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첫 에세이
이대호 지음 / 현대지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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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란 이름 세 글자는 야구팬은 물론이요. 일반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이름이다.

한미일 3곳의 빅 리그에서 활약하기도 했거니와 한국 사람이라면 가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국제 대회에서도 활약을 보여줬다. 지난 22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라는 큰 결심을 한 이대호란 인물은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을 응원하는 나에게 굉장히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서울에 사는 내가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라고 밝히면, 대체로 상대방은 "고향이 부산이세요?"라고 묻는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여러 프로스포츠 종목 중에서 유독 야구가 각 구단의 연고지와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생각되는데, 고향이 부산이냐 묻는 질문 역시도 그런 맥락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질문의 내 대답은 "아니요. 부산이랑은 관계없이 좋아해요."이다.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롯데 자이언츠는 40년이 넘는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 안에서 그리 강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롯데라는 팀을 좋아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이대호였다. 야구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지만 부산에 살던 친한 언니가 열혈한 롯데 팬이었기에 언니 따라 사직 야구장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대호가 아직 일본으로 떠나기 전이었던 2011년이었다. 당시 내 첫 직관에서 이대호는 기아 타이거즈의 유명 투수 서재응 선수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소위 말하는 야알못이었던 나였지만, 롯데 팬들의 열렬한 응원과 더불어 이대호를 필두로 한 롯데 선수들의 화끈한 공격력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야구에 관심 없는, 야알못이었던 나는 그저 롯데와 이대호에 대한 좋은 추억 정도로 간직하고 있다가 이대호가 일본과 미국을 거쳐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다시금 야구장에 친한 언니와 야구장을 놀러 가면서 어느새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 되어있었다.

이렇게 내게 롯데 팬이 되는 계기를 열어준 선수, 이대호의 첫 에세이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대호의 이야기뿐 아니라, 인간 이대호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 마주한 이대호의 첫 에세이 "이대호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의 표지는 국대 유니폼을 입은 이대호의 사진이 담겨있었다. 이대호의 화려한 플레이 누적 기록과 수상 기록도 눈길을 끌었다.

책을 한 장, 두 장 넘기며 마주한 그의 야구 인생은 당연한 얘기지만, 20년이 조금 넘는 프로무대가 전부가 아니었다. 직접적으로는 초등학교(아마도 당시에는 국민학교였을 테지만) 3학년부터 시작된 추신수와의 인연이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으나, 간접적으로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것부터가 어쩌면 이대호란 사람이 야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닐까 싶었다.





"돌아보면 야구 선수가 되기까지 수많은 우연과 호의가 있었다."

이 문장은 책을 읽던 초반 유난히 눈길이 가고 입에 맴돌던 문구다. 만약에 그 많은 우연과 호의가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이대호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지 못하였을 수도, 그렇다면 내 첫 야구장 방문은 단순히 갔다 왔다 정도의 미미한 기억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시간이 흘러 야구와 롯데 자이언츠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될 날은 영영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더 나아가 내 인생에도 저런 수많은 우연과 호의가 있어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을 수 있는 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삼 살아온 동안 만났던 모든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책의 챕터가 넘어가며 이대호의 인생의 변곡점들도 하나씩 지나갔다.

늦깎이 롯데 팬이었기에 더더욱 책은 매 꼭지마다 흥미로웠다. 단순히 한 두 줄 정도로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일화가 담겨있어 더 그랬다. 프로가 되고서는 늘 승승장구만 했던 것 같은 이대호에게도 가슴 아픈 시련이 있었고, 또 놀랍게 커다란 기쁨의 이야기도 있었다.

항상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고만 생각했던 이대호도 속앓이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던 긴 시간이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평소엔 늘 잊고 있었던 그라운드 밖에서 흘린 값진 구슬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었다.



마지막 챕터에는 수많은 팬들을 울렸던 이대호의 은퇴사가 담겨있다. 이미 몇 번이나 들었던 은퇴사였지만 다시 읽어도 뭉클했다.





야구 그게 뭔데 그렇게 사람들이 울고 웃는 걸까?

야알못이던 시절의 내가 주변의 야구팬들을 보면서 늘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깟 공놀이 하나에 울고 웃는 야구팬이 되었고, 야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깟 공놀이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이대호가 인생의 축소판 야구장에서 벗어나서 더 큰 세상에서 인생 2 막을 시작했다. 이미 최강야구를 비롯한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가 앞으로 더 왕성한 활동을 하기 바라는 동시에 이대호와 그 가족들에게 늘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

그동안 좋은 플레이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대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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