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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서 맥주를 마시다 - 쾌락주의자 전여옥의 일본 즐기기
전여옥 지음 / 해냄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며 느낀점들과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견해로 구성된 책이다. 특히 먹거리와 음식점 기행에 관한 얘기가 많다. 그러니 <일본은 없다>처럼 강렬한 것을 기대하지말고 '전여옥의 일본 관광기 정도'로 가볍게 읽어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예의 그 날카로운 관찰력은 군데군데 숨어있다. 눈에 보이는 듯한 섬세한 묘사로 여행지의 모습과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 전여옥의 사적체험들이 머릿속에 그려졋으며(너무 잘잘하고 사소해서 이런것까지 알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게도 하지만) 자칭 미식가 답게 음식에 관한 표현들이 아주 맛깔스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일본을 '자족하는 공산주의의 나라' - 먹고살 만큼이면 된다로 정의한다. 영국출신의 한 애널리스트가 중국은 자본주의절 일본을 공산주의적 민족성을 지녔다는 말을 했단다. - 나라는 잘사면서 개인은 가난한 일본처럼 그 말은 쉽게 이해가 안갔다.
그러니까 그들은 국가라는 커다란 기계를 돌리기 위한 부속같은 존재?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침략도 서슴치 않지만 개인은 자족하면서 산다? 일본은 선진국가운데 유일하게 카지노가 없는 나라지만 파친코가 있다. 큰 도박은 하지도 꿈꾸지도 않지만 소도박은 하는 나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생각을 가진 그들이지만 환경에는 빵점인 나라.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씨줄과 날줄로 짜여진 거친카펫으로 정의한다.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차이에 대해서도 료안지의 돌정원을 통해 명확하게 구분한다. "중국인이라면 절대로 이렇게 조그만 마당에 흰 모래를 채워놓고 돌 몇 개를 갖다놓는 소소한 선원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스펙터클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우선 담장을 없앴을 것이고 하얀모래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담한 규모에 사람들의 손이 단 한군데도 미치지 않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일정한 한계 영역에 머무르길 원하는 일본인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일본적 선의 장소가 바로 료안지의 돌정원이다."
전여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여하튼 나는 최소한 직설적으로 속시원하게 해주는 화법이나 말맛을 좋아한다. 쾌락주의자라는 말도. 쾌락이 별건가? 자신을 쾌락주의자 라고 말하는 당당함도 좋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가볍게 훌훌 혼자 떠났고 싶은 욕망에 시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