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이 되지 말라고요!

지난해 개인주의자선언 을 읽고난 후부터
도서관 갈 때마다 눈에 들어오던 책이었다.
그런데 항상 이 책보다 다른 책이 내 품을 차지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언젠간 만날 책은 꼭 만나게 되어있나보다.

이 책의 내용을 가지고 만든 드라마가 시작했다고 한다. 책의 내용에 대해선 그저 판사이야기? 정도로만 알고있었는데 드라마의 주인공이 여성판사다.

짧은 치마를 지적하는 상사앞에서 히잡을 갈아입고 왔다는 에피를 봤다. 어? 이거 좋은데? 재밌겠어 라는 생각에 얼른 책을 펼쳐본다.

아무래도 '판사' 하면 남성들의 세계로 여겨지는 나의 편견이 이 책을 읽는걸 주저하게 만든 이유인것 같다.

그러고보니 지난해 3월, 박근혜 탄핵 심판 선고를 한 재판관도 여성이구나. 그리고 또다른 판사 이야기 칠드런액트 의 판사 역시 여성인데...
이렇게 편견이란것이 무섭다는걸 새삼 느낀다.

어릴적 내 꿈은 검사였다.
나쁜놈늘을 잡아넣는 활동적이고 똑똑한 검사. 반면 그 어린시절의 나에게 판사란 작가가 이야기기하듯 근엄한 표정으로 망치를 두들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재미없는...

그런 판사들 역시 실수하고 고뇌하는 나와 다를바 없는 인간임을 작가는 이야기하고싶었나보다. 더불어 각종 사회 현상들에 대해 여론이 흘러가는 방향과 실제적으로 판사사회에서(혹은 작가 개인적일수도) 의논되는 분위기와의 차이도 이야기하고 싶었던것 같다.

예를 들면 음주감형이라던가
정당방위에 대한 논의들이 그렇다.

난 여전히 음주감형은 없어져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지만 읽다보면 살짝 작가의 논리에 설득되는 부분도 있다. 정당방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조금 빗나갔지만 이래서 사람은 책을 읽어야하나보다. 유연한 사고를 하기 위해서.
잘못되면 회색논리로 흐를 우려도 있긴 하지만.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 책에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개인주의자 선언때도 그랬지만 작가의 양비론적 입장들이 살짝 아쉬움을 남기긴했다. 한쪽의견만 내세우기엔 좀 무리가 있긴 했겠지만 하나같이 마무리가 좀 부족한 느낌이 있다. 일부러 그런식으로 끝을 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는 어찌 살려냈을지 궁금해진다.

드라마와 책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있을것 같다. 그리고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시각도 조금은 달라지겠지. 앞서 말한것처럼 아 그들도 인간이구나로.

사진에 칠드런 액트를 같이 찍은 이유는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내용도 전혀 다르고 의도하는바도 전혀 다른 책이지만, 판사가 판결을 내리기 앞서 고뇌하고 공부하는 등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그 판결에 대한 책임, 또는 실수등에 대해 여러모로 닮아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나의 결론은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거다. 이런 책들이 어떤 책이냐고?
굳이 페미니즘이란 딱지를 달지 않아도
여성들이 주변인으로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이고 빠지면 안될 핵심인물로 나오는, 그런 평범한 책.

참 결론 한 번 소박하구나. 나란 여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보스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힘겨운 삶, 사는 것이 더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면?

죽을뻔한 사고를 겪은 후 병원에서 깨어난 한나. 그런데 거울에 비친 나는 내가 알고있는 내가 아니다. 나는 이한나인가 강유진인가. 그렇게 혼란스러움을 겪은 주인공앞에 나타난 강유진. 둘은 영혼이 뒤바뀐채 그렇게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1년간 서로의 삶을 대신 살아주기로 약속한 그들.
그런데 약속한 1년이 다 되어갈 무렵, 이한나의 몸을 가진 강유진이 살해당한다. 그럼 한나는 평생 유진의 몸으로 살아야 하는건가.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영혼이 뒤바뀐 설정에서 범죄극이 가미되자 책장은 휘리릭 넘어갔다.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서 천천히 읽을 수가 없었다.
사건전개도 빠르고 무엇보다 재밌다.

내가 그런 상황이 된다면? 하는 상상을 더할 수 있어 더 흥미롭고 재밌었다.

마지막 사건해결 부분에서 살짝 힘이 빠지는 감은 있었지만 이만하면 괜찮다. 다만 너무 만화같은 표지와 뜬금없는 스페인어 제목(암보스는 스페인어로 '양쪽의'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은 책의 가치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는듯해 안타깝다.
.
죽은 그녀, 살아 있는 나. 아닌가? 죽은 나, 살아 있는 그녀인가? 불안한 듯 눈을 깜빡이는 강유진의 얼굴 위로 눈을 감은 이한나의 얼굴이 겹쳐졌다. 나는 손을 뻗어 거울을 한 번 훔쳤다. 그러자 이한나는 사라지고 강유진만이 남았다. p.211
.
.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도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진실된 사람은 없는 무서운 사회의 이면을 훔쳐본 느낌의 소설,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일단 한번 읽어보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p.245
.
🔹마야가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은 다음에서야 그 사건의 형태가 제대로 갖추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p.307
.
🔹말은 하찮은 게 아니다. p.323
.
🔹"개자식들한테 피 흘리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가끔은 보여줘야 하지 않나 싶을 때도 있어. 너도 인간이라는 걸 느낄 수 있게 말이야." p.412
.
🔹"종교는 싸우지 않고 총기는 죽이지 않아. 그리고 씨발, 똑바로 알아두라고. 하키는 지금까지 아무도 강간한 적이 없어! 그런데 누가 그러는지 알아? 누가 싸우고 죽이고 강간하는지 알아?" p.446
.
🔹"강간범으로 고발당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게 딱 한 가지 있다면 강간을 당하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p.463
.
🔹나중에 검은 재킷의 사나이는 이런 생각으할지도 모른다. 왜 그는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이 캐빈인지 아맛인지 고민했을까. 왜 마야의 주장으로는 부족했을까? p.514
.
.
방심하고 있다가 한대 쎄게 얻어맞았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하키에 관한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새벽 두시.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이 책을 들고 있을 계획은 없었다.

3분의 1쯤 읽었을때 급격히 이어지는 전개에 어느새 난 마지막장을 넘겨버렸다.

제목은 기억이 안난다.
짧은 드라마였다. 비슷한 전개가 이어진다.

호감있는 선배의 집에 초대받아 놀러갔다가 성폭행을 당하지만 이어지는 시선은 오로지 피해자를 향하던 그 드라마. 피해자가 그만두자, 이사가자 애원하던 그 드라마.

왜 따라갔니, 네 발로 들어간것 아니니, 강하게 저항했니 등등.... 좋아서 해놓고 거짓말하는거 아니냐는 것 까지.
어쩜 레파토리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또 똑같이 난 분노한다.

왜냐면 현실이라서.
법적 처벌까지도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 비현실적이라서 또 한번 분노한다.

그럼에도 읽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생각해야한다.

우리사회에서 미투가 가지는 의미와
위드유가 가질 수 있는 힘에 대해.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해.

잔잔하고 감동을 주는 소설일거라 생각했다가 스트레이트 펀치로 얻어맞았지만 이런 책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마야들을 응원한다.

#metoo #withyou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는 두 길을 가지 않는다."
.
.
이 책은 시대의 흐름별로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한 교과서같은 역사책은 아니다.
목차에서 볼 수 있듯 경제, 민주화, 사회문화, 남북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라본 55년간의 역사를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 각각의 역사로 분류하고 기록해놓았다.

서문에서 작가는 과거를 회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 말에 지극히 공감하는 까닭은 아직도 대한민국은 완벽한 사회가 아니며 끊임없이 미래를 모색하고 발전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역사적 공과 실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역사는 두길을 갈 수 없다는 작가의 말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이 책은 작가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고 쉽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데에 며칠이나 걸린 까닭은 머리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어야했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해, 그리고 국민학교시절, 대학시절, 마지막으로 불과 몇년전의 역사(어쩌면 현재)까지 상당부분 담겨있었기에 삼국시대의 역사책을 읽듯 무심하게 읽을 순 없었다.

만약 오늘의 50대가 10년 후 지금의 60대와 같아진다면, 오늘의 40대가 지금의 50대와 비슷해진다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는 작가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으며 역사속 여러 변절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과연 5, 60대가 되었을때 역사를 지금의 나처럼 바라볼 수 있을것인지에 대해 단언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라는 논리를 얻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80년대 이후 학생운동에 대한 그의 평가나 이석기의원에 대한 개인적 평가들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란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가 추구한 노선과 달랐기 때문에 그랬을테지만 모든 역사는 주관적 기록이라는 그의 말에 더욱 방점을 찍고, 무조건 누구의 말이 옳다거나 틀리다거나 하는 태도가 아니라 나만의 주관적인 역사적 관점을 정립하는데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존엄성의 근거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답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인간이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과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하나로 들 수 있을 것이다.
.
♦우리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었나요?(p.357)
.
♦"대중의 생각이나 감정은 이쪽으로 쏠렸다가 저쪽으로 가 버리지. 그 과정 중 한 지점이 너희의 성장기와 겹쳤던 거란다."
"마치 왔다가 가 버리는 유행과도 같군요. 우리에겐 단 한 번밖에 없는 삶인데 말이에요."(p.365)
.
♦나는 어린 소녀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과거의 세계를 가슴에 안고 있는 걸 보았어. 그걸 가슴에 안고 그 애는 결코 자기를 보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지. 나는 그 장면을 바로 그렇게 본 거란다.(p.372)
.
간병사 일을 하고 있는 캐시.
그녀는 그녀와 유년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는 마치 성장소설을 쓰듯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정성들여 써내려간다.

#################

몇년 전 복제양 돌리로 인해 전세계가 떠들썩했던 일이 있다. 인간도 돌리와 마찬가지로 복제할수 있는것 아니냐, 질병의 치료와 생명연장을 위한 희소식인가 아니면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인가 하는 것으로 의견이 나뉘어 분분했던 생각이 난다.

sf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sf적이지 않은 인물들(어쩌면 가장 sf적일지도)의 이야기는 읽는내내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 무엇을 위해 인간은 살아가는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 목적이 단순히 생명연장에 있다면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타인의 어떤 희생도 묵과할 수 있다면 그렇게 연장된 생명의 가치는 결국 바닥에 떨어져 못쓰게 된 것과 다를바 없음을...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존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