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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냥그릇 - 나를 찾아가는 먼 길
방현희 지음 / GenBook(젠북)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Camino de Santiago" 프랑스 남부에서 스페인 북부에 이르는 순례자의 여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인상깊게 본 적이 있다. 매년 전 세계 600만명의 사람들이 이 매력적인 시골길을 따라 여정을 떠난다고 하니, 관심을 기울일만 하다. 또한 유명한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가 처음 쓴 소설인 "순례자"는 이 길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자아 성찰과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찾는 내용을 다루었다고 한다. 똑같은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비록 산티아고 가는 길의 여행자들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아 성찰을 하지는 못하지만, 한 권의 책을 통해 삶에 대한 소중한 의미를 깨닫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

동냥 그릇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적잖은 당황감이 들었다.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는 자기 계발서와 가벼운 에세이들 사이의 그냥그런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고민이었다. 나의 모자란 소양 때문일까...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한줄한줄 곱씹어 내것으로 소화해내지 못할 것을 미리 걱정했었다.

책은 크게 5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1부. 나를 찾아가는 먼 길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의 나약함과 잔인함,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때로 허깨비 같은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이며, 때로 목숨을 내놓는 것과 맞먹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p.31.

- 나는 누구인가? 나의 약점에 대해서 나는 떳떳이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려고 하는가? 때로는 쓸데없는 자존심과 허세로 나의 진실과 실체를 감추며 살아가고 있지 않는지... 나 자신을 아는 것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서로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기본일 것이다. 자만과 허영에 가득한 자신을 조금은 부끄럽게 생각하고 스스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한다.

 

2부. 욕망을 화살을 타고 달리는 그대여

인간이 꿈꾸어 온 것들이 모두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꿈꾸고 어디까지 이루어 낼 것인가. 왕은 거지 하나찜은 아무 문제없이 구제할 수 있다는 거드름을 피우고 싶었겠지만 사소하게 보이는 그 거드름조차 바닥이 없는 것이니. -p.69.

- 장롱 문을 열고는 매일 옷이 없다는 투정이다. 남편은 내 장롱은 옷을 먹는다며 핀잔이다. 그리 필요하지도 않는 것을 사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내 모습은 얼마나 탐욕스러울까... 부끄럽고 또 안타까운 모습이다. 자기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 또 내 한 몸 편하고 싶어 무지막지 하게 자원을 소비하고 남에게 피해만 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다. 영국의 한 환경 단체는 "온난화에 처한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100개월 뿐"이라는 주장을 했다. 개인의 사소한 욕심을 버리고 무소유를 실천해야 한다. 거창한 무소유가 아니라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을 실행해야 할 때이다!

 

3부. 편견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무엇이 진실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개와 당나귀는 똑같은 가치를 서로 다른 언어로 싸우고 있다. 판별할 것이 아니라 귀를 기울이자. 그 끊임없는 싸움을 통해서 무엇에 도달하고자 하는지. -p.129.

- 종부세, 대운하, 쇠고기 수입... 한반도를 양분하여 서로 악다구니를 쓰게 만드는 주요 쟁점들이다. 보수와 진보, 각자의 이념들만을 주장하며 한치의 양보도, 물러섬도 없다. 무엇을 위해 우리는 이토록 목소리를 높이는 것인가...  내 주장만이 옳다고 눈을 가린채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함께 풀어나가야 할 방법을 머리를 모아보는 것이 어떨지 생각해 보게끔 한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마치 양옆에 가려진 경주마처럼 자기의 생각만을 쫓아 한 길만을 달려나간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 다르게 생각해 보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안을 수 있지 않을까...

 

4부. 미망

우리 삶과도 같은 짧디 짧은 빛이여, 빛은 진정 어디서 오는가. 빛이 있는가 하고 희망을 가졌으나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는 빛이여. 잠시 타오르던 빛이 사라지면 어둠은 더욱 깊어지는 법이다. -p.161.

- 迷妄: 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잡지 못하는 헤맴. 자주 듣는 말이었으나,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우리 인생에서의 헤맴. 그 갈피를 잡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 쉽지만 그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허망한 것을 좇아 짧은 인생에서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정신을 차리고 내 인생 항로를 꿎꿎이 이끌어가는 선장이 되어야겠다.

 

5부. 세상의 모래 한 알
사소한 걱정거리, 사소한 신경 쓰임, 사소한 말썽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잠을 못 이루며 일일이 짚고 넘어가려 하는가. 코끼리 귀에서 각다귀가 제 아무리 굴러 봐야 코끼리는 꿈쩍도 안 하듯, 꽃이 필 때 말이 없고 질 때도 역시 말이 없듯, 작은 일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 말자. -p.223.

- 직장에서 한 실수가 계속 마음에 걸려 집에서 하루종일 신경질을 낸 적이 있다. 남편은 결국 내 짜증을 다 받아주다 못해 큰소리를 냈고, 그때서야 모자라고 부끄러운 내 자신을 깨달았다. 나는 왜 한 순간 실수를 너그러이 넘기지 못하고 이미 지나간 일에 집착하고 신경을 쓸까... 어차피 엎질러진 물, 지나간 시간인 것을... 깨끗이 털고 실수를 발판 삼아 더 발전하는 내가 되면 더욱 좋은 일이었을 것을 구차하게 그것을 곱씹고 몇 번이나 생각하는 좋지 못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큰 사람이 되어야겠다. 작은 것은 넘어가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질 수 있는 소양을 키우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치부를 찌르는 느낌이랄까... 얼굴이 붉어지고 불편한 느낌을 몇 번이나 받았다. 세상의 모래 한 알과 같이 작고 연약한 존재이지만 나 또한 이 세상을 구성하는 한 존재이니 그 의미가 크지않을까. 잠시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많은 것은 뉘우치게 한 고마운 책이다. 내 동냥 그릇의 끝은 어디일까~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주어진 순간순간에 행복을 찾으며 소중하고 의미있는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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