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회>
“야, 빗자루와 쓰레받기는 왜 가지고 온 거냐? 청소 할 일 있니?
찬이가 석우가 가져온 것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는 너는 대걸레를 가져왔잖아.”
석우가 찬이의 대걸레를 가리키자 찬이의 얼굴도 붉어졌다.
“그, 그거야 걸레를 빼고 봉만 들고 오면 선생님이 이상하게 보실 게 아냐?”
“그만들 싸워. 지금은 그리를 한 마리 발견하는 게 더 중요하단 말이야.”
“그래, 그래. 그럼 우리 구령대 위에 올라가서 보자. 그 쪽이 더 잘 보일 것 아냐?”
석우의 말에 삼총사들은 모두 구령대로 올라갔다. 한 여름의 태양은 운동장을 뜨겁게 비추고 있었다. 한결이는 두꺼운 옷을 모두 벗고 나왔지만 땀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도대체 미르는 어디 간 거야? 이 녀석 정말!”
한결이는 화가 났지만 지금은 별 수 없었다. 이제는 운동장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그리들을 찾으려고 이곳저곳을 살펴볼 밖에.
“후! 너무 덥다. 태양이 마치 우리를 다 태워 버리려는 것 같지 않냐?”
“봐, 놀러 나온 아이들도 어제에 반도 안 되잖아.”
“이렇게 더운데 요새 우리 동네에서 불을 지르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며?”
“아, 그 방화범 이야긴 나도 들었어. 놀이터 골목이 그놈 때문에 새까맣게 탔데.”
“좀 조용히 할 수 없겠어? 너희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단 말이야.”
한결이의 목소리가 날카로워 지자 석우와 찬이는 입을 다물었다.
“거 봐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잖아.”
“내가 뭘?”
“석, 석우야. 찬이야!”
“왜?”
“나타났어.”
“뭐 말이야? 그리라는 괴물? 아니면 그 말썽쟁이 용?”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다른 거야. 지금 우리 쪽으로 오고 있어.”
한결이는 너무 놀라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저 녀석이 내가 자기를 볼 수 있다는 걸 눈치 채면 끝장이야.”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응?”
석우도 놀라 허둥대었다.
“나에게 그냥 아무 이야기나 해봐. 빨리 ”
한결이는 재빨리 석우에게 눈을 맞추었지만 점점 다가오는 괴물을 흘끗 흘끗 볼 수밖에 없었다.
“음 그러니까 음 넌 초코 맛 젤리 좋아하니?”
“아, 아니 난 싫어.”
“그럴 수가 넌 참 이 상 한 애 구나.”
“아 하하하”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한결이는 얼굴엔 식은땀이 삐질 삐질 났다. 악어 같은 주둥이에 뚱뚱한 몸을 한 푸른색 괴물이 어기적거리며 지나가다가 한결이를 쓰윽 쳐다보고는 고개를 내밀고 갸우뚱거렸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훅훅 뿜는 고약한 입김이 한결이의 목에 닿았다. 한결이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사방에서 썩은 물 냄새가 풍겨왔다. 한결이는 속이 거북해져 참기가 힘들었다. 괴물은 한결이를 한참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학교 뒤뜰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괴물이 멀어진 것을 흘끗 본 한결이는 크게 한 숨을 쉬었다.
“휴우! 후우! 나 지금 숨을 제대로 못 쉴 것 같아. 죽을 것 같아.”
“간 거야? 그 괴물 가버린 거야?”
“그래, 악어인간처럼 생긴 흉측한 놈이었어. 아마 날 발견했으면 잡아먹고도 남았을 거야.”
“잠깐 그 괴물, 어떻게 생긴 거야?”
찬이는 한결이의 설명을 듣고는 흥분해서 소리쳤다.
“와! 정말 그게 사실이야? 우리를 스쳐지나간 괴물은 바로 닷발이란 괴물이야 닷발!”
“뭐야? 공룡만 아는 게 아니라 그런 요괴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거야?”
“그럼, 내 전공은 공룡, 요괴, 괴수, 기타 등등이라고. 닷발이 진짜 있다는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그 괴물은 순한 거야? 사람 같은 거 잡아먹고 그런 건 아니지?”
“아니, 사람을 잘 잡아먹어 우리나라 옛 이야기에 부모와 동생을 잡아먹은 닷발괴물을 처치하는 아이 이야기도 있다니까.”
“그럼, 그런 무시무시한 괴물이 우리 옆을 지나갔단 말이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삼총사들은 몸이 덜덜 떨렸다.
“빨리 그리들을 찾아보고 들어가자. 혹시 이상한 괴물들이 또 나타나기 전에 말이야.”
삼총사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서로 손을 꼭 잡았다. 그때였다. 한결이의 눈에 문득 그네를 타는 아이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다. 아이의 움직이는 그림자 속에 무엇인가가 깜빡이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바로 그리의 커다란 눈이었다.
“저기, 보인다. '그리' 한 마리가 보여.”
한결이는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그리를 가리켰다. 석우와 찬이는 들고 있던 대걸레와 빗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