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그냥 몰래 달아날까? 안 돼. 비 오는 걸 봐 저 속을 뚫고 갈 순 없어. 어쩌지? 어쩌지?’

 한결이가 이렇게 안절부절 하는 동안 주방에서는 조금씩 향기롭고 먹음직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그 냄새는 맛있게 구운 갈비 냄새보다도 향긋한 아이스크림보다도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한결이는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흐음……. 냄새는 정말 좋다! 너무 맛있는 냄새야.’

 한결이는 자기도 모르게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불안한 마음이 차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결이는 색색의 은은한 조명들 사이로 보이는 "용 분식집" 내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윽고 한결이에게 어제 이곳에 왔을 때는 관심 있게 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식탁과 의자의 다리는 용의 발 모양을 닮았고 물 컵이나 그릇 바닥에도 푸른 용과 붉은 용이 그려져 있었다. 심지어 식탁 한 쪽에 있는 이쑤시개 끝도 용머리처럼 보였다.

 ‘주인 할아버지가 정말 용을 좋아하나봐 그나저나 먹을 건 언제 나오는 거야? 킁킁 냄새는 정말 좋다.’

 한결이가 향기로운 냄새를 들이마시려고 심호흡을 힘껏 할 때 마침 접시를 들고 오는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한결이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하하, 냄새가 좋죠. 용 튀김 요리는 맛도 좋답니다.”

 드디어 한결이 앞에 용 튀김을 담은 접시가 놓였다.

“이, 이게 다 인가요?”

 그런데 분식집 안을 가득 채우던 냄새와 달리 접시 위에는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주사위 크기 정도의 작은 조각 하나만 덜렁 있을 뿐이었다. 물론 색깔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몹시 배가 고픈 한결이는 너무 작은 양 때문에 실망 했다.

“하하, 너무 작아서 실망했나요? 걱정 말아요 용 튀김은 한 조각만 먹어도 배가 부르답니다. 게다가 이  용 튀김은 한 조각, 한 조각 먹는 사람에 따라 맛도 모양도 다 다르게 느낀답니다. 그래서 한 조각 먹으면 더 먹고 싶어지죠. 자, 한번 먹어보세요.”

 주인 할아버지의 재촉에 한결이는 조심스레 젓가락으로 용 튀김 조각을 콕 찍었다. 그러자 젓가락이 그만 용 튀김 속으로 쑤욱 들어가 버렸다. 주사위 크기 밖에 안 되는 용 튀김 조각에 젓가락이 절반이나 들어가다니! 한결이는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이거?”

 하지만, 주인 할아버지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하하 용 튀김은 매우 부드러워서 살짝 들어 올려야 해요. 젓가락 대신 그냥 손가락으로 집어보세요.”

 한결이는 주인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용 튀김 조각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손가락 끝에 묵직하고 따뜻한 느낌이 전해졌다. 한결이는 한껏 기대에 차서 손끝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어? 이거 굉, 굉장히 무거운데?”

 조그만 용 튀김 조각은 마치 무거운 바위라도 되는 것처럼 꼼짝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하, 한손으로 못 들 걸요. 들어 올리려면 두 손으로 사용해서 힘을 줘요. 그렇지, 그렇지!”

 주인 할아버지의 응원소리에 맞춰 한결이는 두 손으로 간신히 용 튀김 조각을 들어 올렸다. 아까까지 젓가락이 푹 들어갈 만큼 부드러운 튀김 조각이었는데 이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느새 딱딱해져서 무거운 바위처럼 변하다니! 용 튀김을 두 손으로 힘겹게 들어 올리는 동안 한결이의 이마엔 벌써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하, 자, 이제 다 됐어요. 입 속에 넣기만 해도 사르르 녹을 거니까 힘내요!”

 주인 할아버지의 웃음소리와 함께 한결이는 힘들게 들어 올린 용 튀김 조각을 입에 넣었다.

“.....?”

 그 순간 놀랄만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용 튀김 조각이 솜사탕처럼 스르르 입속에서 녹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입 안 가득 달콤한 향이 가득 찼다. 그 맛은 한결이가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고 달콤했다. 한결이는 너무 맛이어서 숨이 막힐  뻔했다.

“우와! 정, 정말 맛있어요.”

“그렇죠? 용 튀김은 한 번 먹으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했잖아요.”

 주인 할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거 한 조각 더 없어요?”

 한결이는 주인 할아버지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세상 모든 것에 관심 없는 한결이었지만 용 튀김의 맛은 한결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아쉽게도 오늘은 이 한 조각 밖에 없네요. 나중에 저희 집에 오시면 다시 드셔보세요”

 한결이는 아쉬운 듯이 입맛을 쩍쩍 다셨지만 별수 없는 일이었다.

“오, 이제 비가 그쳤군요.”

 주인 할아버지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창밖을 가리켰다. 어느새 비는 이미 그쳐, 밖에는 풀벌레 소리만 들여왔다.

‘몇 시지?’

 한결이는 무심하게 분식집 시계를 올려보다 깜작 놀랐다. 시계가 벌써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결이가 한 일이라고는 용 튀김 한 조각을 먹은 것 밖에 없는데 벌써 4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리다니!

 “와, 늦었다 늦었어!”

 한결이는 허둥지둥 책가방과 신주머니를 챙겼다. 한 번도 밤 10시까지 밖에서 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결이는 살짝 겁도 났다.

“이런, 시간이 벌써 10시 군요. 부모님들이 걱정하시겠어요. 빨리 집에 가세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 분식집 많이 이용해 주시고요.”

 주인아저씨가  허허 웃었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한결이는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정신없이 집으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밖은 어두컴컴하고 겁도 났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풍선처럼 날아 갈 것 같았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관심이 전혀 없던 한결이었지만 오늘 사건은 정말 특이하고 특별한 경험이었기 때문이었다.

‘내일 아침에 석우와 찬이에게 자랑해야지!’

 한결이는 도움닫기를 하며 정말 풍선처럼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야호!”

 오랜만에 한결이의 목소리도 덩달아 하늘 높이 떠올랐다.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