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회>
한결이와 석우 그리고 찬이, 이렇게 세 명을 반 아이들은 삼총사라고 불렀다. 등굣길이나 집에 갈 때, 세 친구가 함께 있는 걸 발견하면 아이들은 “야, 저기 삼총사가 간다.”라며 자기들끼리 낄낄대었다. 그러면 세 친구는 못들은 척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 앞을 지나쳤다.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사실 세 친구는 삼총사라는 별명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왜냐고? 삼총사 란 말 앞에는 두 글자가 항상 따라왔기 때문이다.
‘나머지 삼총사.’
반에서 늦게까지 남아 보충 공부를 하는 걸 나머지 공부라고 하는데 세 친구는 언제나 나머지 공부를 도맡아 하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세 친구에게 “나머지 삼총사”라고 별명을 붙여주었다.
먹는 일 빼곤 생각하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석우와 공룡에 대해서는 줄줄 외지만 수학과 영어는 젬병인 찬이, 그리고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없는 한결이, 이렇게 세 친구는 반 꼴찌를 도맡아 했고 나머지 공부 시간에 언제나 함께 남았다. 세 친구가 친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석우는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한 아이였다. 부모님이 야단을 쳐도 입속에 하나 가득 먹을 게 있으면 신기하게 슬픈 생각도 고민도 사라졌다. 특히 석우는 초코 맛 젤리를 가장 좋아해서 입에 달고 다녔는데 그 때문에 입 주변이 항상 지저분했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자칭 공룡박사 찬이는 공룡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었다. 공룡의 이름, 키, 몸무게, 습성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줄줄 말 할 수 있었다.
부모님들도 처음엔 그런 찬이의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워했다.
“우리 애는 천재가 틀림없어.”
하지만, 찬이의 행복은 잠시 뿐이었다. 부모님들이 찬이가 아는 건 오직 공룡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새는 부모님들이 찬이가 공룡의 “공”자만 꺼내도 버럭 화를 낼 뿐이었다.
“또 아무 짝에 쓸모없는 공룡이야기니?”
한결이는 모든 게 귀찮은 아이였다. 학교 가는 것도 귀찮고 어려운 수학 공식을 외우는 것도 귀찮고 사회시간에 발표하는 것도, 심지어는 축구와 피구를 하는 것도 다 귀찮았다. 공부를 못하면 못하는 대로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도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친구하고 사귀는 것도 서툴고 별로 사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삼총사들을 빼고 다른 친구도 없었다.
한결이는 다른 아이들이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면 “그래.”하고 쉽게 도와주고 자기 준비물도 다 나누어 주는 착한 아이였지만 이상하게 욕심을 가지고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이 한결이에게 “한결아 네 꿈은 뭐니?”라고 물으면 한결이는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몰라요. 그냥 살죠. 뭐.”
그것도 아주 귀찮은 표정으로 말이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이런 한결이를 걱정했지만 정작 한결이는 자기 자신이 걱정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한결이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 귀찮을 뿐이었다.
이런 한결이가 "용 분식집"에 대해 관심을 둘 리가 없었다. 그래서 석우나 찬이가 "용 분식집" 대해 주워들은 헛소문들을 신이 나서 말해도 한결이는 시큰둥하기만 했다.
“민우가 그러는데 용 튀김은 사람고기가 분명할 거래.”
“응. 그렇구나.”
“야, 정말 놀랄 뉴스야! 용 튀김 먹은 5반 애가 이틀 후에 죽었대.”
“응. 그렇구나.”
“한결아, 너 내 얘기 듣고 있기는 한 거니?”
“응. 그렇구나.”
이런 한결이가 친구와 함께 "용 분식집"까지 가고 “용 튀김 세 조각”을 주문시키게 된 것은 순전히 찬이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사건은 바로 어제 점심시간에 일어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