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영혼을 각성시키는 일이다. 글을쓴다는 것은 내가 동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최소한의 행위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에 갇혀 있는 나를 확장시키고 확장된 내 인식 안으로 타인을 들이는 일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이 일상화될수록 집이 아니라 집값을, 옷이 아니라 옷값을,음식이 아니라 음식값을 따지는 사람들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일상화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어린아이의 세계를 벗어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어린아이들은 골목에 나가 동무들에게 우리 집에 얼마나 큰 것이 있는지, 얼마나 좋은 것이 있는지, 얼마나 멋진 것이 있는지를 질세라곧잘 자랑하곤 했다. 어른들이 곧 죽어도 남보다 좋은 옷을입으려 하고 남보다 비싼 집에 살려 하고 남보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 드는 것은, 그가 아직 어린아이의 인식세계에서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는똑같은 인식세계를 가진 누군가에게 가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랑하고 싶어 할 것이다. 내가 얼마나 비싼 옷을, 내가 얼마나 좋은 집을, 내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지를 말이다.
‘자랑하고 싶은‘, 말하자면 과시하면서 살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켜줄 돈을 벌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책도 안 읽고글도 안 쓰고 ‘모든 인간적인 삶‘을 기약할 수 없는 미래의일로 미뤄둔 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바쁘다. -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