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오늘은 뜀틀 시험 있는 거 알고 있지요? 모두 지금까지 연습한 만큼 실력이 나오길 기대할게요. 그런데 준태는 왜 안 보이는 거죠?”
“선, 선생님 준태가 돌이 됐어요.”
광철이가 놀라서 커진 눈으로 말했다. 당황한 찬이는 황급하게 광철이의 말을 가로 막았다.
“그, 그게 아니라 준태가 열이 많다고 해서 양, 양호실에 갔어요.”
“그 녀석, 시험 보기 싫어서 꾀병 부리나……. 좋아요. 아무튼 오늘은 1번부터 시험 볼 테니까 우선 10분 동안은 준비운동을 하겠어요.”
“휴 간신히 둘러댔네.”
찬이는 석우와 한결이를 보며 씽긋 웃었다.
“나도 긴장했나봐. 너무 긴장했는지 배고파서 매트라도 먹고 싶은 지경이야.”
“이 먹보야. 그러니까 네가 살이 찌는 거야”
“그나저나 너 얼굴이 좀 길어진 거 같다. 원래 네가 얼굴이 이렇게 길었나?”
한결이가 길어진 찬이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무슨 소리야 난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어릴 적 별명은 수박이었단 말이야.”
찬이는 자기 머리를 가리키다가 길어진 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 내 손! 내손이 왜 이러지?”
“뭘 놀래, 드디어 시작됐는데.”
어느 틈엔가 미르가 나타나 한결이 어깨 위에 내려앉으며 한마디 했다.
“시작되긴 뭐가 시작돼?”
“내가 말 했잖아. 용 비늘을 먹은 사람들은 12시간 안에 한 가지씩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고 .”
“맙소사 그럼, 지금 내가 이상한 걸로 변한다는 거야?”
찬이는 깜작 놀라서 펄쩍 뛰었다.
“난 아무런 능력 같은 거 없었잖아.”
한결이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미르는 냉기를 내뿜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네가 이상한 거라고 말했잖아.”
“그,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해”
“지금으로선 그냥 어떻게 변할지 두고 봐야지. 뭐로 별할지 모르지만. 후후. 그게 초코파이가 되는 능력이라면 큰일이 날 걸? 저기 봐. 먹보 석우가 뭘 하고 있는지.”
미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석우가 앉아서 기계체조 매트를 뜯어먹고 있는 게 보였다.
“이런, 석우야! 매트를 먹으면 어떻게.”
“배고파, 배고파!”
한결이가 간신히 석우를 매트에서 떼어 놓았다. 하지만, 석우에게는 한결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안 되겠다 빨리 이곳에서 나가야 해. 아이들이 알면 난리 날게 분명해.”
“나 점점 다리가 길어지는 것 같아. 어떡해 한결아!”
“안되겠다. 우리가 빨리 시험보고 운동장이라도 나가야겠어. 저 선생님!”
“무슨 일이지?”
“시험 저희가 먼저 보면 안 되나요?”
“그래? 벌써 준비가 끝났단 말이니?”
“네, 그리고 세 명 다 화장실이 급해서요.”
한결이는 자기 실내화를 먹고 있는 석우를 간신히 설득시켜서 선생님 앞에 세웠다.
“사실 너희는 맨 마지막에 할 줄 알았는데……. 아무튼 좋아. 그럼 먼저 시험 보도록 해."
"저 먼저 볼 게요. 선생님.”
찬이는 체육복으로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뜀틀의 구름판에 발을 디뎠다.
“자세가 똑바로 돼야지. 자세가! 어?”
선생님이 깜짝 놀라신 것도 당연했다. 찬이가 뜀틀을 2미터 가까이 뛰어오르며 가뿐히 넘었기 때문이었다.
한결이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석우를 끌어왔다.
“자, 그럼 이번엔 석우 차례에요.”
한결이는 자기 체육복을 반이나 먹고 있는 석우를 끌고 와서 뜀틀을 뛰어 넘게 했다. 석우가 뜀틀을 넘는 건 불가능해 보였지만 다행이 미르가 잠시 커져서 석우를 입으로 물고는 뜀틀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얏! 이 녀석 내 수염을 먹어치우려고 하고 있어! 확 잡아먹어 버릴까 보다.”
한결이는 미르를 달래고 나서 자신도 정신없이 뜀틀을 넘었다. 그리고 세 친구와 도망치듯 체육관을 빠져 나왔다.
“헉헉!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미르야! 난 어떡해!”
“나도 몰라. 내가 그래서 자기 스스로 책임지는 거라고 했잖아.”
“키익, 키익, 나 이상해. 나 몸이 이상해”
찬이의 얼굴이 거의 세배만큼 길어지고 다리도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배고파! 배고파!”
석우는 어느새 운동장 철봉대에 매달려서 철로 된 철봉대를 먹기 시작했다.
“석우야, 그만둬!”
한결이가 달려가 석우를 말렸지만 석우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키이익! 키이익!”
그때였다. 찬이가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결이는 찬이를 보고 깜짝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어느새 찬이는 한 마리 커다란 익룡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맙소사!”
“위험해!”
미르가 순식간에 날아와 찬이를 물고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덕분에 한결이는 간발에 차로 익룡으로 변한 찬이의 날카로운 부리를 피할 수 있었다.
“저 녀석, 지금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어.”
“그럼 어떡해! 찬이는 앞으로 저렇게 공룡으로 계속 살 수밖에 없는 거야?”
“나도 몰라. 그래서 내가 책임지랬잖아. 이런, 석우 녀석은 지금도 끊임없이 먹어 대는군.”
“우왕, 난 몰라 어떡해!”
“일단 "용 분식집"으로 돌아가자. 거기 가면 무슨 방법이 있을지 모르잖아.”
“안 돼, 이대로 나두고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바보, 그럼 어쩌란 말이야.”
“내가 이야기를 해볼게. 찬이도 석우도 내 친구니까 말해보면 정신을 차릴 수도 있잖아.”
“말도 안 돼. 널 공격한 걸 보고도 몰라?”
“그래도 찬이와 석우는 내 친구야. 내가 어려울 때 늘 곁에 있었단 말이야, 지금 나 혼자 떠날 수 없어.”
한결이의 눈물이 차가운 미르에 등에 뚝뚝 떨어졌다.
“좋아 알았어.”
“고마워 미르야. 우선 찬이 몸 쪽으로 가까이 가줘. 거기서 이야기를 해 볼게.”
“좋아 꽉 잡아.”
미르는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가는 찬이를 쫓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찬이야! 정신 차려 찬이야!”
“키이익! 키이익!”
“좀 더 가까이, 가까이 가줘.”
“젠장, 그러다 부리에 찍혀 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난 부리로 쪼이기 싫단 말이야.”
미르는 구시렁거리면서도 다시 몸을 돌려 찬이에게로 달려들었다. 한결이는 몸을 최대한 길게 빼고 찬이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찬이의 대답은 키익, 키익 하는 울음소리뿐이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