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숙과의 대화 - 우주의 끝에 다다르려는 작곡가의 온평생
진은숙 지음, 이희경 엮음 / 을유문화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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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조성진, 임윤찬, 손열음 같은 연주자들의 이름만 알 뿐 진은숙 작곡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확히는 클래식이 아니라 현대 음악을 쓰고, 현대 음악 자체가 귀에 쉽게 달라붙진 않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나 조차도 진은숙을 비롯한 현대 음악은 듣기 어려우니까.


하지만 진은숙은 현 시대 가장 잘 알려진 한국 출신(이라는 말로 가두기에는 겸연쩍은 부분이 있지만) 음악가다.


사이먼 래틀, 정명훈 등 유명한 지휘자들을 통해 그의 곡이 연주되었고, 2024년에는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지멘스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로 부임했는데, 정명훈과 진은숙이 함께 하던 이 시절을 서울시향 황금기라고 보통 부른다. 2022년부터는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연주자들의 활동이나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작곡가는 그렇지 못해서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꼭 보고 싶었다.


책은 제목 그대로 인터뷰 모음으로 이루어졌다. ‘인터스텔라’ 김지수 기자, 진은숙에게 곡을 위촉한 글로벌 제약 기업 로슈의 마티아스 에센프라이스 CTO, 김상욱 물리학자, 국악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원일, 그리고 이 책을 엮은 이희경 음악학자와의 대화다.


특이한 점은 김상욱 교수와의 대화는 진은숙이 인터뷰어라는 사실이다. 현재 작곡 중인 오페라 곡이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의 이야기를 담아서인지, 책 내내 물리학에 대한 진은숙 작곡가의 관심이 묻어났다.


진은숙 작곡가가 책에서 내내 이야기하는 메시지 중 인상깊었던 건 '예술가'에 대해 설명하는 구절들이었다.

예전에 어느 콘텐츠에서 모 피아니스트에게 위대한 예술가라고 하자, 본인은 예술가가 아니다. 작곡가가 진짜 예술가라고 하는 구절을 보며, 지나친 겸손 아닌가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진은숙 작곡가도 같은 뉘앙스의 말을 한다. 확실히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람과 이미 있는 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갈고 닦아 표현하는 사람과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설득된다.

동시에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고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일관된 메시지가 평소 내 생각과도 일치하여 공감되었다. '우리는 왜 예술을 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에도, 진은숙 작곡가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낸다.


이 시대 가장 인정받는 작곡가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을까? 또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는 누군가를 의식하거나,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려고 하면 안된다. 나 자신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는 진은숙 작곡가의 말은 음악 뿐 아니라, 무언가를 창조하는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것 같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만큼 용감해지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는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거예요. - P.82

인생을 잘 살 수도 있고 못 살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나를 속이지 않고 진실되게 열심히 해서 무언가를 남기면, 그것이 결국 시대를 초월하는 것 같아요.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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