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포스 신화 - 부조리에 관한 시론
알베르 카뮈 지음, 오영민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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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 까뮈의 시시포스 신화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나 이런 책도 읽는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치기에 이해되지 않는 책을 꾸역꾸역 읽었던 것 같다. 그런 이후에는 이미 읽었다는 생각에 더이상 읽지 않게 되었고... 최근 고전, 인문학책을 많이 읽으려고 하는데 알베르 카뮈는 왠지 너무 어렵다는 생각에 손이 가지 않았는데, 얼마 전 고전에 대한 책을 읽다가 카뮈의 책이 너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시시포스 신화를 읽게 되었다. 

 

 부조리를 생각하면 바로 생각나는 사람이 알베르 카뮈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개념인 부조리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쉽게 생각하면 조리에 맞지 않는 것이 부조리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다인가.  먼저 부조리에 대해 검색을 해봤으나 딱히 원하는 정의를 찾을 수 없었다. 가장 비슷한 정의는 문학비평용어사전에 정의된 내용으로 "'조리가 맞지 않는다'는 정도의 소박한 의미로 쓰인 이 용어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프랑스에서 대단히 각별한 의미를 띤 철학적 용어로 탈바꿈한다. 전유럽과 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에서 인간 존재를 부조리의 산물로 보려는 견해가 서서히 나타난다. 이런 견해를 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설명한 작가는 알제리 출신의 알베르 카뮈였다." 이다. 그렇다면 카뮈는 인간 존재 자체를 부조리라고 정의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 아닌가. 왜 그가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카뮈는 책의 제일 첫문장에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바로 자살이다. 삶이 고생해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지 없는 지 판단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라고 서술하고 있다. 너무나 대담한 사고가 아닌가. 죽음을 향해 한발한발 걸어가고 있는 인간에게 삶이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죽음이라는 결과를 뻔히 알고 있는 인간의 삶이 바로 부조리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70년 전에 발표된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의 기본 명제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죽음이라는 부조리에 대항하는 것이 삶이라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과연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 건지 생각하게 한다.

 

 시시포스가 신들로부터 받은 산꼭대기까지 바위를 굴려올려야하는 형벌은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뒤에 바위가 다시 굴러떨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다시 올려야하는 끔찍한 형벌이다. 고등학교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저 막연히 시시포스의 형벌이 너무 끔찍하다는 생각만 했지 내 삶과 연관이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한참 세월이 지난 후 이 책을 읽고 하루하루 대동소이한 생활을 하는 인간의 삶과 비교해보니 시시포스가 우리 인간의 모습에 대한 투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부조리에 대한 의식없이 살아가는 것과 삶과 죽음의 부조리에 대한 사고를 하며 매순간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을 비교했을 때 어떤 삶이 더 비극적인 것인가 생각해보니 이제껏 살아온 내 삶에 대해 의문이 들게 된다.

 

 시시포스의 신화는 다시 읽어도 너무나 어렵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읽기쉬운 책은 많지만 생각하게 하는 책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사고없이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무의미한 삶인가.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지금껏 살아온 내 삶을 생각해보니 왜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시간보다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아무런 사유없이 살아가다 죽는 삶을 생각해보니 서늘하다. 시시포스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바위를 올리고 정상에서 바위가 다시 떨어질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을 다시한번 읽으면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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