굣길의 삼총사들은 모두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 보였다. 다른 날처럼 미르와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주고  받지도 않았고. 미르도 이상하게 오늘따라 얌전해 보였다.

“오늘이네.”

한결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석우와 찬이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오늘은 바로 우돌 영감이 돌아오기로 한 보름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게, 오늘이야.”

석우도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쳇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난 아직 백악기 시대 공룡 중에 변해보지 못한 공룡도 꽤 되는데…….”

찬이는 아쉬운 듯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 보았다.

“맞아, 나도 집에 있는 물건 반도 맛을 못 봤어. 한결아 너도 아쉽지?”

석우는 입맛을 다시며 한결이에게 말했다. 석우의 말에 한결이는 미르를 슬쩍 바라보았다.  미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유유히 한결이 옆을 날고 있었다.

“아, 아니 난 안 아쉬워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제 미르를 못 만날 뿐만 아니라 미르나 "용 분식집"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야,  오른쪽 방향에서 구미호 한 마리 온다.”

찬이가 뒤를 흘낏 보고 화들짝 놀라 친구에게 속삭였다.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반대편 구멍가게로 시선을 돌려 짐짓 물건들을 보는 척 했다. 소복을 입고 아홉 개 달린 꼬리를 출렁거리며 한 마리 구미호가 삼총사와 미르를 스쳐서 멀리 사라지자 아이들은 동시에 한숨을 내 쉬었다.

“녹두 군사나 닷발 괴물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네. 어제 디카로 티라노로 변한 내 모습을 찍으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어.”

찬이가 보여준 사진에는 무언지 모르는 뭉툭한 것만이 보였다. 석우는 그 사진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게 뭐냐?”

“티라노의 꼬리야. 후, 혼자 찍으니까 이것 밖에 안 나오네.”

찬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작, 알려줬으면 내가 도와주었을 텐데.”

“그러게. 어제 저녁 전까진 사진에 남기겠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거든. 그런데 우리가 용 비늘 토해 내면 이 사진도 기억 못하지 않을까?”

“…….”

“뭐 어때, 우린 예전처럼 바보 삼총사로 돌아가면 되잖아.”

“그래 맞아.”

“그래…….”

삼총사들은 일부러 크게 목소리를 냈지만 하나도 즐거워 보이진 않았다.

“미르야 넌 기분이 어때?”

석우는 미르를 흘낏 보며 물었다.

“어떻긴, 바보들하고 열흘 넘게 있으려니 좀이 쑤셨는데 이제 해방이니 얼마나 신나겠냐?”

이렇게 말하고는 미르는 갑자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미르의 몸은 이내 커져서 구름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까칠한 건 여전하네. 미르는.”

“그러게 .”

“그런데, 한결아, 한결……?”

찬이는 한결이에게 눈길을 돌리다가 그만 한결이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발견하고 말문이 막혔다.

“저 모습, 이제 다신 볼 수 없겠지?”

한결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 높이 올라간 미르는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단지 미르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멀리서 들려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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