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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린다 수 박 지음, 로버트 세-헹 그림, 황유원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평점 :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일지는 대강 짐작이 갔다. 그런데 이런 구성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처음에는 조금 난해하다고 생각했던 그림책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이 책의 시작은 교실에서 선생님이 던진 질문이다.
'집에 갑자기 불이 났다고 상상해 볼까?' 가족, 반려동식물 외에 자기고 가지고 나가고 싶은 것을 생각해 오라는 숙제를 받은 학생들.
각자가 집에서 열심히 생각해 온 것을 교실에서 함께 나누는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은 특이하게도 그림에 인물의 모습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림은 교실의 배경과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가지고 나갈 물건들이 전부다. 그래서 처음엔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누가 이야기 하는거야?' 하며 읽었던 듯 하다.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읽고 나서는 '아..! 이 말이구나!' 싶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왜 그것을 들고 나가려고 하는지를 함께 이야기 한다. 그 내용이 귀엽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때론 마음 아프기도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맞아.. 가족마다 모두 다른 사연을 품고 있지.' 싶었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나라면 무엇을 가지고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명쾌하게 딱 떠오르진 않았다. 아마 글을 쓸 수 있는 펜과 다이어리를 들고 나가지 않을까 싶은데 잘 모르겠다.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고는, 또는 읽기 전에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삶에서,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그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좀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를 지키고, 보살피고, 존중한다!'는 이 학급의 급훈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건 왜일까.
가볍고 재미있는 그림책이 많은 요즘에,
만나기 힘든, 깊고 잔잔하고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그림책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