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예찬
스테파니 오셰 지음, 이소영 옮김 / 마음의숲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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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길고양이를 마주칠 때마다 눈길이 먼저 가요. 햇볕 아래 털을 고르거나 무심히 옆을 스쳐 지나갈 때의 느긋한 태도는 묘하게 사람 마음을 끌어요. 스테파니 오셰의 «고양이 예찬»에서 고양이는 단순히 귀엽고 도도한 존재가 아니라 자유와 신비를 상징하는 철학적 존재로 그려져 있었어요.

책은 고양이를 중심에 두고 인간의 세계를 비춰요. 저자는 보들레르가 고양이를 «전제군주»라 부르고 릴케가 «신»이라 표현한 이유를 짚어가며 예술가와 철학자들이 왜 이렇게 작은 생명체에 경탄했는지를 따라가요. 보통 우리는 고양이를 ‘반려동물’로만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아요. 인간이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고양이를 바라본다는 점을 여러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보여줘요. 고양이를 통해서 자유를 동경하면서도 타인의 사랑을 바라는 인간의 모순된 내면이 드러나요.

“살찐 고양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 짓게 하는 존재다” 책에서도 그런 장면이 등장하지만 실제로도 인터넷에 가득한 통통한 고양이 사진을 보면 마음이 풀어져요. 뚱뚱한 고양이는 세상 걱정 없이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행복을 대표하는 것 같아요. 저자는 이 평화로운 외양 속에서 인간이 그토록 바라는 만족과 여유의 이미지를 읽어내요. 우리는 늘 더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속으로는 그런 나른함을 동경하는 것 같아요.

책은 고양이를 통해 인간이 가진 욕망과 자유의 갈망을 드러내요. 한편으로는 가정의 아늑함을 원하면서도 또다시 문 밖 세상을 바라보는 존재로, 고양이는 우리 자신과 닮아 있어요. 저자는 “고양이는 어디든 탐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신비한 프리즘”이라고 말해요. 낮에는 소파에서 졸고 있다가 밤이 되면 조용히 어둠 속을 걷는 모습, 그 자유로움이 인간의 영혼이 가진 욕망의 반대편 같아요.

«고양이 예찬»은 귀여움을 넘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에요. 고양이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문명과 권력의 구조까지 이야기해요. 릴케, 나쓰메 소세키, 마크 트웨인 같은 인물들이 남긴 말들을 따라 읽다 보면 고양이라는 동물이 단순히 털 고운 생명이 아니라 사유의 매개가 되는 존재로 자리 잡아요.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아직 여건이 되지 않아 늘 아쉬웠는데 이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어요. 집 안을 유유히 걷는 고양이의 모습이 떠오르면서도 자연스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인간과 고양이를 섞으면 인간의 수준은 높아지겠지만 고양이의 수준은 낮아질 거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도 오래 남아요. 우리는 그만큼 고양이를 닮고 싶어하지만 결코 닮을 수 없는 존재 앞에서 늘 겸허해지는 것 같아요.

책을 덮고 나면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고양이는 우리와 함께 사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걸요.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애묘가를 위한 책이 아니라 마음의 자유를 찾고 싶은 모두에게 열린 산책길이에요. 고양이를 알고 싶다면 결국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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