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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0층에 사는 남자
신문석 지음 / 가나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책 제목과 소개 글부터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낄 것이라 각오는 하였지만, 저자의 일화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저자 신문석씨는 결혼 준비 중인 예비신랑이었다. 평범했던 그의 인생은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하면서 이리저리 꼬이기 시작한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멍청하게 사기를 당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입사 1년 차 사회 초년생 시절, 지인으로부터 500을 빌려달라는 문자가 왔다. 지금 없다고 말하니, 그럴싸한 이유를 대면서 현금서비스라도 받아서 빌려주면 안 되냐고 하기에 그러겠다고 하는 순간, 연락이 왔다. 혹시 문자 받은 거 있냐고 하길래.. 돈 빌려달라고 하지 않았냐고 말하니 해킹당했단다.. 하마터면 눈뜨고 코베일 뻔한 사건에 소름이 끼쳤다. 저자는 심지어 믿었던 지인에게 당했다. 500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큰 금액을 말이다. 임신 중이었던 예비신부는 예비신랑의 사건에 스트레스를 받아서였는지 조기 출산까지 하게 되고, 친정에서 얹혀 지내게 된다. 저자의 뒤통수를 깐 사기꾼의 뻔뻔함에 절로 박수가 나왔다. 사기꾼들의 뻔뻔함과 인성은 유전인지 조기교육인지.. 요즘 사기 치는 부모들 때문에 피를 보고 있는 래퍼들이 있다. 그들은 사기를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보다.
사기를 당하는 것도 아주 큰 사건이지만, 한 남자가 남편이 되거나 부모가 되는 것도 엄청난 사건이며, 그로 인해 여자나 남자의 인생은 크게 바뀐다. 그렇기에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것도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저자의 적나라하다 싶을 정도로 현실적인 결혼생활(=가장 생활)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몇 번이나 뭉클해졌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자리를 지키며 서포트해주는 그의 아내도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만약 지금 내가 미혼이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아 역시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가정을 이룬 지금 느끼는 것은 만약 큰 사기를 당한 저자에게 처자식이 없었더라면, 그는 버틸 수 있었을까? 그가 버티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도 지켜야 하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던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