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츠 1
김의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사실 전 시니컬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푸르츠'가 처음 연재되었을 때 제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푸르츠가 전해주는 다정다감 이야기에 매료되버렸습니다.
 
1권은 오렌지, 체리, 멜론, 사과, 토마토(는 야채지만), 이 다섯가지 야채들의 이야기로 채워집니다.
어렸을 때 꿈꾸던 멋진 커리어우먼과 100m떨어진 모습의 백수 아가씨, 첫키스에 대한 꿈으로 부푼 귀여운 소녀와 임신한 아내를 위해 멜론 찾아 삼만리를 떠난 아저씨. 나와 혹은 내 친구, 혹은 우리 이웃을 떠올리게 하는 친근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이면 저도 모르게 입끝이 올라가버립니다. 또 그동안 만화에서 세심하게 다루지 못했던 주변부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해냅니다.  
각 에피소드와 과일는 절묘하게 어울려 작가가 여기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엿볼수 있습니다. 어린 소녀들의 체리향 립글로즈 같은 두번째 에피소드도 그렇구요, 힘든 현실속에서 잊고 있었던 추억을 백설공주와 사과의 이야기와 엮어 전하고, 다소 접근하기 힘든 주제인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토마토를 통해 끌어내는 솜씨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주인공들의 감정 묘사가 과잉됨 없이 섬세하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거기다 SD컷의 개그가 정말 발군입니다. '오렌지'편에서 남자친구를 자랑하러 오는 친구를 피하기 위해 주섬주섬 짐을 싸는 장면에선 엄청 웃었습니다.
 
인상 좋은 캐릭터들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본기 탄탄한 작화에 아기자기한 SD컷이 독자에게 편안함을 주네요.
처음에는 비슷한 계열의 톤 사용으로 그림이 눈에 띄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잘 살펴보면 흔하지 않은 패턴의 톤을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센스! 예전에 작가님의 홈페이지를 방문한적이 있는데 과연 일러스트들이 말그대로 '감각적'이었던게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나온 단행본이 여러모로 마음에 듭니다. 파스텔톤의 표지가 '푸르츠'가 가지고 있는 온화함을 잘 표현하고 있고, 각 에피소드의 말미에 첨삭된 작가의 코멘트에서도 사람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의정 작가님의 귀여운 후기도 빠질수 없구요>ㅅ<
 
요즘은 과일보다 비타민제를 즐겨먹죠. 
'푸르츠'는 딱딱한 비타민제처럼 각박한 현실에서 잊고있었던 과일의 상큼함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부모님께, 연인에게, 친구에게-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만화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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