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관들에게
연마노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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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자들이 준비할 것은 단 하나였다.
지구에서 살면서 누려 온
모든 것을 버릴 준비.

인서도 갈 수 있어.
지금보다 훨씬 더 멀리. 더 멀리.

"우리 아이들은 미래를 살 거예요."

다른 세계를 상상하더라도
결국 우리가 도착해 있는
우리의 현실은 이곳이기 때문에.
_떠나가는 관들에게

'왜'나 '어떻게'를 생각할수록 안좋아져요.
내가 좀 더 잘할 걸, 내가 좀 더.
이런 건 당신 마음을
아프게만 할 뿐이에요.

태엽형 미로를 만들자고요.
태엽의 시작과 끝을 정한 타임 루프를요.

시도해보지 않고 후회해보는 것과
시도해보고 후회하는 일의 무게를.

나는 적어도 꿈꾸는 입자가 될거야.
_태엽의 끝

준비는 철저할수록 좋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던 시기에도,
모든 것이 무너지는 시기에도
유효한 말이다.

우리가 살아남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느냐의 문제.

이 여행은 그저 이미 쏘아진 총알이
관성에 저항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관통하거나 맞힐 때까지
앞으로 한없이 나아가는 것과 비슷했다.

대멸종을 버티고 자시도 할 것 없이,
이대로 모든 것이 사라지도록 두는 게
답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그들을 멸종시키고
동족마저 멸절시키고 있었다.

책임감이나 사명감은
좀 거창한 말이었다.
_방주를 향해서

낭만을 갖는 것은 그게 어느 정도
남의 일일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저 연어처럼 돌아왔을 뿐이다.
소금에 삭는 꿈을 그만 꾸고 싶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이대로 보내고 싶진 않았기에
돌아왔다.

바보 같고 미련한 짓인 걸 알면서도
사라져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었다.

물에 잠긴 집들의 모습이
그냥 물에 잠긴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살았던 지금의 시간과
바다가 살았던 과거의 시간이 겹친
미래가 된 거라고 생각해봐.
_아틀란티스의 여행자

요즘 아이들은 전자기기나
태블릿 기기를 많이 썼다.

아이들은 인형을,
인형은 자기 아이를 사랑하지.

"다른 애들의 노래를 들어봐."
그러고 나서 네 노래를
그 위에 얹어.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것들을
빼앗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이별은 은아도 모르는
은아의 첫 번째 이별이 되겠지만,
마지막 이별은 되지 않을 테니까.
_저주 인형의 노래

그 순간엔 악의도 선의도,
고의도 없었어요.
현상이 있었을 뿐이죠.
_현신(現身)

우리는 모두 몸 안에 별의 입자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낭만적이고
우리는 모두 재활용되고 있다고 하면
좀 멋없어 보이나요?

찰나를 연이어 순간으로 만들고
순간을 연이어 삶으로 만들면서
있는 힘껏 존재하는 것.
_75분의 1

"인어도 그걸 원할까?"
_마지막 인어

•••

마냥 상상의 것이라고 치부하기는
꽤나 현실적이고 곧 일어날 법한 내용들이다.
소설인데 읽다보면 나중에 내 아이들의 시대가
이렇다면..? 어떡하지? 라며 진지하게
걱정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기에
선택의 기로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나도 모르게 바라게 된다.

다른 이야기를 담은 단편들이 엮어있지만,
통하는 의미는 같다고 느껴진다.
인간의 심리가 아주 잘 녹아있어서
엄청 이입해서 읽었고,
이야기들끼리 마치 하나인 것처럼
자연스레 연결되서 읽혔다.

만남, 이별, 선택.
만나고 헤어지고 수많은 선택들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미래를 꿈꾼다.
책을 덮으니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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