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꿀꺽!”
“음, 역시 ‘그리’들은 통째로 삼켜야 제 맛이야.”
아주 즐거운 듯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한결이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내가 살아 잇는 건가?’
한결이는 눈을 살며시 떴다. 희미하게 뜬 눈 사이로 커다란 용이 푸른빛을 빛내며 무엇인가를 연방 짚어 삼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좀 전까지 한결이를 쫓아왔던 눈알 괴물들이었다. 수많았던 괴물들은 벌써 잽싸게 도망을 쳤는지 아니면 용이 다 잡아먹었는지 주변에서 허둥대며 도망치고 있는 놈들 빼고는 징그러운 눈알 괴물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너 한결이지? 어제 영감한테 용 튀김 얻어먹은 꼬마……. 맞지?”
용은 입맛을 다시며 잡아먹을 듯 한 무서운 눈으로 한결이에게 말했다. 한결이는 용과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엄마야!”
“겁먹지 마. 난 사람 같이 맛없는 건 안 잡아먹으니까.”
연방 푸른 냉기를 콧구멍에서 내뿜으며 용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하지만, 한결이는 좀처럼 얼굴을 들 수 없었다. 한결이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런데 왜 날 쫓아다니는 거야?”
“그거? 그거야 영감이 널 쫓아가라고 했으니까. 잠꾸러기 영감이 네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도 한 참 후에나 일어났거든”
용은 마지막 남은 눈알 괴물을 꿀꺽 짚어 삼키며 말했다.
“난 그냥 할아버지가 용 튀김을 줘서 먹었을 뿐이야. 난 잘못 없어”
한결이는 용을 보고 놀라 다시 몸을 움츠렸다.
“넌 정말 겁이 많구나. 네가 삼킨 건 용 튀김이 아니라 용의 비늘이야.”
“용의 비늘?”
“그래, 용의 비늘을 삼킨 사람은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겨.”
“그, 그럼 내가 이상한 괴물들하고 너를 볼 수 있는 것도?”
“그래, 그리고 네가 말한 이상한 괴물들은 ‘그리’라고 불러 내가 즐겨 먹는 간식거리지.”
용은 입맛을 쩍쩍 다셨다.
“그 녀석들……. 날 잡아먹으려고 했어.”
한결이는 새까맣게 몰려들던 ‘그리’들이 떠올라 몸서리를 쳤다.
“바보, ‘그리’들은 사람들을 해치지 못해. 그냥 장난을 친 것뿐이야. 하지만, 만약 구미호나 녹두군사 같은 고약한 요괴들이 널 발견했다면 그땐 정말 끝장이었을 걸.”
“구, 구미호?”
“그래, 그 요괴들은 인간이 자기를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널 가만두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야. 그래서 그전에 널 지키라고 날 보낸 거야. 우린 다음 보름달까진 함께 있어야 하니까.”
“보름달까지 너하고 함께 있어야 한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한결이는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너 설마 그 영감이 그냥 친절해서 용 튀김을 공짜로 주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 그럼 나에게 뭘 바라는 건데?”
한결이는 용의 말에 조금 겁이 났다.
‘무서운 할아버지가 내게 친절하게 대해준 것도 그 때문인가?’
“자세한건 그 영감에게 들어. 곧 영감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테니까.”
“그 할아버지가 도대체 나를 왜 보겠다는 거야?”
“참, 귀찮게 뭐 그리 질문이 많아!”
푸른 용은 한결이에게 입김을 훅 하고 불었다. 그러자 온 몸에 살얼음이 끼는 것 같이 차가워졌고 갑자기 재채기가 나왔다.
“에, 에취!”
“후후! 이거 재미있는데?”
용은 한결이에게 다시 입김을 불었다. 그러자 한결이는 다시 재채기를 하였다.
“에취, 에취!”
“우와 이거 정말 웃긴다!”
용은 재미나다는 듯이 계속해서 한결이에게 입김을 불었고 한결이는 계속 재채기를 해댔다. 이가 덜덜 떨리고 손발이 차가워졌다. 이제는 콧물까지 흘러 나왔지만 용은 멈추지 않았다. 한결이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한결이는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꽥질렀다.
“그만둬 이 고약한 놈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