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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오늘 하루 - 일상이 빛이 된다면
도진호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월
평점 :
흑백사진.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계처럼 돌아가는 현대인의 일상들을 담아내기에는 흑백사진만큼 좋은 아이템이 없을 것 같다. 생기를 잃어가는 도시의 모습과 현대인의 단면적인 모습들 또한 흑백이기에 더욱 완벽하게 표현되었다.
저자의 사진 속에서는 사람의 실루엣을 찾아볼 수 없다. 수 많은 사진들 속에서 사람의 모습은 커녕,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조형과 건물, 도시.. 그 안 어디에서도 사람의 모습은 없다는 것은 도시의 화려함과 공허함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생애 단 한번도 서울에서 지내본 적이 없는 나는 줄곧 사람으로 가득찬 생기넘치는 서울의 모습을 상상해왔었는데, 사람사는 곳은 어디든 다 똑같은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멈춰버린 도시의 모습을 저자의 사진과 글을 통해 실감하였다. 사진이나 글을통해 타인의 일상, 생각을 공유하는 것은 재미있다. 요즘들어 사람을 만나지 못하기에 더욱 그렇다. 코로나는 우리의 삶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주는 기쁨을 알게 해주었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보냈다는 것에 감사한다. 저자의 짤막한 일기들은 이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다.
택을 다 읽고 덮을 때는 눈을 감고 상상해보았다
무채색으로 나열된 사계절의 사진들이 채색이 입혀지는 것을..
생기있고 활력이 넘쳤던 그 때 그날들의 모습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