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 가사로 못 다한 오태호의 지나간 낙서 같은 이야기
오태호 지음, 강기민 사진 / 성안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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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다닐때 오태호님의 노래를 많이 들으면서 서정적인 가사에 감탄하곤 했습니다. 여고를 다닌 지라 손편지도 많이 쓰고 노래 가사도 적어주던 소녀같은 친구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사실 저는 학교다닐 때도 그랬고 지금도 시나 수필을 많이 보지 않습니다. 작가가 글 쓴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첫번째이유고 스토리 없이 한 장씩 다른 감성이 나오는 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노래 특히 발라드를 좋아해서 가사를 많이 듣곤 하는데 정말 갑자기 가슴을 탁 치고 들어오는 노래말들이 있습니다. 예전에 버스로 통학하며 많이 듣던 이승환님의 노래는 버스안의 지루한 배경을 갑자기 가슴뛰는 배경으로 만들어주곤 했는데요. 특히 이승환님의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나 김현식님의 "내사랑 내곁에" 는 지금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너무 좋습니다. 이 책은 제목때문에 너무 읽고 싶었습니다.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라... 제목만으로도 눈앞에 풍경이 펼쳐지고 상큼한 바람향기가 나는 것 같아 읽으면서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태호라는 이름은 어렴풋이 이오공감으로 들었던 기억인데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우와!!!! 제가 좋아하던 노래가 대부분 오태호님의 작품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옛친구를 만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기분좋게 책을 펼쳤습니다. 책사이에 들어있는 CD를 켜놓고 책을 읽기 시작하니 갑자기 풍성한 즐거움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네요. 음악과 함께 책을 읽으니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이 책에 실린 시도 너무 좋았지만 사실 전 중간중간에 있는 에세이가 더 맘에 들었습니다. 같은 세대를 살아왔기 때문인 지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진솔하게 무심하게 써내려간듯한 글이 맘에 들어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특이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가끔 무릎을 탁 치고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을 써놓은 글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도 느껴지고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픈 경험이 생각나는 글도 있었고 앞으로 이런 생각을 해야겠다고 깨달은 글도 있었습니다. 작가의 한두줄 글에 마음이 크게 움직이고 얼굴에 미소가 어리는 게 느껴지면서 시라는 것은 공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저녁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내일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갑자기 비가 기다려지고 비 갠 아침을 보고 싶은 마음에 출근길 비가 마냥 싫지만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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