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추천하고 싶은 시집이다. 내 취향에 맞다. 어여쁜 문장들로 포장된 아름다운 시는 절대 아니다. 잔인하리만큼, 거침없는 문장들에 정신을 못 차리고 읽었다. 긴 세월을 숨기지 못 하는 그녀의 필력, 그렇게 드러나버린 내가 겪어보지 못 한 세월들에 매료되어 버렸다. 같은 사랑이야기라도 젊은 이들이 쓴 글과 중년이 쓴 글, 세월을 모두 겪은 이가 쓴 글 모두 그 결이 다르다. 그 모습은 시에서 더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긴 세월을 겪은 이가 쓴 시는 장황하지 않으나, 문장의 깊이가 남다르다. 이번에 읽은 시집 '햇살을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 또한 그런 시집이다. 내공이 느껴지는 책.. 아직 세월의 풍파를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조차 없는 문장들.. 그 세월을 이렇게라도 만나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책장을 넘긴다.
짧은 시지만, 몇번이고 눈이 간다. 계속 읽게 된다. 되뇌일수록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이런 글들이 나는 너무 좋다. 인간의 삶이 참으로 덧없이 느껴지는 시이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죽고나면 無로 돌아갈 뿐이다. 죽음의 공허함.. 김정숙 시인님이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너무도 강렬하여 계속 계속 되뇌일 수 밖에 없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시들을 표현하자면, 정말 우려낼수록 깊은 맛이 나는 차 같다.수십개의 시중에서 몇 개만 그런 것이 아니고, 김정숙 시인이 쓴 시 모두 깊은 맛이 난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