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전략 - 외교 역사와 이론으로 살펴보는 국제정치 속 오판의 메커니즘 ㅣ 그레이트 하모니 4
비어트리스 호이저 지음, 이혜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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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저자인 비어트리스 호이저는 책의 서문에서부터 모든 행위자가 합리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좇아 행동한다는 ‘합리적 행위자’로 전제하고, 국제관계라는 복잡계를 한 두가지 요소로 단순화시켜 설명하고자 하는 세태를 비판한다. 국제정치, 전쟁과 전략은 단일한 원인, 독립적인 하나의 변수를 통해 연구하거나 예측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향과 휴리스틱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특히 국제관계에서 여러 오판을 내렸던 역사적 지도자들(표지의 네빌 체임벌린이나 히틀러 등)을 통해서 이러한 편향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잘못된 전략’은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인 ‘생각에 관한 생각’을 많이 떠올리게 된다.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비판 그리고 비합리적 편향(bias), 휴리스틱 전반을 다루는 책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도 책 말미에 있는 주석에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소개한 많은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다. 잘못된 전략을 읽고자 하는 이라면 함께 읽으면 틀림없이 좋을 책일 것이다.

또한 저자는 미국 해병대전쟁대학에서 발행한 ‘전략지침서(Strategy Primer)’에서 큰 도움을 얻었다고 명시하였는데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번역이 되지 않았다. 미 해병대 공식 웹사이트에서 PDF를 공짜(!)로 배포하고 있으니 이것도 함께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훑어보진 않았지만, 전략 수립의 인지적 방법론을 소개하고, 전략 수립 시에 빠지는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es)를 식별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세우는 책이니 만큼, 잘못된 전략 또한 결을 함께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클라우제비츠의 정의처럼 자신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관철 시키기 위한 상호 행위, 즉 ‘전쟁’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짤 때 상대방의 관점과 생각을 엿보기 위한 방법을 심각한 오판을 내렸던 역사적인 지도자들의 사례 및 사건의 패턴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와 동시에 경험적 사고 판단, 즉 가용성 휴리스틱을 오판을 일으키는 핵심 편향으로 소개한다.

합리적/비합리적 행위자 오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행위자 이론(모든 개인은 주어진 정보와 제약 안에서 자기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이성적으로 선택한다) 은 많은 연구에 폭넓은 기반을 가져와주었지만, 정치학과 국제관계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는 모든 행위자가 ‘자기이익’을 우선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가정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며, 자기이익의 정의 자체도 사람마다 분분할 것이라 비판한다.

사람의 합리성이란 본디 논리적으로 일관적인 행동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심지어는 골수 시카고 학파일지라도 편향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비용편익을 추구하고, 자신의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결과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불완전한 인지적 편향과 사고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합리적 행위자 이론을 통해 복잡다단한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합리적인 행위를 통해 상대방의 행동을 유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신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신념이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 따지지 말고, 그들이 그 신념(또는 가치관)에 따라 논리적으로(인과에 맞게끔) 행동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합리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기인하므로, 상대방에서의 합리를 ‘신념’으로 표현한 것이 재밌는 부분이다(스스로의 행위를 합리라 믿는 것도 사람의 편향이리라). 전반적으로 종합하자면 국제관계와 전쟁은 ‘합리’와 ‘합리’가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쪽에서의 신념(가치관)과 상대쪽에서의 신념(가치관)이 부딪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합리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상대의 결정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게 되므로 상대의 신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행동예측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더불어 사후 관점에서 판단하지 않아야 하는 점도 강조되었다. 저자는 트루먼의 재군비 프로젝트를 조망하면서, 사후 관점에서 볼 때 명백하게 치명적인 오류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근거로 ‘내릴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심심치 않게 알 수 있다.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의 역사를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편향

사람은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것은 위대한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따르는 고도로 훈련된 학자들일지라도 그렇다. 수십, 수백 만년에 걸친 진화의 소산이니만큼 한 개인이 이를 극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모두 편향에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를 통해 상대방의 전략을 예측하고 그들이 오판을 왜 했는지, 또 나의 오판은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알 수 있다. 저자가 서술한 몇 가지 편향 가운데를 소개하자면,

저자가 가장 첫 번째로 소개하는 편향은 ‘거울 이미지’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을 거라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그것을 똑같이 따를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다. 전쟁사를 공부하다보면 무수히 나오는 대표적인 오판인데. 흔히 “내 수준에서 판단하면 안 된다”라는 격언으로 나타나는 행위이다. 바르바로사 작전을 예상하지 못했던 스탈린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내가 그렇게 행동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저자는 국제정치와 외교, 국방을 막론하고 일상에서도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편향인 확증편향과 기준점 효과를 소개하면서 이 두 가지의 편향에서 나타나는 여러 하위 카테고리들을 예시와 묶어 설명해준다. 저자는 오판에 이를 수 있는 편향들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패턴 분석법을 제안한다. 이는 오류를 범하기 쉬운 경험적 분석법, 잘못 적용되면 많은 해를 끼칠 수 있는 통계적 분석법보다 당면한 문제 해결에 더욱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를 분석에 적용한다는 것인데, 필자는 저자의 주장에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일지는 모를 특정한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장기지속하여 반복된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패턴 분석법의 약점을 지적하며, ‘가용성 휴리스틱’ 즉, 특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것이 다른 사건과 동일시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일러두었다. 발생한 사건의 본질만을 좇으라는 경고였다. 그러면서 특정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이것이 또 똑같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이것 또한 편향으로 ‘뜨거운 손 효과’에 빠져버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사고체계 안에 겹치고 겹쳐있는 많은 편향들 덕분에 얼마나 오판을 피하기 힘든지 이 챕터에서 가감없이 알 수 있었다.


감상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부분 중 하나는 계속 임용한 박사님의 방송이나 책에서 하셨던 격언들이 떠오른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전쟁사 및 국제관계를 다루는 학자라 그렇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겠다) ‘내 수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사람은 삼킬 수 있는 것만 삼킨다.’,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반드시 패한다’ 등은 책에서 소개하는 ‘우리의 편향’ 챕터에서 모두 소주제로 분류되었던 것이다.

책에서는 다소 결과론적인 해석이 다분하며, 왜 그때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언급이 안 되었던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좀 더 심리적인 요소에 매몰되어 있지 않았는가 싶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귀중한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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