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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문을 열었습니다
윤설 지음 / 책나물 / 2023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분노든. 슬픔이든. 죄책감이든.
한 숟가락도 덜어내지 않고
온전히 고통을 뭉개고 살려는 사람.
고통과 함께 동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동시에 그 생기 없음이 죽어가는 우영에게
생기가 되어 현실을 직면하는 고통을 주기도 했다.
정상적인 사람 안에도 사이코틱한 부분이
항상 숨어있고, 그 광기는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아진은 잘 알고 있다.
목 놓아 울고 싶은 자기는 꽁꽁 묶어두고
예전과 똑같은 씩씩한 누나 우영,
맏딸 우영만 다시 살려냈다.
..그냥 주저앉아 울면 편할 것 같다.
하지만 우영의 작은 몸뚱이와 여린 정신은
여전히 둘로 나뉘었다.
'그냥, 더 울게 내버려둘래.'
슬픔을 멈추고, 눈물을 멈추라는 잔인한 말을
자신에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영이 그날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다.
우영은 세상의 모든 것들로부터 소외되었다.
..한꺼번에 몰아닥친 일들에
우영은 슬픔도, 두려움도, 서러움도, 미움도,
그리고 죄책감마저도 가슴속 깊은 곳에
밀어 넣고 뚜껑을 닫아버렸다.
아진은 절대로 이 문이 닫히면 안 될 걸
알았던 거 같다.
아진은 역시 좋은 것들을 미리 너무 좋아하면,
결국 좋은 것이 다 망쳐진다는 생각을
그 순간 다시 확인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니까, 마음을 누르기 위해,
잊어버리기 위해, 잠도 자보고,
크레파스가 제자리를 찾는 것처럼,
마음을 제자리에 꼭꼭 넣어두려고 했다.
그 긴 세월 동안 꼭꼭 닫아놓았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이토록 끔찍하게 여기는 기억들이
스물스물 삐져나오니 얼나나 괴로울까.
간절히 알고 싶으면서도,
모르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을.
그리고 너무나 말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영원히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
정신분석상담사 작가님의 책이라 그런지
무겁지 않은 듯 무겁고, 가벼운 듯 가볍지 않게
마음을 건드리는 소설이다.
어쩜 그런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그저 책 속에 두 여인에게 감탄했다.
나였다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싶다.
이제는 30대에 애엄마가 되서인지,
내 일이 아닌 소설 속 인물에 흠뻑 이입되서
책의 끝에서는 눈물이 광광😭
그리고 '배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아진의 배려를 조금이나마 배워본다.
진정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그런 배려.. 다시 생각해도 아진이 대단하다.
책의 끝은 해피엔딩으로 두 여인의 마음이 보듬어 지고
문이 열린게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괜시리 나도 우영처럼 예쁜 봄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