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회>
삼총사들은 평소처럼 교실 창가 쪽에 모여서 조용히 점심을 먹고 있었다. 찬이는 누가 듣든 말든 알로사우루스의 습성에 대해 한참 늘어놓았고 석우는 입에서 밥풀을 튀어 나오는 것도 모른 채, 연방 “야, 이거 맛있다. 끝내준다.”며 숟가락질을 했다. 한결이도 찬이의 말에 “응, 그렇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 관심 없는 표정으로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어이구, 아무것도 못하는 세 바보가 밥도 미련하게 먹는구나.”
어제저녁 숨겨놓은 30점짜리 과학 시험지를 들키는 바람에 아버지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던 준태는 그 분풀이 상대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다 삼총사를 발견한 것이다.
준태는 책상 다리를 툭툭 치며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시비를 걸었다. 그 바람에 식판이 들썩거렸다.
애당초 한결이는 선생님이 큰소리로 야단을 치셔도 아무 반응이 없는 아이기 때문에 준태가 무슨 말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다. 그것은 석우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점심급식은 맛있는 참치 김치찌개였기 때문이다. 석우는 연방 숟가락질을 하며 밥을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준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찬이는 달랐다. 찬이는 이번 과학 시험에서 준태보다 두 문제나 더 맞았기 때문이다. 준태 녀석보다 10점이나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녀석에게 바보라고 놀림을 당하다니, 그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흥 그러셔? 그러는 넌 얼마나 똑똑하기에 과학 점수가 30점도 안 된 거냐. 응?”
찬이의 말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으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지만 일그러진 준태의 얼굴을 보고 모두 웃음을 뚝 그쳤다. 그러나 준태의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다. 준태는 씩씩대며 말했다.
“뭐? 너, 오늘 점심을 잘못 먹었냐? 겁쟁이 녀석들이 오늘 정말 죽고 싶은가 보지?”
준태는 반에서 주먹이 가장 세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물론 찬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찬이는 이상하게도 준태에게 맞서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생겼다.
“흥, 우린 너보다는 겁쟁인 아니거든. 너 어제 "용 분식집"에서 용 튀김 주문한다고 들어갔다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도망갔다며? 우리였으면 용 튀김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게 씹어 먹을 수 있었을 거야. 안 그래, 얘들아?”
말은 그렇게 했어도 찬이는 이쯤해서 두 친구가 싸움을 말려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게 아니면 담임선생님이라도 부르러 가길 바랐지만 두 아이는 찬이의 마음을 눈치 챌 여유가 없었다.
대신 석우는 연방 김치찌개 국물을 떠먹다가 튀김이란 소리에 귀가 뻔쩍해서 한 마디 했다.
“튀김? 와! 그거 맛있겠다.”
모든 게 귀찮은 한결이는 그저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응 그래, 그래.”
결국, 찬이의 얼굴만 점점 하얗게 되어갔다.
" 좋아, 그럼 나보다 더 용감하시다는 너희 바보 삼총사들이 한번 용 튀김을 먹고 와봐. 설마 평생 겁쟁이 바보 삼총사로 불리고 싶진 않겠지? “
“무, 물론 당연하지.”
찬이는 애써 당황한 얼굴빛을 감추며 우물쭈물 말했다. 준태는 여전히 씩씩 거렸지만 얼굴이 하얘진 찬이를 보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바보 녀석들 너희는 용 튀김은커녕 "용 분식집"도 못 들어갈 걸.’
준태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눈을 부라렸다.
“잘 들어. 내일까지 그 용 고긴지 용 튀김인지 안 먹고 오면 너희 세 놈들 다리를 아주 오도독 소리가 나게 분질러 놓을 테니까!”
찬이는 씩씩대며 사라지는 준태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찬이야 저 녀석이 뭐라는 거야.”
“왜? 무슨 일인데?”
식판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서야 석우가 아는 체를 했다. 한결이도 얼어붙은 찬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찬이는 석우와 한결이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더니 다시 크게 한 숨을 내 쉬었다.
“후……. 이젠, 우린 끝장이야”
이런 우여곡절 끝에 한결이와 두 친구는 지금 "용 분식집"에 앉아 있다. 사실 수업을 마치고 "용 분식집"이 가까워 질 때까지 삼총사들은 승강이 벌였다. 서로 용 튀김을 주문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기 때문이다.
준태에게 문제없이 해낼 것이라고 허풍을 떨던 찬이나 먹는 거에는 사족을 못 쓰는 석우, 그리고 무엇이든 관심 없고 상관없다고 말하던 한결이도 마찬가지였다. 용기를 내서 내가 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삼총사는 가위 바위 보를 하기로 했고 그 결과 한결이가 뽑히게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