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카페 - 350년의 커피 향기
윤석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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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죽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이스아메리카노에 대한 사랑이 지대한 것 같습니다. 저도 아침에 커피를 마셔야 정신을 차리고 일상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커피를 사랑하고 관심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커피를 파는 카페라는 장소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혼자 공부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하면서 그냥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어 그냥 지나치는 장소로 여겨왔습니다. 최근에는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나 책을 함께 파는 북카페, 그리고 빵을 함께 파는 베이커리 카페도 많이 생겨 보는 재미, 먹는 재미가 배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카페를 찾아가는 재미도 커졌습니다만 여전히 지나치는 장소지 문화를 위한 장소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파리의 카페는 문화와 예술의 장소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 고종이 아관파천을 하며 러시아공관에서 1년을 지내는 동안 커피를 즐기게 되어 커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사 중 가장 암울했던 조선의 19세기에 커피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현재의 커피사랑과 대비되어 씁쓸하면서도 가슴아프게 다가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3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의 카페도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역사의 물결을 바꾸기도 하고 자유에 대한 위대한 사상들이 전파되기도 했으며 세계 미술사나 문학사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시장터에 파리 최초의 카페가 문을 열었다는 대목은 파리에 왜 유독 노천카페가 많은 지를 설명하는 것 같아 재미있었고, 17세기에 문을 연 카페 프로코프가 아직도 영업을 한다는 것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에 파리를 가게되면 꼭 카페 프로코프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18세기에는 파리의 여러 카페에서 혁명파와 반혁명파가 정치적인 논쟁을 벌이게 되며 혁명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카페가 존재하게 됩니다. 프랑스 혁명 전 팔레 루아얄에 있는 카페 드 프와에서 혁명을 지지하던 젊은 변호사 카미유 데물랭이 연설을 하게 되고 이 연설은 카페에 모여있던 수많은 부르주아를 선동하게 되었습니다. 그 연설이 있고 이틀 뒤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는 바스티유 감옥 습격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설명하는 18세기 파리의 카페의 모습을 읽다보니 커피향이 아닌 혁명의 화약냄새가 느껴집니다.

혁명이후 19세기에는 오스만 남작에 의해 파리시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들이 해체되고 일직선으로 뻗은 대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 대로를 중심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대형 카페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파리의 카페는 유럽 각국에 명성을 떨치게 되며 유럽의 귀족이나 돈많은 한량들에게 한번쯤은 들러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게 됩니다. 또한 에밀졸라, 플로베르와 같은 당대의 많은 유명 소설가들과 마네, 모네, 피카소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주요 활동무대로 이들은 카페에서 토론과 연구를 하며 프랑스의 문학사와 미술사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20세기의 시작에는 파리에서 만국 박람회가 개최되면서 사람들은 풍요로워졌고 예술과 문화가 번창하는 아름다운 시대, 벨 에포크가 전개됩니다. 이때 파리는 유럽에서 가장 활력있는 도시, 문화와 예술의 세계 중심지로 변하게 되었고 유럽의 많은 예술인들이 파리로 오며 서로 교류하고 예술의 흐름을 주도하게 됩니다. 세계대전, 스페인독감, 그리고 대공황이 연달이 터지면서도 파리는 예술의 중심이었고 파리 내에서 예술가들이 모이는 장소는 달라졌어도 여전히 카페들이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파리카페뿐만 아니라 파리의 랜드마크들의 사진들과 그림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보는 재미를 줍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지금도 영업 중인 파리의 카페에서 세계사, 문학사, 미술사 에서 이름을 봤던 인물들이 커피를 마시며 연설을 하거나 그들의 작품을 토론하고 연구하는 모습이 그려져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최근에 재미있게 봤던 미드인 "에밀리, 파리에 가다" 에서 여러 카페들이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노천카페였습니다. 왜 유독 파리에서는 노천카페가 많이 보이는 지 궁금했는데 파리의 카페가 시장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읽으면서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 파리를 그리는 영화나 그림에서 항상 카페를 보게 되는 데 왜 그런걸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며 350년동안 참혹하고도 아름다웠던 역사의 한 가운데 파리의 카페가 있었다는 것이 느껴져 다음에 파리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게 될 날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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