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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버그 - 열화당미술선서 54
김호근 / 열화당 / 1986년 9월
평점 :
절판
"카투니스트의 강점은 예술작품을 팔아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기고하여 받은 원고료로 생활한다는데 있다. 카툰이 정통적인 미술관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회화 예술가들보다 더 많은 대중에게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교보문고에 갔을 때 '열화당이 세기말에 드리는 사은 대잔치'라는 이름으로 정가의 50%를 세일해주는 행사를 할 때 다른 책 몇권과 함께 구입한 책이다. 마뉴엘 가서와 김호근이 스타인버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소개하고 그의 작품집 패스포트와 미궁이 수록된 책이다. 그 때 그림을 두루룩 훑어본 뒤에 제대로 보지 않았던 책인데 앞에서부터 천천히 스타인버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에대한 소개부터 읽어본 뒤에 그의 그림들을 다시보니 전혀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스타인버그는 단순하지만 풍자적인 카툰으로 유명하다. 스타인버그가 1930년대 중반에 그리기 시작한 새로운 시도로부터 카툰의 혁명은 출발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어떤 이야기를 도와주는 삽화로서가 아니라 그림 그자체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래픽 표현의 강점에 의해서만흥미를 이끄는, 요즘은 흔히 볼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전혀 새로운 표현을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이다.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카투니스트로 주목받아온 그는 루마니아 출신으로 뉴요커를 통해 주로 그의 카툰을 발표해왔다. 그의 작품집 <미궁>은 이미 팝아트에 나타나는 패러디를 보이고 있는데 당시는 아직 팝아트가 존재하지 않은 때였다. 또한 <패스포트>라는 심오한 제목의 작품집은 유태인이고뿌리없는 코스모폴리탄으로 떠돌던 그가 미국입국과정에서 겪듯이 루마니아인인 그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