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1) 

“찬이야 제발 정신 차려. 찬이야! 나야, 한결이야. 우리 삼총사잖아 삼총사!”

한결이는 이 모든 게 자기 탓인 것 같아 눈물이 왈칵 났다. 다급해진 한결이는 몸을 찬이 쪽으로 더욱 기울였고 그만 미르의 등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으악!”

한결이는 떨어지면서 찬이의 목을 움켜잡았다. 자기 등 뒤로 무엇인가가 목을 잡고 늘어져 있자 찬이는 더욱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개를 펄럭 거렸다. 그 바람에 한결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한결이는 찬이의 목을 놓지 않았다.

“찬이야! 부탁이야 제발, 부탁이야.”

그때였다. 한결이의 손에서 점점 푸르스름한 광채가 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처음엔 작은 불빛이었지만 마치 물이 드는 것처럼 찬이의 몸 전체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찬이의 몸도 점점 줄어들었다. 날카로운 부리와 큰 날개도 찬이의 개구쟁이 얼굴과 팔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봐, 한결아, 찬이가 변하고 있어. 이제 사람으로 돌아왔어.”

 미르의 외침에 한결이도 놀라서 찬이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었다.  손도 얼굴도 모두 개구쟁이 찬이의 모습이었다. 

“내가 간다. 기다려!”

그대로 추락하는 찬이와 한결이를 미르가 어느새 날아와 등에 태웠다.

“찬이야! 찬이야!”

한결이는 정신을 잃은 찬이를 흔들어 깨웠지만 찬이는 움직임이 없었다.

“괜찮을 거야. 잠시 기절한 거 같으니까.”

“휴, 다행이다. 그런데 아까 내가 뭘 한 거지? 내 손에서 이상하게 푸른빛이 나왔어.”

한결이는 신기한 듯 자기 손을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그게 네 능력인가 봐.”

“내 능력?”

“그래, 지금은 설명할 시간 없어. 봐봐, 저기 석우가 미끄럼틀도 다 먹어치우려 하고 있단 말이야.”

미르의 말에 놀라 주변을 살펴보니 철봉을 먹어치운 석우가 미끄럼틀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안 돼! 석우야.”

한결이는 석우를 밀치고 미끄럼틀 앞을 가로막고 섰다. 사실 한결이는 찬이가 사람으로 돌아온 것이 어떻게 해서 가능했는지 그리고 석우에겐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한결이에게는 석우를 막아야 한다는 간절한 생각밖에 없었다,

“석우야, 이제 네 모습으로 돌아와 제발, 부탁이야!”

그 순간 한결이의 양손이 또 파랗게 빛났다. 손에서 마치 공기를 물들이는 듯 번져가는 푸른빛은 석우를 천천히 둘러쌌다. 그러자 석우도 움직임을 멈추고 그 자리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아아, 배불러! 잘 먹었다.”

석우는 마치 잠꼬대를 하는 것처럼 중얼거리더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한결이도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서 스르르 미르에게 기댔었다. 그렇지만 기분은 너무 좋았다.

“고마워, 모두 다시 돌아와서 정말 고마워.”

긴장이 탁 풀린 한결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2) 

 

“오늘 반성문 쓰고 청소하는 것 있지 말아야 한다. 알겠니?”

선생님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체육시간 동안 사라진 것과 준태 얼굴에 낙서를 해서 깨어난 준태를 놀라자빠지게 한 일 때문이었다.

“야, 그러니까 내가 익룡이 되었단 말이지?”
“응.”

“아쉽다 그때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찬이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런 소리하지 마, 너 땜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래도 말이야 커다란 아나콘다나 뭐 그런 걸로 변하면 얼마나 멋져. 안 그래?”

찬이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찬이의 몸은 어느새 아나콘다로 변해 있었다.

“우왁! 또 야?”

 한결이는 깜작 놀라 손에 힘을 주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손에서 아무런 빛도 나오지 않았다.

“걱정 마, 난 지금 멀쩡해. 전하고 다르단 말이야.”

아나콘다가 된 찬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야호! 이거 신나는데? 난 뱀의 제왕 아나콘다다!”

찬이는 책상 사이를 유유히 미끄러져 갔다.

“저 녀석, 자기 능력이 무슨 놀이용인 줄 아나?”

미르는 못마땅해서 콧바람을 냈지만 즐거운 듯 보였다.

“아야!”

어느 순간 찬이는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찬이는 그런 줄 모르고 그냥 일어나다가 책상에 머리를 박은 것이었다.

“뭐야, 금세 사람으로 돌아오잖아. 이번엔 다른 걸로 변해 볼까?”

찬이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공룡인 벨로시렙터로 변했지만 그것도 5분이 지나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쳇 겨우 5분밖에 안 되잖아.”
“그래도 안 돌아오는 것 보다 나아. 그게 다 한결이 덕분인 줄이나 알아”

미르가 푸륵 푸륵 냉기를 내뿜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한결이 덕분이라고?”
“그래, 네가 보기엔 한결이는 다른 사람이 가진 마법을 조절해 주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
“그게 내 능력?”

한결이는 신기하다는 듯이 자기 두 손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래서 지금까지 아무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인 걸 거야.”
“뭐 그건 그렇고 너무 배고프지 않냐?”
“야, 컴퍼스 좀  그만 뜯어먹어!”

미르가 핀잔을 주었지만 석우는 씩 웃을 뿐이었다.

“컴퍼스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어. 이것 봐, 연필, 지우개……. 맛이 다 달라.”
“그게 그렇게 먹고 싶냐?”

찬이는 황당하다는 듯이 석우를 흘겨보았다.

“아무거나 먹을 수 있는 게 내 능력인데 어쩌겠어. 안 그래? 이번 기회에 세상의 모든 물건을 맛 볼 거야.”
“어이구, 할 말 없다.”

찬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러다 저녁때까지 청소 못하겠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야지 오늘 너무 피곤하잖아.”

한결이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엉뚱한 능력들이지만 한 가지 이상한 능력이 생긴 탓인지 아이들은 모두 기분 좋게 청소를 할 수 있었다.

“어라, 이 얼룩은 왜 이리 안 지워져.”

석우가 땀을 흘리며 마룻바닥의 크고 검은 얼룩을 닦았지만 마룻바닥의 얼룩은 그대로였다.

“뭔데 그래? 어? 이건 얼룩이 아니라 탄 것 같은 데.”
“그러게, 그런데 탄 모양이 무슨 손자국 같지 않아?”
“그렇게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언제 여기가 불에 탄 거지?”
“준태 녀석 만날 라이터 가지고 다니던데 방화범 흉내라도 낸 거 아니야?”
“그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아.”
“오늘 준태 얼굴은 정말 최고였지?”
“그럼! 찬이의 최고 작품이었어.”
“하하하!”

삼총사들과 미르는 모두 큰소리로 웃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삼총사의 웃음소리만 크게 울려 퍼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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