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
단야 쿠카프카 지음, 최지운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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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코끼리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이 일이 진실로 신나게 느껴질 때까지,
그리고 당신과 코끼리가 둘 다
미치광이처럼 보일 때까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느낌이라는 단어는 당신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당신은 어깨를 으쓱하고 사실대로 말한다.
모르겠어요. 아무것도요.

언젠가 여기 머물렀던 누군가가
콘크리트 벽에 공들여 문구를 새겨 놓았다.
우리는 다 미친 개다.
그 글을 볼 때마다 당신은 미소를 짓는다.

비명 소리가 멈추는 바로 그곳으로.
고요함은 맛있다.
숨이 막히는 듯한 안도감.

언젠가 아이들이 이 바다로 뛰어들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면 엄마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입 안 가득 담긴 소금물은 라벤더의 사랑일 것이다.

나쁘기만 한 인간은 없다.
착하기만 한 인간도 없다.
우리는 그 사이의 회색 지대에서
모두 평등하게 산다.

복된 죄라니.
선함으로 가는 끔찍함인 것인가.

그녀는 그 대신 자유를 좋아했다.
삶과 죽음 사이의 줄 위를 걸었지만
어느 쪽으로 떨어지든 중요하지 않았다.

어려운 게 아니었다, 악해지는 일은.
악이라는 건 확실히 보이거나
손에 잡히거나 안아서 어를 수 있거나
쫓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약 자기 자신 대신 아이들을 구했다면
그녀의 우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이러니하지 않아?
사랑은 순수한 채로 존재할 수 없어.
항상 스펙트럼 위의 무언가로 있을 뿐이지.
나쁜 게 항상 숨어들기 마련이라고."

왜 그렇게 글을 써?
.. 영원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내 자신의 일부를 뒤에 남겨 두는 거지.

어쩌면 사악한 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고.
결국엔 이토록 단순하다고.
아마 안셀은 사피와 같은 것을
바랐을 뿐인지도 몰랐다.
자신이 어디에 속한 존재인지
결국엔 알아내는 것.

그러고는 그의 고통도 다른 사람과
똑같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다.
그 아픔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다른 점일 뿐이었었다.

당신은 그 소년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자백했다.
그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려고.

당신은 평생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조심스럽게 따라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지쳤다.

•••

안셀 패커의 어린 시절은 잔인하다.
그의 어머니인 라벤더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살인이 정당화될 순 없지만,
그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다.

아기의 비명을 잠재우기 위한 살인...
책을 읽으면서 제니에게 준
보라색 자수정 반지에서 약간 소름 돋았는데,
나중에 진짜 릴라의 반지라는 걸 알았을 때는
미친놈이 확실하구나 싶었다.
이유는 단지 예뻐서.

책 속에 사이코패스 살인자 안셀 패커의
철학은 꽤 심오하고 깊지만
어떻게 보면 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저 수많은 '만약'을 생각만 할 뿐...

선택에 따른 무한한 다른 우주.
그저 자신의 선택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하는 이론인 것 같다.

처음 탈옥을 계획했을 때의 안셀과
탈옥에 실패하고 죽음 앞에 마주한 안셀까지..
그것을 표현해내는 작가의 섬세함에
마지막 장까지 빠져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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