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1
츠츠미 미카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매일 아침 출근길에 접하는 뉴스는 미국의 주가 하락, 환율 상승 등의 경제에 대한 우울한 소식들 뿐이다. 오늘은 미국과의 통화 교환(한-미 통화 스와프)협정이 맺어져, 한국의 위기 극복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것이 첫 뉴스였고, 방송사에서는 새벽에 특보까지 했다고 하니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인지를 보여준다. 농담 삼아 하는 말 중에, 미국에서 기침만 살짝 해도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는 독감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인데... 이 책을 읽고서 알게된 미국 경제의 현실은 이 말이 제발 사실이 아니길 만을 바랄 수 밖에 없는 두려움과 걱정을 안겨 주었다.
 
미국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 그것도 경제에 초첨을 맞춘 책이라 솔직히 시작하기 전에는 지루하고, 어려운 내용이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츠츠미 미카라는 일본 작가는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취재를 하고 당시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인터뷰를 제시함으로서 그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우리가 모르고 있던 사실에 좀 더 가까이 찾아들어가 파헤쳐 주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빈곤이 으로 인한 비만 국민들, 2장은 민영화와 자유화에 의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3장은 의료비와 보험의 문제(이 역시 민영화 때문이다.), 4장은 학자금 대출과 청년 실업자들, 마지막으로 5장은 미국 지휘하의 전쟁과 그 이면에 감춰진 경제적 논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1장 빈곤이 만들어낸 비만 국민 :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고 멜라민 분유 파동 등 우리나라 또한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에 계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값이 싼 수입산 먹거리를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서민들의 현실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의 유기농 코너에는 깔끔하게 다듬어진 푸른 색의 채소들이 즐비하고 있지만 턱없이 비싼 가격 때문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의식주의 문제에서조차 이렇게 평등하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미국 또한 빈곤층은 값이 싸고 조리하기 편한 정크푸드로 한끼한끼를 연명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크푸드의 계속적인 섭취로 인해 비만 인구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초, 중등학교에서는 비만 아동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탄산 음료 자판기 학교에서 퇴출시키는 방법을 도입하기는 하였지만, 조리하기 쉽고 값이 싼 기름기 많은 음식들은 학교 급식으로 계속 제공되고 있는 등의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뱃살이 후덕한 인품의 상징이라고 웃어넘기는 것은 조선시대의 이야기가 된 것 같다. 현재의 상황은 빈곤과 비만이라는 말이 동의어가 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2장 민영화에 의한 국내 난민과 자유화에 의한 경제 난민 : 2005년 뉴올리언즈에 카트리나가 도착하고 엄청한 인명 피해와 금전적 손실이 있었을 당시, 이것은 자연 재해가 아니라 인재였다는 말을 분명 많이 들었었다. 그저, 재해에 미리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관리를 소홀히 했었나 보다... 내 일이 아니라고 이렇게 쉽게 생각했었던 것이 얼마나 무지한 생각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FEMA(미연방긴급사태관리국)는 부시 정부 탄생 이후 공공 시설을 전체적으로 민영화하는 움직임에 따라 자유경쟁 시장에 내보내져, 최소의 비용을 들여 재해 대책 업무를 수행할 것인가의 기조로 진행되었다. 그에 따라 엄청난 허리케인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사전 조치 및 예방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거의 없었고, 사실상 FEMA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고, 재해 이후에도 이재민들에게 주어지는 기초 생활 수급이나 잔재 처리, 수해 복구 작업은 미비할 수 밖에 없었다. 재해에서의 문제 뿐만 아니라, 교육 영역에서도 자유화로 인한 빈부 차이는 계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생계를 위해 위험한 불법 이민을 감수하는 멕시코 및 중남미 이민자들은 범죄자로 취급되고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 수는 매일같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니, 무엇을 위하여 불나방같이 뜨거운 불인 미국 사회에 뛰어들고 있는지... 안타까운 현실이다. 

3장 단 한 번의 질환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한 사람들 : 영국 연수를 다녀왔던 친구가 당시 병원에서 의사와의 15분 상담 후에 15만원 가량의 금액을 지불했었다는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던 적이 있다. 아...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혜택을 왜 그동안 고마운 줄 모르고 살았던가...ㅋ 책에는 당일치기 출산을 하는 산모들과 병을 참다참다 견디지 못해 결국엔 구급차로 실려오는 환자들, 약물에만 의지하여 병을 이기려고 하는 사람들, 비싼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무보험으로 살고 있는 많은 미국 시민들, 엄청난 업무와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 등등이 나온다. 그레이 아나토미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젖어있던 미국 병원과 의사에 대한 환상이 산산히 깨져버렸다. 불안한 것은 이러한 상황들이 나타나게 된 의료 민영화 정책을 우리나라 현 정부에서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발, 앞뒤를 따져보고 국민의 '생명'을 등한시하는 기본적인 국가 구성의 원칙조차 무시하는 나라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4장 출구를 차단당한 젊은이들 : 미국의 고교 중퇴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학력 저하 현상은 학생 개개인의 성격이나 학습에 대한 의욕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바로 경제적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졸업 후에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는 커녕,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엄청난 금액의 대학 학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학생들은 국가의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진 '낙오 학생 방지법안'에 속아넘어가 군에 자원 입대하게 되고, 결국은 전쟁터에 내던져져 하루하루 목숨을 걱정하게 되는 신세가 된다. 운이 좋아,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하더라고 엄청난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카드를 쓰게 되고 졸업과 동시에 학비 및 신용카드의 엄청난 빚을 떠안게 된다. 더더구나 취직도 안 된다고 하니... 젊은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하고, 그들을 속여 전쟁과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국가의 상업적인 의도로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5장 전 세계의 근로 빈곤층이 지탱하고 있는 '민영화된 전쟁' : 미국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국제 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이익 창출 중의 하나가 약자(빈곤층)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인데(정크 푸드 판매 기업들과 같은 맥락), 이러한 빈곤 비즈니스의 국가 차원이 바로 '전쟁'이라고 한다. 이라크로 파병된 빈곤 청년층과 전쟁 기반 시설, 장비들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생활과는 반대로 전쟁과 관련된 민간 기업들은 하루하루 윤택해지고 있다. 정의가 무엇이고, 돈을 벌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가 사라져,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시장 원리는 열심히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하지만, 그 실상은 아무리 일을 해도 빈곤을 떨칠 수 없고, 오히려 점점 더 기본적인 생활에서 멀어지고, 목숨마저 버릴 수 밖에 없게 되니, 이론은 현실과는 맞아떨어지지 않고, 그 이론을 무지한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문제점을 내부에 안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세계를 이끌어가는 세계 최강국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허황된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들이 언제쯤 드러날지... 아니 어쩌면 전 세계인들은 이러한 모순과 어려운 상황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무서운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혼자만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고, 국제적인 관계 속에서의 위치도 중요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정책과 결정만으로는 살아나가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무조건적으로 쫓아갈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알았으니, 그것을 토대로 어떠한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인지 신중하고 현명하게 경제적 위기를 극복해 나가길 바래야겠다. 제발 현재 미국의 모습이 미래 한국이 되지 않기를... 신자유주의의 기로에 접어들고 있는 한국의 한 힘없는 국민으로 한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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