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를 위한 동그라미 - ‘엄마 되기’의 풍랑 속 흔들리는 모성을 붙잡다
선안남 지음 / 호우 / 2021년 4월
평점 :

얼마 전 육아 라이프 밸런스 붕괴를 겪고 육아 우울증에 시달렸다. 육아는 나라는 인간의 끝을 강제로 마주하게 한다. 그것을 본 나는 혼란, 거부, 수용, 합리화, 자책의 과정을 경험하였고, 그것은 생각보다 처절한 경험이었다. '엄마를 위한 동그라미'를 읽고 나서 내가 왜 우울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모든 이야기에는 나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아마도 모든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단언해본다. 육아 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엄마들 중에서도 육대 기와 육아 우울증 때문에 고민 중인 엄마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다. '엄마'라는 단어가 철근같이 무겁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조금이나마 그 무게에서 벗어난 것 같다.

나는 육아 우울증이 찾아올 때마다 깊은 자괴감, 죄책감에 빠져들었고, 아이들을 향한 나의 사랑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하려 하고, 의미 없는 가늠질을 반복하였다. 결론적으로 육아 우울증은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 혹은 아이를 향한 나의 사랑이 부족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이전의 내가 나의 삶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는 증거일 뿐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잘 해주다가도 삐끗하는 날이 있다. '엄마'라는 타이틀로 모든 것을 포용하려 하지만, 나는 엄마이기 전에 이제 철들기 시작한 어른이다. 육아 중 발생하는 화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나 자신을 놓아버리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화를 자주 내는 나는 아니지만, 화를 내고 그 충격에서 쉽사리 벗어나기가 힘든 성격인 나. 그 화들을 마주할 때 나는 짐승 같은 나의 모습에 목놓아 울어버릴 수도, 숨어버릴 수도 없었다. 그 모습을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이며 수치스러움과 자기모멸감을 느꼈고, 그 잔해들은 한데 모여 죄책감으로 남아 나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렸다. 화를 내지 말라는 주변인들의 충고에 지쳐갈 때 즈음, 저자는 화를 내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다만 올바른 방법으로 말이다. 화를 어떻게 내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방법인지 찾아 헤매던 나에게 화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나 스스로 아이들에게 희생적인 엄마, 맹목적인 엄마가 되기를 과하게 강요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보다 더 멋진 행복한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도서였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