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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행성 1 - 영원의 숲
스가 히로에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혼을 이토록 옴짝달짝 못 하게 하는 것.
무구한 마음이 그저 외곬으로 대치하는 것.
그 가슴에 파고들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예술이 가진 궁극의 힘이 아닐까.
"이름은 개체 식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기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어를 가진 지적 생명체가 부여하는 이름에는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이런저런 바람이 담겨 있어요.
이름은 개인을 개인으로서 인정하고
사랑하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죠."
"고고하고 순수한 예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만 명심하면 됩니다."
문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지식의 양만이 아니야.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 자신은······ 예술을 접할 틈도 없는
무능한 학예사는 거기에 따라갈 수 있을까.
"하지만 최첨단이라고 추대되던 기술이
비효율적인 것으로 전락해버리고
자신은 과도기의 사람이 돼버렸을 때,
그분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면······."
.. 시대로부터 점차 소외돼갈 우리도
그 동정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므네모시도 현재의 학예사들도
예술를 해체하려는 그 행위로 인해
과학자의 위치로 내려앉은 것이 아닐까.
아름다움을 향유할 자격 따위
이미 잃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은 오감만으로 향유하는 것이 아니다,
학예사로서 경험을 쌓으며
체득한 직감이나 육감 같은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걸 갖추지 못하면 분석 기기나
데이터베이스만으로 예술을 이해해버리게 된다······.
막막한 바다에 사는 그 심해어는
과학의 바늘로는 낚을 수 없고
일상의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다.
아마도 순수한 마음과 따뜻한 두 팔로
건져 올려야 하지 않을까······.
기계가 감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미의 본질도 0과 1의 그물로 잡을 수 있다고 믿는 거지.
우리가 찾는 궁극의 미란
진짜가 가진 그 빛일지도 몰라요.
우리는 학예사의 눈으로
그 형태에서 '별'을 봅니다.
하지만 실제로 거기에 무엇이 표현돼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별'을
당신이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순수한 애정의 존재를 믿고
이해해줄 줄 아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으니까요."
자신은 그녀의 진심 어린 감탄사를
줄곧 가볍게 여겨왔던 것이다.
그 지나친 솔직함을 은연중에 멸시하면서······.
•••
박물관 행성 아프로디테에서
직접 접속 학예사로 일하지만
중재자나 관리자의 업무가 더 많은 주인공.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지만
과거와 미래, 예술과 과학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고,
그 발전한 기술을 사용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책 말미에는 데이터베이스에게 감정을 가르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는데..
가르치는 역할을 아내인 미와코가 맡게 되면서
감정을 잊었던 자신을 깨닫게 된다.
궁극의 미란 무엇인가,
아프로디테 행성의 가상 예술 작품들을
책 속에서 만나는게 즐거웠다.
예술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읽는 동안 나는 책 속에 빠져서
마치 아프로디테 행성이 존재하는 듯 했다.
9가지의 다른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어서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재밌게 읽었다.
일본 소설 특유의 상상력과
튀지않지만 독특한 발상의 매력을
오랜만에 다시 느끼게 해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