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직업은 간호사이다. 그녀의 글들을 찬찬히 읽어내려가고 있으니, 옛날에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 친구는 도시에 위치한 대학병원의 응급실 간호사이다. 매일 사람들의 생사를 지켜보는 직업이 냉정해보이는 그 친구에게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천직이라며, 대단하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니 그 친구가 말했다. 어제까지 웃으며 대화하던 사람이 순식간에 주검이 되고, 그 사람의 빈자리를 치우고 정리하는 일이 자신에게는 비일비재하다고..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의료업계 종사자들의 노고에 새삼 감탄하였고, 경외감마저 들었다. 그녀는 사람들 개개인의 사건과 감정에 일일이 감정이입했다가는 이 일을 오래할 수 없다고 하였다. 자신도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으나 모두 적응이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마 #방현희 간호사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저자가 9년간 간호사로 일하며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그들의 헤프닝이 당분간은 일어나지 않기를 빌었다.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찾는 나는 참으로 비겁한 인간이다.우리는 항상 생과 사를 곁에 두고 있다. 다만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저자의 책을 읽고 나니 생과 사를 지켜보며 그 중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이들을 케어하는 간호사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