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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생을 살아간다는 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며 좋든 싫든 매일매일 비슷한 일상을 계속해서 살아나가는 것이다.
그 일상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말하는 책, 라면을 먹기 위해 끓고 있는 라면을 기다리며 드는 생각을 엿보게 되는 책이다.
아~~ 하지만 일상은 얼마나 힘겨운가, 때로 일상을 살아 낸다는 건 사람이 가진 가장 힘겨운 일일 듯, 어떤 일이 있어도 끼니는 돌아오고 살기 위해서는 일상처럼 먹어야 하며 잠을 자야 하고 다시 먹을 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치사함이 목까지 차오르는 일들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에도 시간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고, 수백의 목숨이 억울하게 침몰하던 시간에도 먹을 거리를 위해 난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수 많은 일들과 무관하게 시게추처럼 집과 사무실을 오락가락 하고 있으니, 이 치사한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해 김훈의 글은 나에게 위안이다.
그가 같은 일들에 대해 내가 때로 느낀 감정을 이야기 해 주고 있으니 내가 느낀 치욕스러움이 조금은 다행스럽기도 하고 내가 살고 있음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들이라 토닥이는 느낌이다.
50을 살며 좌충우돌하던 20대야말로 일상을 넘어 새로운 곳을 향했던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일상속에서 잠잠했던 사람들에게 화가 난 적이 부지기수였으나 지금 일상을 살아낸다는 것이야말로 수 많은 어려움과 치욕을 감내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비겁해지지는 말아야지, 일상이 오직 재물을 위한 일들로만 가득하진 말도록 스스로를 가다듬어야 할터이다.
다시 내일을 맞기 위해 잠을 청하는 시간, 모든 일상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