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이어령 바이블시학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때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지 몇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성경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다. 교회를 다니면서 성경을 읽으려는 노력을 안해본 건 아닌데 이상하게 참 안 읽어진다. 이 책을 처음 보고 시와 소설처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면 어쩌면 나도 성경을 읽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성경에는 떡에 대한 비유가 많이 나온다. 그동안 성경을 보면서도 떡에 대해서는 한번도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동안 그런 의문을 갖지 않았는 지가 도리어 이상하다. 서양에서는 당연히 떡이라는 개념이 없는데 왜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 교회 어린이부에 다니면서 선생님께 배운 성경구절을 아무런 의심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발생한 일인 것 같다. 다소 이 책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지만 1부 빵과 떡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학교에서 배운 것에 대해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는 태도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인 것은 결국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끝일뿐인 죽은 지식인 것이다. 왜?? 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으면서 올바른 지식을 찾으려는 노력이야 말로 인간을 발전시키는 태도인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1부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빵에 대한 여러가지 고찰, 빵을 떡으로 번역한 우리의 성경, 성체로서의 빵, 눈물젖은 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성경에서 의미하는 빵과 우리에게 빵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성경에서 가장 불합리하게 생각되는 에피소드는 돌아온 탕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맏아들은 아버지뜻에 따라 열심히 일하고 한재산을 떼어주어 떠난 둘째아들이 방탕한 생활을 하다 재산을 모두 잃고 돌아오자 잔치를 베풀어주었다는 이야기 인데, 그럼 상대적으로 집에서 일만 했던 맏아들이 너무 억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당시 이스라엘의 관습, 예수님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지 않고는 현대에 사는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그저 나의 잣대로 생각하는 건 말그대로 독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교감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단순히 나의 협소한 사고 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성경을 단순히 그 글귀만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하여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성경에 기술된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드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란 글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아주 재밌게 읽었다. 성경이 토착어에서 다른언어로 번역되는 동안 밧줄과 비슷한 낙타로 오역된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었다. 낙타로 표현되는 이 성경글귀는 과장법을 이용하여 예수님이 하고싶은 말씀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기가막힌 비유를 통해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는 말씀들의 집합이 성경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성경이 그저 읽기 힘들고 재미없는 책이 아니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갖게되었다.


마지막 4부에 기술된 욥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감탄한 글이었다. 예전에 욥기를 들을때는 하나님에 의해 모든 물질적인 것이 사라지고 병까지 얻었음에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욥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니 욥기에 대해서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저자가 설명하는 욥기는 한편의 소설처럼 재미있었다. 모든 것이 없어진 후에도 아내에게 하나님을 원망하는 소리를 하지 않던 욥은 친구들의 위로를 들으며 점차 하나님을 원망하는 소리를 하게된다. 그런데 욥의 불행을 위로하던 친구들이 그 소리를 듣고 욥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 비난을 듣고 욥은 분노하며 동시에 처절하게 절망하게 되며 그 순간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이런 설명은 이제껏 욥기가 그저 그렇던 나에게는 너무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마치 한편의 연극이나 오페라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성경이라는 다소 딱딱하고 무겁고 읽기 힘든 책도 그 의미를 되새기며 그 시대의 관습이나 생활상을 이해하면서 읽게되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그리고 독서를 하는 나의 태도와 그저 타인의 지식을 아무런 걸음장치 없이 받아들이는 나의 생각에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이제 이런 마음가짐으로 성경을 읽는 일에 다시한번 도전하여 올해에는 꼭 성경을 재미있게 읽어보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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