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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사람을 위한 책 - 정신건강의가 알려주는 진짜 휴식
스즈키 유스케 지음, 최서희 옮김 / 사이드웨이 / 2025년 6월
평점 :
이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즈키 유스케의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사람을 위한 책»은 ‘잘 쉬는 법’을 배우지 못한 현대인을 위한 조용한 안내서예요. 이 책을 읽다 보면 ‘휴식’이라는 말이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돼요. 가만히 누워 휴대폰을 보면서도 피곤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나 출근길만 돼도 긴장이 시작되는 이유가 이제야 또렷해져요.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말하는 ‘과잉 적응’이에요. “평일은 회사와 동료, 거래처의 요구에 응하고 휴일엔 가족이나 친구의 요구에 응합니다. 그렇게 사는 동안 우리는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잃어갑니다.” 이 문장을 읽는데 마치 제 얘기 같았어요. 주말이면 밀린 집안일과 연락을 처리하다가 어느새 또 한 주가 시작되고, 쉬었는데도 더 무겁게 느껴지는 날들이 많았거든요. 저자는 그런 상태를 “사막에서 탈수 직전인데도 자기 몫의 물을 남을 위해 양보하는 모습”으로 비유해요. 남을 배려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자기 회복까지 미루는 건 결국 ‘착함’이 아니라 ‘자기 무시’라는 말이 오래 남았어요.
“작은 일에 충격을 받기 쉬운 섬세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무엇 때문에 상처받는지를 세세히 알아야 한다”는 구절도 깊게 와닿았어요. 저자는 ‘커뮤니케이션의 가시’라는 표현을 쓰며 마음속에 남은 자잘한 불쾌함이나 서운함을 무시하지 말고 기록하라고 해요. 저는 그 조언을 따라 스마트폰 메모에 ‘오늘 불편했던 순간’을 간단히 적어봤어요. 예를 들어 회의 중 누군가 제 말을 끊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부탁을 들어주고도 마음이 괜히 무거웠던 이유를 써봤어요. 신기하게도 며칠 지나니 반복되는 감정의 패턴이 보였어요. ‘감정 메모’는 내면을 존중하는 작은 방법이자 스스로를 보호하는 장치예요.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심리학과 의학 지식을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실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는 거예요. 저자는 인간의 ‘자율신경’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야 진짜 회복이 이루어진다고 말해요. 현대인은 늘 긴장 모드로 살아서 이 리듬이 무너졌다고 해요. 그래서 침대에 누워도 머릿속이 멈추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지 않아도 마음은 계속 일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저자의 말처럼 ‘휴식’은 일을 멈추는 게 아니라 내 몸의 신호를 다시 듣는 일이에요. “몸이 먼저 알고 있다”는 말처럼 머리는 괜찮다고 해도 몸은 이미 고갈돼 있을 수 있어요. 회사에서 “괜찮아요”라고 웃으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아무 말도 하기 싫을 때가 있잖아요. 그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몸이 내는 경고음이에요. 우리 사회는 ‘조금 더 해내야 한다’는 주문에 익숙해서 몸의 언어를 듣지 못하게 돼버린 거죠.
읽다 보면 많은 독자가 말하듯 “나도 제대로 쉰 적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요. 저 역시 그랬어요. 누워서 유튜브를 보며 쉬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건 또 다른 자극이었어요. 저자가 권하는 ‘진짜 휴식’은 외부 자극을 끄고 나 자신을 세밀히 감지하는 순간이에요. 하루 10분이라도 아무 판단 없이 숨을 느껴보는 시간, 그게 ‘쉬는 연습’의 시작이라고 해요.
저는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의 이 말을 오래 붙잡았어요. “사람은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안심하면 치유되고 회복한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문득 생각났어요. 바쁜 날이 끝난 뒤 집에서 따뜻한 조명을 켜고 조용히 차 한 잔을 마실 때, 이상하게도 그 짧은 시간에 평온이 찾아오곤 했어요. 그게 바로 ‘안심의 감각’이었어요. 저자는 그 감각이 몸과 마음을 다시 회복으로 이끈다고 말해요.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일주일에 하루라도 ‘나만이 느끼는 편안함’을 찾으려 해요. 누군가에겐 음악일 수도 있고,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는 일일 수도 있겠죠. 저에게는 차분히 숨을 고르며 오늘을 돌아보는 시간이 그 역할을 해요. 마음이 조용히 풀리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쉬었다’는 감각이 찾아오니까요.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사람을 위한 책»은 단순한 힐링서가 아니라, 일과 인간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과의 균형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이제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처방전이에요. 페이지를 덮고 나면 머리로가 아니라 몸으로 ‘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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