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히! 1
유진수 지음, 박설아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박설아-유진수 콤비의 전작 '메리 고드윈'은 그림, 연출, 스토리 모든 면에서 신인작가의 역량을 가볍게 뛰어넘는 완성도 높은 만화였다. 게다가 작가들의 나이도 어리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새 연재가 시작되었다. 연재가 시작될 즈음 새연재작의 제목을 공모했다. 외계인이 지구생활을 돕는 회사의 직원 세라와 함께 사는 외계인들의 이야기라...나도 응모를 했었다-'지구정복주식회사'라고(...)

 '오늘도 무사히'란 제목으로 결정되고 연재가 시작되면서 내가 잘못 생각했었다는 걸 알았다. 으레 '외계인=지구 정복'이란 헐리우드 영화식 편견을 가지고 제목을 지었던게 실수였다. 이 만화의 외계인들은 모종의 이유들로 자신의 별을 떠나 지구에 정착한 이들이다. 인간의 껍데기(어디서 구했지? -그것도 미남, 미녀!!)를 쓰고 인간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버젓이 학교까지 다닌다. 지구정복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다른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고 지구에서 생활하는 것! 적어도 1권은 그야말로 '오늘도 무사히' 보내기 위한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일상들의 기록들로 채워진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항상 트러블의 중심에 있는 승현, 승민이다. 이들은 본래 무모로치족인데 몸이 아주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몸놀림도 사뿐하게, 귀여운 표정으로 화면을 채우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유쾌해진다. 지적인 분위기와 어른의 차분함으로 어필하는 궁극의 안경 캐릭터 재민, 풍만한 슴가로 누님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엄지, 튕기는 맛이 아주 그만인 현우. 박설아 작가의 예쁜 그림체로 그려지는 캐릭터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외계인들 사이에서 의외로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지구인 세라이다. 세라는 다른 만화의 주인공과 비교했을 때 너무 순하고 평범하다. 그런데 오히려 그점이 매력이랄까. 부드러움, 어떤 외부의 존재들에게도 웃으면서 손을 내밀것 같은 따뜻함을 가진 강한 캐릭터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강한 눈매를 가진 캐릭터가 또 한명 있는데 그건 직접 읽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박설아 작가의 그림은 데뷔전부터 아마츄어 회지나 웹을 통해 익히 보아왔다. 아마츄어 시절에도 굉장히 잘 그린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데뷔 이후로 그림이 더욱 안정적이고 깔끔해졌다. 연출과 작화 모두 말을 더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능숙하기에 독자의 입장에선 눈이 즐겁고 편하다.

아다지오(느리게)에서 알레그로(빠르게)로, 메조피아노(여리게)에서 포르테시모(더욱강하게)로 변화하던 '메리 고드윈'의 이야기 전개처럼, '오늘도 무사히' 역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첫 권은 아다지오와 메조피아노. 하지만 이것은 말하자면 '폭풍전야'다. 아직 많은 것을 드러내지 않은 세라들과 폭풍을 몰고올 건장한 청년이 과연 내일도 무사히 보낼수 있을지는 아마 외계인도 모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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