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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나 사회에 별관심이 없지만 IMF나 서브프라임위기 이후에 경제에 무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간간히 경제/경영서 정도 읽는 경제 초보자인 내게 이 책의 내용은 좀 충격적이다. 요즘들어 많이 듣고 있는 단어중 하나가 바로 "시장경제"이다. 내게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라고 받아들였던 단어중에 하나인데 이 책을 읽고 과연 시장에 맡기는 것이 정답인가 하는 의문에 휩싸이게 되었다.
가치있는 것은 비싸고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가격이 싸다는 나의 일차원적인 생각은 저자가 폭스바겐 사례를 들어 설명한 글을 읽으면서 여지없이 깨졌다. 저자는 자유시장과 경쟁이 시장을 자정하기 때문에 시장의 신화에 집착하면서 인류는 곤경에 빠졌으며 이는 마치 집단적으로 '안톤의 실명'증세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을 읽으면서 과연 시장이 없는 세계 경제를 상상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도 또한 빠지게 되었다. 시장이 스스로 가치를 평가하지 못한다면 시장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규제와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아닌가? 저자는 시장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다름아닌 대항운동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경제 이야기가 아닌 시장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개인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사고를 역사적 사실과 현재 사회현상을 예로 들어가며 기술하고 있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에 그저 놀랄 뿐이다.
클린턴 정부의 재무부 부장관이자 미국 경제 정책의 설계자였던 래리 서머스의 오염산업을 저개발국으로 더 많이 이전하도록 해야한다는 메모는 놀랍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환경적 해악에 더 낮은 가치를 부여하므로 독성 폐기물을 아프리카에서 처분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그의 경제적 기준은 과연 정의인가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떠올라서 그 장을 읽고 있는 동안은 한참 씁쓸해졌다.
이 책은 시장이라는 것이 실상은 정치의 장이고, 그러한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정한 장인 것처럼 채색하고 있는 것은 권력자들이라는 것을 여러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시장의 환상을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정치를 통해 깨야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마치 물이나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선거권, 참정권을 태어날 때 부터 가진 내가 오히려 한세기 전의 사람들보다 더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부터 하게됐다. 그리고 빨리 빨리가 미덕으로 자리잡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으로 돌아가 사회와 정치, 그리고 경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