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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없는 동물원 - 수의사가 꿈꾸는 모두를 위한 공간
김정호 지음, 안지예 그림 / Mid(엠아이디)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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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원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도 놀러갔던 동물원. 특별한 날에만 갈 수 있었던 곳이었기에 가족과의 추억이 가득한 유일한 공간이다. 그러나 신난 나의 표정과는 달리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암울했다. 그래도 나는 즐거웠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동물들의 모습을 안전하게 구경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나는 성인이 되었다. 유치원생, 돌쟁이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간다. 어른이 되어 본 동물들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는 거짓말을 해야했다. 동물들이 피곤한가봐 .. 오늘은 잠이 오나봐.. 라며 아이들에게 설명해준다. 성인이 될 무렵, 뉴스에서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우울증에 자살하는 모습, 이상증세를 보이는 모습을 보았다. 한 곳을 멍하니 응시하는 동물들의 모습, 한 곳에서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종족인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쉬는 날 아이들과 어떤 동물원에 갈 지 검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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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동물원의 진료사육팀장으로 동물들을 보살피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동물원의 긍정적인 면, 어두운 이면을 투명하게 알고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에게서 듣는 동물원의 실태는 예상했던 만큼이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던 사실들을 마주하니 암울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동물, 인간 서로에게 필요한 곳인 것은 맞다. 항상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에 마음이 아려온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수의학 전공의들이 맨 처음 배정받는 보직이 도축 검사관이라는 것이었다. 도축장의 위생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업무를 맡는다는데, 동물을 살리기 위해 수의학을 공부한 이들이 제일 먼저 가는 곳이 동물을 죽이는 곳이라니 놀라웠다. 그럼에도 도축장의 질 개선을 위해서라면 수의사들이 필요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한 아이러니한 생각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나는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저자는 자신이 본 끔찍한 도축장면을 적나라하게 글로써 표현했다.. 저자가 살생의 장면을 보며 어떠한 감정을 느꼈을지 가슴으로 충분히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얼마나 알리고 싶어하는지도.. 분명 인간이 알아야하는 사실은 맞다만, 이 글을 읽으니 이제 소고기를 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기는 힘들 것 같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얼마나 많은 동물, 자연이 희생되고 있는지.. 우리는 항상 생각하고 감사해야한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