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마르크 레비 지음, 장소미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조깅을 하다가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살해당할 위험에 처해있다. 그런데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인공은 타임슬립으로 살해당하기 62일 전으로 돌아가 있다. 당연하게도 주인공은 자신이 완전히 죽기 전에 누가 왜 자신을 살해하려고 했는 지 파헤쳐서 죽음이 완료되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  

마르크 레비의 소설은 한번도 읽은 적이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페이지 터너라는 그의 별명이 왜 생겼는 지 너무나 잘 이해하게 되었다. 먼저 타임슬립이라는 어느 정도 식상할 수 있는 소재에 자신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간다는 양념을 넣어 이렇게도 맛깔나게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기자라는 주인공의 직업과 연관되어 중국 영아 불법 입양실태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참상과 같은 참혹한 역사속의 이야기를 속도감있게 풀어내는 기술이라니..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소설 속의 장면을 상상할 수 있도록 디테일하고 생생하게 그려내는 문장은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실제 지하철에서 읽다가 환승하는 곳으로 걸어가면서도 잠깐이라도 서있을 수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책을 펼쳐서 읽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주인공의 62일간의 과거이야기는 생생했고 전개가 빨라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주인공 앤드루 스틸먼은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이웃, 친구, 동료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 실제 결혼식 전에 스치듯 지나가는 여자에게 운명을 느껴 혼란을 겪으면서도 결혼식을 강행하고는 식이 끝나자마자 신부인 발레리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한심했다. 하지만 그런 우유부단한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니 한심하게 생각되면서도 어쩐지 연민이 느껴졌다. 또 그런 한심한 모습 뒤에 기자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살해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진실을 향해 거침없이 음모를 파헤치고 기사를 쓰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주인공의 모습이 정말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읽으면서 제일 아쉬웠던 등장인물은 은퇴한 전직형사인 필귀에 이다. 형사다운 감을 기반으로 주인공의 살해범을 추리하고 수사해 나가는 초반의 모습에서 주인공과의 케미가 예상되어 기대했지만 주인공이 아르헨티나로 가는 시점부터 등장이 애매해져서인 지 점점 등장하지 않게 된다. 기자-형사라는 조합은 추리소설상으로 흥미로운 조합인데 많이 아쉬웠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얘기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 얘기하지 않겠지만 사실 난 이런 열린 결말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 소설의 후속작이 있고 그 주인공도 앤드루 스틸먼이라고 하닌 꼭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언제나 선택이라는 행동을 통해 가지 않은 길을 만들게 된다. 가지 않은 길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항상 뇌리에 남아 그때 그렇게 했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설속에서 주인공의 결혼식 예복을 제작하는 재단사 자네티씨는 "절대 되돌릴 수 없는 게 인생이고, 우리가 하는 어떤 행동들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지요."라는 복선과 같은 얘기를 한다. 한번 뿐인 인생이기 때문에 절대 돌이킬 수 없는 게 인생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에 식상해 하면서도 흥미를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이라는 책 제목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동시에 '만일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난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 왜 돌아가고 싶은건가. '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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