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 미국에 간 카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강혜경 옮김 / 시공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아... 유쾌한 카티 같으니라구!! 이제 갓 20살을 넘은 말괄량이 카티와 함께 떠나는 미국 여행,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넘겼던 책장 하나하나마다 담겨있는린드그렌의 위트와 행복 바이러스는 책 읽는 내내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띄우게 했다.

여행의 시작... 얼마간의 미국 여행을 다녀온 카티의 남자친구 얀의 끊임없고, 장황한 미국 여행기 덕분에 도대체 미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 카티는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러 나선다. 고지식하고 보수적이지만 카티를 끔찍이 사랑하는 이모는 펄쩍 날뛰며 여행을 막아보려 하지만, 뛰어난 외교술, 사교술로 무장한 카티는 결국 이모를 굴복시키며(그치만 결국 이모를 떼어놓지는 못했다.) 스웨덴에서 바다를 건너 미국으로 날아간다. 50년대에 발표된 카티의 미국 여행기는 역사 속의 미국 모습을 지금과 비교해 볼 수 있게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발랄하고 깜찍, 용감무쌍한 카티는 미국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린드드렌 소설 주인공 특유의 친화력과 사랑스러움으로 다가간다. 패션, 유행의 중심지인 뉴욕, 밥과 함께 떠난 자동차 여행, 버지니아와 뉴올리언즈까지... 미국의 전형적인 생활 모습과 문화를 카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미국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끔 해주었다. 이당시 린드그렌은 미국의 인종 문제에 유독 관심이 많았던 듯 하다. 전세계인들이 사랑하는 '허클베리 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미시시피강, 뉴올리언즈에서 경험하게 된 흑인에 대한 차별과 그것에 저항하고 넘어서기 위한 카티의 에피소드에 노력을 기울인 듯한 느낌이다.

"나는 호텔까지 걸어서 돌아왔다. 발이 아파 더는 걸을 수 없을 때까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비참한 흑인들의 거주지를 따라 걸었다. 살갗이 벗겨져 아팠지만 내 마음은 그보다 더 아팠다. 어쩐지 내 발에 상처가 나니 오히려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주를 퍼부으며 걷고
또 걸었다. 내가 속한 백인을 향해 던지는 저주였다..... 방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고 입으로 상처가 난 곳을 후후 불었다. 그게 그날 한 일 중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 -p.158.


어찌되었든, 미국에서의 카티의 자유분방한 생활과 연애를 걱정만 하던 이모가 황당하게도(?) 어릴 적 친구인 앤드루 아저씨와 결혼하게 되면서 카티는 진정으로 독립하게 되고 또다른 세상이 펼쳐지게 된다. 앞으로 이어지는 카티의 이탈리아, 프랑스 여행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작가의 글은 따뜻하고 위트가 넘치고, 순간순간의 상황에 대응하는 재치가 뛰어나다. 미국 특유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면서도 적절한 비판을 곁들이는 작가의 재주에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이번 겨울, 방학을 계기로 또다른 세계로의 휴식을 계획하고 있다. 나도 카티가 되어 색다른 경험과 문화를 즐겁고 유쾌하게 경험해보는 상상을 하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준비하게 된다.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와 상쾌함을 안겨준 카티를 유난히 정겹게 느끼며 책장을 덮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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