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회사 동료 결혼식에 가느라 옷장을 열었다. 옷장은 열면 터질것 처럼 꽉꽉 차있는데 입고 갈 만한 옷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이것 저것 꺼내서 보다가 간신히 결정한 옷은 또 원피스. 예의를 차려야할 자리에 입을 만한 옷을 코디하는 건 특히나 어렵다. 또 가끔 만나는 친구들 모임에 나가려고 옷을 찾아도 언제나 입는 건 청바지에 티셔츠다.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할 지 어떤 옷을 사야할 지 잘 모르겠다. 쇼핑을 좋아해서 옷은 자주 사는데, 옷을 사가지고 집에 오면 맞춰입을 만한 옷이 없어 입지 못하고 그냥 걸어둔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런 고민에 답답해하는 내가 이 책을 읽게된 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의 저자인 천계영을 "오디션","언플러그드보이"와 같은 작품으로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작가가 어떤 글을 썼는 지 너무 궁금했다. 책을 받아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만화로 그려져 있어 읽기가 쉽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읽으면서 즐거웠다. 특히 운동을 열심히 하면 기분은 상쾌하지만 남는게 없어 허무하다는 얘기는 너무 공감이 되서 아직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저자가 "옷잘입기 운동"이라고 이름 붙인 운동은 나도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요즘은 피곤하다는 생각에 주말에 그저 리모컨들고 소파에 누워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손가락 운동만 하게 되는데 운동도 하고 몸매도 좋아지고 옷까지 잘입게 되는 1석 3조의 운동을 꼭 실천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옷을 잘 입기 위해서는 내 치수가 어떤지, 내가 어떤 옷을 가지고 있는 지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 옷장정리를 확실히 하여 손쉽게 옷을 잘 입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부터라도 코드노트를 만들어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을 이용해서 내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맨날 입는 청바지에 티셔츠 말고 내일부터는 다른 스타일의 옷을 한번 입어봐야지 하는 생각도 했다. 편하다고 항상 입던 것만 입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면서 이제부터라도 나의 스타일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책 앞부분에 저자가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가." 라고 기술한 부분이 있다. 그 글이 너무 가슴에 와닿는다. 비단 옷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해도 다 하지 못할 수 있는데 왜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시간을 소모하는 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부터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사람은 겉모습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요즘 사회는 겉모습을 가꾸지 않는다면 내 마음을 보여줄 기회조차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남을 의식해서 옷을 잘입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존감을 위해서 나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를 보여주는 책이 이 책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