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인생 도전기 -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를 읽고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 옥스퍼드 써니 할머니의 유쾌한 인생조언
김성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4월

돌아보니 어느새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예전과 달리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가 않고 변화가 많이 두려워진 것을 느끼며 이제 늙었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50이 넘은 나이에 옥스포드에 입학하고 졸업한 뒤에는 보이스 프롬 옥스포드의 대표로 열정적으로 사는 저자의 모습을 보고 경솔한 내 생각을 떠올리며 반성하게 되었고 저자의 옥스포드 라이프를 알고 싶어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얘기하는 인생은 오늘을 재미있게 충실하게 살고 의미있는 일에 도전하라는 조언이다. 많은 책과 사람들로부터 자주 접하던 얘기라 만일 다른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면 한번듣고 흘려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인생을 살고 있는 써니 할머니의 얘기는 그만큼의 무게감으로 내게 다가왔다. 사실 처음에 저자의 약력을 보고 실망한 면이 없지 않다. 이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강단에서 방송국에서 사람을 가르치는 일을 했던 저자가 옥스포드에서 수학을 한다는 것이 그닥 별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속단한 것이다. 물론 나이가 50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들, 딸과 같은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며 경쟁하는 것이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지만 내가 처음 상상했던 드라마 같은 인생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드라마같은 인생이 아닐지라도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인 써니 할머니의 유쾌한 성격이 그대로 눈앞에 보여 계속 웃음이 났다. 특히 보트파티에서 로큰롤, 자이브로 분위기를 바꾸는 장면은 너무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대학생활을 돌이켜보게 되었는데 공부에 매진한 것도 아닌 그렇다고 완전 놀아버린 것도 아닌 무채색의 재미없는 대학생활이었다. 고등학교까지 부모님과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일만 하고 살다가 갑자기 주어진 자유는 길을 잃게 만들었고 무언가 시작할 용기가 없었던 난 그저 무기력하게 학교와 집을 오가며 대충 공부하다가 대충 졸업해서 대충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무언가 열정적으로 내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어줄 어떠한 도전도 없었던 것이 너무 아깝다.

 인생에서는 모든 순간이 항상 기회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면 곧장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생각해보면 누군가 손을 내밀어줄 때 그걸 곧장 잡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우물쭈물하다가 놓친 기회도 많았고 나중에 후회한 적도 많았지만 그건 신중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위안했다. 내가 그 손을 잡았더라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난 아마 내밀어진 손을 바로 잡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남의 눈을 의식하고 이것저것 재는 일은 지양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고 또한가지 써니 할머니에게 배우고 싶은 건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술이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아직까지도 연락하며 서로 행복한 일, 안타까운 일을 부담없이 나눌 수 있지만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고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속내를 털어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처받을까봐 두려운 것도 일견 존재한다. 그런데 써니 할머니는 어떻게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친분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녀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 문을 닫고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너무 어렵고 상처받기 쉽기 때문에 내 방문을 스스로 열고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혼자 살아가는 삶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위해서는 그녀의 조언을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부터 즐기세요. 지금 몰두해야하는 일에서 먼저 흥미로운 점을 찾으세요. 새로운 일이 아니라 지금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라는 베리양 회장의 조언을 얘기하며 써니할머니는 진짜 '나'를 찾으라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추락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우리로 하여금 현재를 즐기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난 미래를 치열하게 준비한 게 아니라 미래를 걱정만 하며 현재도 즐기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나 자신을 사랑한다면 현재에 그토록 걱정이나 하면서 살지 않고 주위를 돌아보며 내 인생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내 나이는 써니 할머니에 비한다면 아직도 어리고 기회가 많은 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인데 왜 그리 남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니 자존감이 떨어지고 다른 사람들의 별 생각없는 말한마디에 상처받아 내 마음의 방문을 꼭꼭 걸어잠그니 점점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워지고..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지금도 그런 나를 극복하지 못하고 항상 소극적으로 인생을 살아갔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이 50인 써니 할머니의 유쾌한 옥스포드 도전기를 읽고 드는 생각은 나를 사랑하고 현재를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는 가 하는 것이다. 남에 대한 예의를 차리느라 정작 나에 대해서는 무례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후회는 되지만 더이상 후회로 인생을 낭비하지는 말자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