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조성진, 임윤찬, 손열음 같은 연주자들의 이름만 알 뿐 진은숙 작곡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확히는 클래식이 아니라 현대 음악을 쓰고, 현대 음악 자체가 귀에 쉽게 달라붙진 않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나 조차도 진은숙을 비롯한 현대 음악은 듣기 어려우니까.
하지만 진은숙은 현 시대 가장 잘 알려진 한국 출신(이라는 말로 가두기에는 겸연쩍은 부분이 있지만) 음악가다.
사이먼 래틀, 정명훈 등 유명한 지휘자들을 통해 그의 곡이 연주되었고, 2024년에는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지멘스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로 부임했는데, 정명훈과 진은숙이 함께 하던 이 시절을 서울시향 황금기라고 보통 부른다. 2022년부터는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연주자들의 활동이나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작곡가는 그렇지 못해서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꼭 보고 싶었다.
책은 제목 그대로 인터뷰 모음으로 이루어졌다. ‘인터스텔라’ 김지수 기자, 진은숙에게 곡을 위촉한 글로벌 제약 기업 로슈의 마티아스 에센프라이스 CTO, 김상욱 물리학자, 국악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원일, 그리고 이 책을 엮은 이희경 음악학자와의 대화다.
특이한 점은 김상욱 교수와의 대화는 진은숙이 인터뷰어라는 사실이다. 현재 작곡 중인 오페라 곡이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의 이야기를 담아서인지, 책 내내 물리학에 대한 진은숙 작곡가의 관심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